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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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를 단순에 읽어 보았습니다.

지난 해 부터 이어온 사상 초유의 현직대통령 구속과 국정농단 사건등의 일대 이슈를 겪으며, 우리사회는 우파 VS 좌파, 사용자 VS 노동자, 가진자 VS 못가진자, 기득권 VS 일반인, 흙수저 VS 금수저를 부르짖으며, 흑백논리에 매몰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매스컴의 영향도 한 몫하고 있죠.

매스컴계의 좌파의 대명사로 불리는 JTBC를 보지 않는다는 사우나 "헬리홀"의 손님들 ! 그 속에서 벌어지는 손님(갑)과 사우나 매니저인 나, 태권(을도 되지 못하는 병)의 이야기를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설가인 태권은 그가 강사로 일하던 논술학원이 망하면서 잠재적 실업자로 지내던 중, 인근 신도시의 최고급 피트니스 센터 ‘헬라홀’에서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사우나 매니저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무엇을 하든 눈에 띄어서는 안 되고, 없는 듯 있다가 부르는 즉시 달려가는 건 기본이죠.

시간이 갈수록 주인공 태권의 눈에는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고 싶어하는 그들은 사실 사우나 안에서 그리 위엄 있는 존재들이 못 되며 어쩌면 진짜 1퍼센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지요.

"그의 인생은 돈과 여자,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그게 아니면 다이어트. 그는 내면이 거의 없는 중년처럼 보였지만 외면에는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애마인 대형 BMW는 사랑하지만 대형 똥배는 그의 부유한 1퍼센트 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근원이었다." (P.148)

“바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대형 유리벽 안에서 신도시에 사는 헬라홀의 남녀 회원님들은 땀을 뻘뻘 흘렸다. 다리를 찢고, 엉덩이는 뒤로 번쩍, 숨은 헉헉거렸다. 비단 살을 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건 간에 불안하지 않은 환상적인 1퍼센트의 삶을 느끼려고 매일 헬라홀을 찾았다." (P.218)

진짜 1퍼센트를 흉내만 내는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초라한 노년 혹은 중년들일 뿐. 상류층 남자들의 별것 없는 대화나 혼잣말, 누군가와 통화할 때의 속닥거림들 속에서 태권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초라한 뒷모습의 늙고 오래된 노인들의 본 모습을 확인하게 되고, 결국 가진 자들만이 향유한다는 안락한 공간에서 아무것도 아닌 자가 느끼는 권태를 느끼며, 1년만에 사우나 매니저일을 그만두게 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사우나 회원들의 대사 중 70퍼센트 정도는 저자가 직접 들은 그대로라고 하니 좀 더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듯 합니다.

벌거벗은 사우나 안에서 대한민국  1퍼센트라 불리는 그들의 입을 통해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부의 편중 문제, 고령화 문제 그리고 청년 실업문제들의 단면을 엿보기에 충분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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