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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오디세이 - 초지능에서 바이오까지, 빅테크와 신기술이 만드는 부의 지도
에스오디(권순용) 지음 / 경이로움 / 2026년 8월
평점 :
주식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겁니다.
뉴스와 유튜브에서 하도 많이 들어서 뒤늦게 사들인 종목이 정작 그 시점부터 하락세로 접어드는 경험.. 결국 정보가 대중화된 순간은 이미 기회가 저물어가는 신호일 때가 많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92만 구독자를 보유한 권순용 저자의 <딥테크 오디세이>를 처음 읽기 전, 반도체 전문 유튜브가 쓴 책이니 HBM이나 파운드리 얘기로 가득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참고로 저자는 기술 관련 유튜브 에스오디(SOD) 채널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1장을 펼치면서 그 예상은 크게 빗나갔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에이전트 AI가 실제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 부터, 오픈 AI와 앤트로픽이 완전히 다른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대목, 그리고 저커버그가 밀어 붙이고 있는 초지능 프로젝트의 진짜 속내까지 ....
저자는 AI를 단순한 기술 뉴스가 아니라 기업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풀어내고 있답니다. 특히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나가는 흐름과 생명체 설계에까지 관여하는 대목은, 이제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생물학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걸 실감케했습니다.
2, 3장을 지나면서 책의 색깔이 좀 더 명확해 지는 듯 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통합 문제, HBM 다음 세대 기술로 거론되는 광반도체, 그리고 XR과 자율주행, 심지어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까지 하드웨어 전반을 훑는데,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에너지'라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된다는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태양광과 핵융합, 원자력, 배터리를 다루는 3장에서는 AI가 왜 이렇게까지 전력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빅테크들이 왜 원전까지 손을 뻗는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잘 짚고 있습니다.
저자가 평소 반도체와 기술 산업의 흐름을 대중들에게 풀어 설명해 온 방식이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에서도 복잡한 공학적 개념을 넘어 산업의 언어로 바꿔내는 특유의 감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장에서 다루는 '바이오테크' 이야기는 예상외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신약 개발에 뛰어든 엔비디아, 개인별 맞춤 항암제, 유전자 편집 기술, 그리고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시도까지, 반도체 기업이 왜 생명과학 영역까지 손을 뻗치는지를 읽다보면 기술의 경계가 얼마나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신약 개발이라는 극히 확률 낮은 게임에 결국 누가 이기든 특정 반도체 기업을 거쳐야 한다는 서술은,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저자의 시각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한국의 기술 경쟁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시선을 돌립니다.
기술력이 시간의 축적 위에서 쌓인다는 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실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여러 산업 현장과 컨퍼런스를 다니며 축적된 저자의 위기감이 담긴 결론처럼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종목 하나를 쫒기 보다 기술이 실제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먼저 읽어내는 혜안이 결국 자본을 움직인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늘 세상을 먼저 바꿔온 기술의 다음 세대 이야기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