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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0
헤르만 헤세 지음, 황승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1915년 크눌프, 1919년 데미안에 이어 1920년 출간한 헤르만 헤세의 짧은 소설. 10개의 에피소드 속 마지막 자화상을 작품을 그린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아들의 뇌막염, 아내 미아의 우울증은 심해지고, 전쟁의 광기에 맞서 글을 기고 한 뒤, 배신자로 매도 당하고, 16년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신경쇠약, 18년 아내의 정신착란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헤세는 자전적 요소가 포함된 명작을 써내려 간다.
글을 통해 고통의 탈출구로, 작품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위로 받고, 새로운 자기 이해의 자화상을 그려가면서 ˝내면으로 가는 길˝을 매일 걸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클링조어는 고흐를, 친구 루이스는 고갱을 연상시키는데, 민음사 표지도 고흐의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이다.
42살의 화가 ˝클링조어˝는 남쪽 지방에서 자화상을 그리며, 건강이 악화된 채, 마지막 여름을 직감한다.
짧은 데 반해, 하나의 문장이 수많은 쉼표로 연결되는 문장의 길이, 뚜렷한 줄거리가 적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인 아름다운 문장 대신, 주관적인 강렬한 상상력으로 표현한 문장이 빛을 밝힌다.
클링조어는 자화상에서 죽어가는 인간, 병듬, 권태, 고독, 죽음의 공포, 우울한 표정으로 히죽거리는 술꾼의 얼굴을 보고,
사람들은 색채의 협주곡, 대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필사의 시도, 자연, 정신착란에 빠진 사람 등을 상상했다.
나는 거울에 서서, 고된 내 얼굴을 들여다 본다. 환한 미소로 생기가 있는지, 고통스러워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아닌지? 허세와 거짓으로 가면 쓴채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