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의 마음공부 - 1,400년의 세월을 건너온 마음을 아는 길
강기진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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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문제야", " 이 환경 때문이야"라고 말이죠. 그런데 만약 그 고통들의 진짜 원인이 우리 마음 자체에서 비롯된다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원효의 마음공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아시다시피 신라시대의 고승인 원효대사는 평생 '마음 바깥에 법이 없다'는 명제를 추적한 철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골에 고인 썩은 물을 마신 그 순간, 원효는 충격적인 깨달음을 얻습니다. "내가 역겨워하는 것은 물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 것이다. 같은 물도 마음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면, 세상의 모든 현실도 마음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깨달음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모든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원효의 사상을 '유식학(唯識學)' 즉, '오직 인식일 뿐'이라는 불교의 심리학 체계를 가져와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라시대의 승려들이 밝혀낸 인간 마음의 8단계 의식 구조는 20세기 심리학자 '칼 융'이 발견한 무의식의 층위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예컨데, "나는 이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해도 결국 반대로 행동하는 것, 그것은 의식보다 훨씬 깊은 층의 마음이 당신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괴로움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기에 비롯된다는 것이죠.

우리말에 "미운정"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미우면서도 정이 든다니, 의식적 판단과 그보다 깊은 층의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생각보다 훨씬 덜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책은 원효가 도달한 역설적 결론에 좀 더 깊숙이 다가갑니다. 초기 불교에서 명상을 깊이 추구한 제자들이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명상 속의 무한한 기쁨과 세속의 현실 사이에서 견디지 못했던 것이지요.

원효는 "생멸의 마음이 나쁜게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우리의 고통이 분별심에서 비롯되지만, 그 분별심이 없으면 생멸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예술을 창조하는 모든 행위는 "생멸의 마음"의 산물입니다.

따라서 답은 마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이 주는 가장 큰 인사이트는 "깨달음" 보다는 "인식의 전환"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세상, 같은 사건이라도 마음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상사의 말에 화난다면, 그 화는 말이 아니라 내가 그 말에 붙인 의미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판단한다면, 그 판단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나의 관점을 투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1.400년 전 신라의 지혜로운 고승이 발견한 진리가 21세기 우리들의 마음에 여전히 울림을 갖는다는 사실이 본서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모든 고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신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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