헤르만 헤세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1
헤르만 헤세 지음, 강현규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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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헤세의 소설에 빠진 것은 대학생 때였다.

만화에 인용된 <데미안>의 한 대목 때문이었다.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 내용이지만 그때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이후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을 찾아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데미안> 이후 다른 책들은 나의 취향과 거리가 있었다.

이때의 기억은 헤세를 평생 잊지 않게 했고, 언젠가 다시 읽고 싶게 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읽어야 하는 다른 책들이 쌓이면서 점점 뒤로 밀렸다.

그러다 발견한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책과 읽지 않은 책들 속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 문장들을 엮은 이는 여덟 꼭지로 나누었다.

이 분류 방식에 꼭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핵심 단어는 맞다.

여덟 꼭지 속에 그 꼭지에 맞는 문장들을 발췌해서 넣었다.

읽다 보면 원전이 어떤 것인지 바로 알거나 추측이 가능한 것도 있다.

하지만 애매하거나 모르는 것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발췌한 원전을 표기해줬다면 어땠을까?

그 문장이 마음에 들어 소설 등을 찾아 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수많은 문장들에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것은 내가 아는 만큼만 그 문장들을 이해하면서 생긴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이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선악에 대한 절대적 기준에 대한 회의다.

“사람들은 언제나 선과 악을 구분하려 들지만, 진정한 삶은 둘 사이의 경계 위에 존재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나의 삶은 어디로 향할 지 생각할 때 유념할 부분이다.

“남들과 다르게 본다는 것, 그것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텍스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독하는 하나의 독서법이다.”

지금까지 노력하는 부분이지만 아직 공부가 부족해 다르게 보는 것이 어렵다.

“기다림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일이 아니라, 내면의 씨앗이 스스로 싹틀 때까지 믿고 지켜보는 일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는 지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막막함과 불안은 알 수 없는 미래를 붙잡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나의 욕망과 조급함이 어우러진 마음에 대해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진정한 고독은 타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때 닥쳐온다.”

한때 홀로 살아가면서 고독하다고 생각하고 온갖 폼을 다 잡았던 과거가 떠올랐다.

고독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겉멋으로 고독한 척한 것이었다.

“이별은 단절이 아니라, 만남의 풍경을 영원 속에 고정하는 과정이다.”

이 문장은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란 사자성어가 바로 떠올랐다.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 만남의 풍경을 영원 속에 고정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고통은 내 몸의 구석구석을 깨우고,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확인시킨다.”

고통과 살아있음에 대한 글들은 많지만 그 고통을 어디까지로 해석해야 할까?

“내가 믿는 신은 (중략) 내 안에서 나를 흔들고, 나를 깨우고, 끊임없이 ‘네가 되어라’라고 속삭이는 내면의 목소리다.”

그가 싯다르타를 쓴 것을 생각할 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오독의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읽어도 며칠 걸리지 않는다.

헤세의 소설을 몇 권 읽은 독자라면 반가운 부분들도 마주할 수 잇다.

읽으면서 내가 살면서 마주한 부분들과 거리를 두고 잠시 생각에 빠질 수도 잇다.

서로 다른 인생관이나 예술론으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과정들이 나의 내면을 돌아보고 깨어나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 삶은 점점 더 많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욕심을 털어내야지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더디기만 하다.

이런 글들은 나의 욕심을 인식하게 하고, 작은 몸부림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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