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패권 전쟁 - 미국과 중국이 촉발한 제2의 냉전
박종성 지음 / 지니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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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재 우리는 생성형AI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채팅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기계의 지능에 열광하며, 마치 우리가 기술 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혹은 우리가 스크린이라는 작은 창문에만 집중하는 사이, 현실 세계에서는 훨씬 더 거대하고 위험한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피지컬 AI 패권 전쟁>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지금 전 세계 대국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정한 전쟁터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정교함이 아니라 AI에 신체를 부여하는 기술과 그것의 실제 구현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피지컬 AI'라고 부르는 새로운 시대의 전장입니다.

2025년 라스베가스 CES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피지컬 AI'를 미래의 진정한 혁명이라고 선언했을 때, 기술 업계는 비로소 전략적 조정을 시작했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선언조차 이미 늦은 경고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이미 2017년 알파고와 커제의 대국이라는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정밀하게 활용하여,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3막짜리 전략을 조용히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추상적 기술 논의를 넘어 실제 사례들을 통해 이 패권 전쟁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일겁니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모두 현실의 시장과 비즈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죠.

저자는 중국의 피지컬 AI 패권 전쟁을 위해 3가지 단계의 철저히 준비된 시나리오를 이야기 합니다.

첫 번째 막 : 강철의 몸을 만들다(2015~)

말그대로 AI라는 두뇌가 담길 물리적 '몸체'를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하는 작업의 시작입니다. 공장 건설과 같은 전략적 우위를 활용해 물리적 신체를 확보했다고 생각합니다. DJI는 전 세계 드론 시장 70%이상을 장악하며, 하늘의 데이터를 독점했지요. 이는 단순한 제품 점유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데이터로 변화하는 전략적 도구라하겠습니다.

두 번째 막 : '두뇌 설계' 알파고가 깨운 용의 두뇌 (2017~)

2017년 알파고 쇼크를 '관리된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활용하며 국가적 AI 투자를 정당화했습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Apollo Go'는 베이징, 상하이 등에서 운전석 없이 실제 운영되며 살아 있는 실험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막 : '구신지능(具身智能)' 영혼과 육체의 결합 (2021~)

2024년 중국은 마침내 '피지컬 AI(몸을 갖춘 지능)'를 국가 목표로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기차 공장에 투입되고, 화웨이가 미국 제재 속에서도 자체 반도체와 로봇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이 막의 현실화라 하겠습니다.

저자 가장 날카롭게 지적하는 부분은 한국이 여전히 '추격자' 모델에 머물러 있다는 점인듯 합니다. 문제는 단순한 기술 격차 뿐아니라, '추격자'라는 안일함 속에서 파편화된 전략과 대기업 중심의 폐쇄성을 방치했다는 점이죠.

나아가 정부, 기업, 학계가 각각 따로 움직이며 일관된 국가 전략이 부재한 상태라 진단합니다. 분명 중국이 10년을 일관되게 준비한 것과 대비되어, 한국은 단기적 성과와 분기별 실적에 집중해왔습니다. 이러한 파편화가 이미 산업 경쟁력의 붕괴를 초래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한국의 강점을 민첩성과 고품질 제조를 꼽으며, 이를 극대화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 'K-피지컬 AI 2035 전략'이 그것입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K-피지컬 AI 2035 전략'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한국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중국의 약점을 역이용하려는 전략적 프레임워크로 읽힙니다. 구체적으로 핵심 반도체와 로봇 부품의 자립을 위한 10조원 규모의 '가디언 펀드' 조성, 그리고 '판교-창원-평택'을 잇는 한국형 '혁신 조립 라인' 구축이 그 핵심입니다.

이는 중국의 '장강 삼각주'와 '주강 삼각주' 클러스터 같은 메가 클러스터 전략에 대응하는 한국식 생태계 구축 아이디어라 하겠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스타트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현재의 파편화된 접근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책을 마무리 하면서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은 무엇을 가졌고, 무엇이 발목을 잡고 있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는 지금부터 10년 안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책에서 제시되는 중국 DJI의 드론 사례, 바이두의 자율 주행 실증,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 투입 사례 등은 모두 우리가 2025년 현재 목격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들이 모여 10년 뒤의 '피지컬 AI'라는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이뤄게 될 것은 자명한 일 일겁니다.

한국이 추격자의 안일함을 벗고, 민첩성과 제조 역량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여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경로를 제시했다는 점에 본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25년 끝자락, 'K-피지컬 AI 2035'라는 비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본서가 그 결정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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