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소련이 미국을 제치고 첫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스푸트니크 모멘트'의 충격과 같은 맥락에서 중국 AI가 미국 기술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딥시크 이코노미>에서는 '딥시크'라는 단일 기업을 넘어 중국 AI 생태계 전반을 조망하고,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질서를 통해 미중 AI 패권 전쟁이라는 거시적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딥시크, 고래는 태풍의 길목에서 날아 올랐다"는 표현으로 시작하는 저자의 서술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 중국이 준비해온 체계적 전략의 결실임을 보여 줍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말했던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원칙을 인용하며, 딥시크의 성공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딥시크 창립자인 '량원펑(梁文鋒)'의 경영 철학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기존 실리콘밸리식 경영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발견할 수 있어 자못 흥미롭습니다. 특히 량원펑의 사무실 벽에 걸린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따듯하게 하자"는 문구를 소개하며 "기술에 대한 인간적인 마음이 느껴진다"고 분석한 저자의 관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역시 딥시크하면 오픈소스 전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딥시크가 코드를 무료로 공개하고, 모두에게 재료를 공개하며 기존의 클리셰를 전복시켰다"는 저자의 분석이 매우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오픈AI가 'Closed AI'라고 불릴 정도로 폐쇄적 정책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딥시크는 "개방, 공유, 참여를 추구했다. "모두가 AI를 사용할 수 있는 입구를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중국 AI 전략의 근본적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혁신은 단지 세상에 없던 것을 발명하고 창조해 내는 것이 아닌, 과거에 우리가 늘 써오던 타성에 젖은 개념과 대상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재해석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라 믿으며, 이는 분명 딥시크 혁신의 본질과 결을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중국 AI 생태계의 체계성을 설명한 부분에서 저자의 분석력이 돋보였습니다.
딥시크가 '점'을 찍고, AI 응용 모델과 기업들이 '선'을 잇고, 최종적으로 대형 언어 모델(LLM) 연구 개발 기업, AI 응용 서비스 기업, 국가가 모두 힘을 합쳐 '면'을 만들었다는 분석은 진정한 중국 AI 확산의 체계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구절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제시한 가장 독창적인 관점 중 하나는 중국 특유의 꽌시(关系) 문화와 AI 기술의 결합을 분석한 부분이었습니다. "딥시크는 꽌시 속으로 들어갔다"는 표현을 통해 기술 혁신이 단순히 기술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중국 사회의 깊은 문화적 맥락과 결합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디지털 정부의 출현'이나 '국유기업이 딥시크와 손잡는 진짜 이유' 등을 통해 중국의 AI 확산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중국의 12345 정부 핫라인이 딥시크와 연결되고, 난징 정부에 AI 어시스턴트가 도입되는 등의 구체적 사례들은 중국 정부가 AI를 통치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딥시크' 이외에도 중국에는 다양한 AI 기업들이 각각의 특화된 영역에서 혁신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키미 AI가 '200만 자 텍스트를 요약'하고, 원신이옌(文心一言)이 '바이두의 대형 언어 모델'로 발전하며, 미니맥스가 '멀티모달 상호작용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등 중국 AI 생태계의 다양성과 깊이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컨데, '홍색 AI 군단'이라는 표현으로 소개된 중국 생성형 AI 유니콘 기업들의 현황을 보면서 중국이 단일 기업의 성공에 의존하지 않고 다원화된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제시된 '딥시크의 비즈니스 활용 방안과 실제 사례'들은 매우 실용적이었습니다.
"1인 유니콘 크리에이터 시장"이나 "전 국민 AI 커뮤니티 탄생" 등의 내용을 통해 AI 기술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이두는 딥시크를 활용하고, 위챗과 딥시크가 연동되고, 궁극적으로 중국 AGI가 등장한다는 시나리오는 딥시크가 단순한 실험실 기술이 아닌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살아있는 기술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해 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개인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중국 AI에 대한 인식 전환"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막연하게 '중국이 또 베꼈구나' 정도의 시각이었다면, 이제는 중국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AI 생태계를 차근 차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강조한 "위협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는 특히 와 닿았습니다. 딥시크의 성공을 단순히 경쟁자의 약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AI를 소비시장에서 신속하게 실험하고 상용화하는데 중요한 벤치마킹' 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매우 건설적으로 비춰졌습니다.
나아가 중국의 글로벌 전략이 단순한 기업 해외 진출이 아닌, '자본, 기술, 거버넌스를 통합한 글로벌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인사이트는 매우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중국 현장 경험과 학술적 깊이가 결합되어 딥시크라는 특정 기업을 넘어 중국 AI 혁명 전체를 조망하는 종합적 분석서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AI 시대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을 이해하고,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