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대략 3년, 한국 사회는 지금 공공 영역에서의 AI 전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공공부문 AI 도입률 95%를 목표로 선언했고, 각 부처와 지자체는 각 업무 보고 마다 AI 혁신을 외치고 있죠.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장관실 회의실에서 결정된 정책이 일선 공무원의 책상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기술을 모르던 담당자가 갑자기 AI 사업을 맡게 되면 어떤 현실과 마주치게 될지...
특히 조직으로 AI를 도입할 때의 간극 즉, 경영진은 AI가 업무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실무자는 AI 도입에 따른 책임과 리스크를 걱정하는 이 설명하기 힘든 간극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어쩌다 AI, 실전으로 뛰어든 3년의 기록>의 저자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AI 융합기획팀장인 '심형섭 팀장'은 사실 문과출신이었습니다.
인사담당자로 일하던 그가 갑자기 'AI를 기획'하라는 업무를 받았을 때의 당혹감, 그리고 3년간의 혼란과 성장을 함께 한 기록. 본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느낀 점은 우선 기술적 해설이나 정책 논거에 기반하는 대신, '한글 문서와 AI의 충돌'이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현실을 실마리로 한다는 겁니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부 공문서의 절대 다수가 한글 형식(HWP)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 형식은 사실 AI가 읽을 수 없다는 현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공공 AI 도입의 구조적 한계를 상징합니다.
물론 저자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국가표준마크다운'을 통한 AI활용성, 상호운용성, 장기 보존성 그리고 버전 관리 용이성을 대폭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AI가 읽을 수 있는 문서는 결국 사람도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서"라는 사실에 십분 공감합니다.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다'는 비유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조직이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개 때문이죠. 경영진은 "AI 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하지만,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하지 못합니다.
실무진은 다른 기관의 사례를 찾아보고, 비슷한 것을 따라하려 합니다. 결과는 필연적입니다. 우리 조직의 고유한 문제나 강점과는 무관한, "남들도 다 하니까"하는 AI 도입이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평가 기준의 부재라는 점입니다. "이 AI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제대로'가 무엇인지 정의되어야 합니다. 정확도인가, 속도인가, 사용자 만족도인가, 비용 절감인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현장의 혼란은 이 모든 것을 명확히 말하지 못하는 조직의 무능함 때문이라 봅니다. 도입 후에도 성공인지 실패인지 판단할 수 없고, 결국 "AI 를 도입했다"는 실적만 남게 되는 것이 지금 한국의 많은 공공기관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가 말하는 공공기관 AI 도입의 성공원칙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작게 시작하기(시범사업)','데이터 정비하기','직원의 불안 관리하기','외부 전문가 협력하기' 그리고 '성과 기록하고 공유하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공공 조달의 아니러니'입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은 진입이 어렵습니다. 반면 기존 SI 업체들은 "안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선택되고 있죠.
이는 개별 담당자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번의 실패가 조직 전체와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구조 속에서 리스크를 택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공공 조직의 현장 담당자들은 "혁신 보다는 안정성, 도전보다는 관례"를 선호하는 조직 문화를 가장 큰 장애물로 꼽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아니라 조직의 용기 부족이 진정한 장벽이라는 인식...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 봅니다.
책의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저자 자신의 개인 기록이 어떻게 AI 분석의 자산이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3년간의 일기, 1,095개의 감사 일기, 4,000개가 넘는 옵시디언 노트 기록 등.. 이 방대한 데이터는 단순한 개인 자산만은 아닐겁니다. 수면 패턴, 감정 흐름, 자산 관리까지 AI 초개인화 분석을 통한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공공부문 AI 활용의 현실적 원칙은 주목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비공개 정보는 입력하지 않으며, AI를 '작성자'가 아니라 '정리 도구'로 활용, 최종 판단과 책임은 반드시 사람이 진다는 원칙이 작동하는 조직에서는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공개 가능한 정보로 시범 적용을 하고, 팀 단위로 활용 범위를 공유하면서 작은 업무부터 시작한 곳들은 이미 보고서 작성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는 것 몸소 느낄 겁니다. 무엇보다 AI는 더 이상 불안한 존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궁극적으로 기술적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현장 담당자들이 마주한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더 명확한 기준과 더 용감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일겁니다.
당신이 저자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팀장이라면, AI 정책을 수립하는 담당자라면, 또는 디지털 혁신의 현장에서 길을 잃었다면 본서는 여러분을 위해 쓰였을 겁니다. 기술적 완벽함을 약속하지 않지만, 현장의 복잡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