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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평점 :
같은 사건을 두고도 한 쪽은 '사고', 다른 한 쪽은 '참사' 또 다른 쪽은 '누군가의 범죄'라고 부릅니다. 사실 관계가 같더라도 먼저 선택된 단어가 원인과 책임, 분노가 향할 방향까지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이용자가 보고 싶어하는 컨텐츠를 되풀이해 보여주는 알고리즘과 AI로 제작한 가짜뉴스까지 결합되면, 우리는 스스로 판단한다고 느끼면서도 누군가가 마련한 해석의 무대 위에 서게 되는 꼴이 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는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가 언론, 라디오, 영화와 군중의 감정을 어떻게 권력 유지에 동원했는지 살펴보며, 오늘날 우리가 믿는 '진실' 역시 설계 된 것이 아닌지 차분하게 묻고 있습니다.
괴벨스가 이끌었던 선전 기관은 언론 보도의 소재와 표현 방식을 지시하고 라디오, 영화, 공연, 출판을 광범위하게 통제했으며, 유대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을 사회의 적으로 만드는데 그 매체 권력을 이용했지요.
책은 프레임 장악, 대중 심리, 조종술, 권력의 역학, 지배자의 멘탈이라는 다섯 갈래로 선동의 구조를 분해하고 있습니다.
초반부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거짓말 하나 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일이 더 위험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복잡한 경제 위기와 정치적 갈등을 하나의 원인으로 축소하고, 기억하기 쉬운 표어와 적대적인 이름표를 반복하면 대중은 검증보다 친숙함을 선택하게 됩니다.
실제로 나치 정권은 반대 신문을 폐쇄하고, 값싼 라디오 수신기를 국민에게 보급했으며, 정치 선전만 계속 내보내기보다 오락물 사이에 체제의 메시지를 섞어 일상 속 경계심을 무디게 했답니다.

책의 각 꼭지의 첫 문장인 '~하라' 식의 '명령형 문장들'은 읽은 사람들을 다소 불편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 불편함 덕분에 타인의 언어를 선점하고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며 가상의 적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권력으로 굳어지는지 선명하게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21세기, 현재의 관점에서 읽으면 '괴벨스의 라디오'는 개인화된 뉴스 피드로, '반복되는 구호'는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제목으로, '대규모 군중 집회'는 댓글과 공유가 증폭되는 온라인 공간으로 바뀌어 보입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방송국과 신문사를 장악해야 동일한 메시지를 퍼뜨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확증 편향을 자극하는 컨텐츠가 이용자의 자발적인 클릭과 공유를 통해 훨씬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단순화, 정의 악마화, 공포의 자극, 반복 노출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래된 심리 조작법이며, 현대의 알고리즘은 그것을 개인별로 정교하게 전달하는 유통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의 문장들을 현실의 처세술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지나치게 깔끔한 문장을 만났을 때 빠진 맥락은 무엇인지, 이득을 얻는 주체는 누구인지, 반대되는 정보까지 확인했는지를 되묻는 방어 훈련으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생각합니다.
출판사 역시 본서를 괴벨스의 이념이나 범죄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동의 작동 원리를 해체해 오늘날의 조작으로 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반면교사로 제시한다고 밝히는 이유도 같은 결로 읽힙니다.
다만, 어느 정도 경계해야할 지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생각합니다.
첵에 등장하는 '거짓도 계속 되풀이하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취지의 유명 문장은 괴벨스의 직접 발언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의 연설, 저술, 일기에서 확인되는 확실한 원문은 찾기 어렵다는 검증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종하라','탈취하라'는 식의 공격적인 목차는 선전술을 해부하려는 의도를 강렬하게 전달하지만, 비판적 맥락 없이 읽으면 괴벨스의 방식을 현실의 성공 전략으로 오해할 위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본서 <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는 가짜 뉴스와 혐오 컨텐츠가 왜 논리적인 반박보다 빠르게 확산되는지, 권력이 어떻게 언어와 매체를 통해 사람의 감정에 자리를 잡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로 가장 큰 교훈으로 남았던 내용은 ...
권력을 얻는 기술이 아니라, 나의 분노를 누가 설계했는지 확인하고, 익숙한 주장일수록 출처와 맥락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진실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설계되는 것'이라는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오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