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진화하는 디지털 화폐 -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질서로 성장하다
서울대학교 블록체인학회 디사이퍼 지음 / 아라크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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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은 이제 코인 투자자들만 아는 '달러 비슷한 무언가'가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법과 규정 속에 스테이블코인을 편입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금융, 통화, 규제 당국이 본격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비트코인의 널뛰기 가격이 아니라, '거의 변하지 않는 가치로 24시간, 전 세계 어디로나 바로 송금되는 디지털 현금'이라는 특징 때문에, 기존 전통 금융도 더 이상 그 존재를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이죠.


서울대학교블록체인학회 디사이퍼가 쓴 <스테이블코인, 진화하는 디지털 화폐>는 이런 변곡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투자 종목이 아니라, 돈과 금융 인프라의 진화 과정'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책의 프롤로그와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비트코인의 탄생부터, ICO, 디파이, NFT 그리고 ETF 승인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의 15년을 정리한 뒤, 유년, 청소년기를 거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성년이 된 화폐'로 자리 잡았는지를 단계별로 추적하는 구조입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가상 자산 안내서'라기 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신뢰와 화폐가 어떻게 재설계되는가'라는 훨씬 크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금융 교양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프롤로그가 특히 인상적이었답니다. 저자는 국가 경제가 도로, 전기, 통신 같은 인프라 위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쌓이는 것처럼, 블록체인 경제도 먼저 인프라가 깔리고 그 위에 금융과 서비스가 올라간다고 설명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ICO, 디파이, NFT가 차례로 나타났지만 그동안 블록체인의 성장은 수익과 기대가 실제 사용성을 앞질러 간 측면이 컸고, 많은 프로젝트가 투기 열풍 속에서 사라졌다 회고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실제 결제, 송금, 담보, 정산에 매일같이 쓰이는 자산'으로 자리잡은 첫 사례가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진단은 코인 시장을 꾸준히 지켜봤던 필자에게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왔습니다.

본문의 큰 줄기는, 스테이블코인의 생애주기를 '탄생'-'유년기'-'청소년기'-'성년기'로 나누어 추적하는 형식입니다.

먼저 기원과 구조를 설명하는 파트에서는 법정화폐 담보형, 실물자산 담보형, 암호자산 담보형, 알고리즘형 등 다양한 설계를 비교하면서 '왜 어떤 모델은 살아남고, 어떤 모델은 무너졌는가'를 파고 듭니다.

'테더'와 'USDC'처럼 준비자산 공개와 규제를 통해 신뢰를 쌓아온 사례, 담보를 과하게 잡고 온체인 금리 정책으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DAI의 구조, 그리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실패가 남긴 교훈까지 차근 차근 짚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읽다보면 '1달러를 유지한다'는 단순한 목표 뒤에, 은행과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된 여러 신뢰 모델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책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코인 생태계를 넘어 현실 금융과 만나는 과정은 꽤나 흥미롭게 서술되었습니다. 해외 송금, 전자상거래, 글로벌 기업의 결제 인프라, 자산 운용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기존 은행, 카드망의 느리고 비싼 구조를 우회하고 있는지, 미국과 유럽의 제도화 흐름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답니다.

미국 의회와 규제기관이 '스테이블코인 법안(지니어스 법)'을 논의하고, 유럽연합이 '암호자산시장법(MiCA)'으로 발행, 준비 자산 규칙을 마련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정책적으로 관리해야 할 인프라'로 격상되고 있다는 설명은 시의성이 높다 생각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단지 기술 공부 뿐 아니라 앞으로 5~10년 안에 금융 정책과 산업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미리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마지막 장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저자는 왜 지금 한국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지, 단순히 '달러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로벌 결제 인프라가 블록체인으로 이동할 때 원화가 통째로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풀어 갑니다.

동시에, 수십 년간 은행, 결제망, 감독체계 위에 쌓아온 신뢰 구조를 한 번에 뒤흔들 수 있는 위험도 솔직하게 짚고 있답니다.

예컨데, 은행 뱅크런 대신 '코인런'이 벌어질 수 있는 구조, 자금세탁, 불법 자본 유출, 디파이식 레버리지와 전통 금융의 취약성이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연결될 때 생길 시스템 리스크까지,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생각합니다.

덕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해야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분법을 떠나, 어떤 시스템적 설계와 정책 당국의 규제가 전제되어야만 도입을 검토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본서 <스테이블코인, 진화하는 디지털 화폐>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우회 코인'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이를 바라보는 세계관 자체를 바꿔주는 책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블록체인의 과거 15년 역사를 정리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그 흐름 속에 위치시켜 주기 때문에, 가상자산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던 단편적인 혼란이 '아, 지금은 이 단계에 와 있구나'라는 큰 그림으로 정리되는 느낌이랄까요?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논의를 둘러싼 국내 칼럼과 보고서들을 그 어느 때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백그라운드 교재'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정말 '성인이 된 화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버블의 주인공인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차분히 제공해 주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수단이 아니라,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 질서의 핵심 인프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뉴스를 볼 때마다 더 깊은 맥락이 궁금했던 분들, 그리고 좀 더 본질적으로는 '블록체인이 과연 실물 경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분들께 본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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