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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 미혹의 시대를 건너는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필사집 ㅣ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쏟아지는 뉴스, SNS 속 타인의 화려한 삶,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까지. 우리 뇌는 잠시도 쉴 틈없이 정보를 처리하느라 과부하 상태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정작 손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무기력증(Burn out)으로 하루를 보내는 분들도 많아진 듯 합니다. 잠시 멈춤 버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오늘 소개해 드리는 원명 스님의 필사집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처음엔 그저 경전 말씀이 담긴 에세이인가 싶었지만, 본서는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손으로 걷는 책'이었습니다.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불교의 3대 경전을 직접 필사하며 마음을 닦는 이 책이, 제 소란스러운 머릿 속을 어떻게 잠재웠는지 그 기록을 남겨 봅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180도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사철 제본' 방식이었씁니다. 책등이 유연해서 어느 페이지를 펴도 평평하게 유지되니, 오로지 펜 끝의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첫 번째 여정은 반야심경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불교 경전 중 가장 짧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우주만큼 넓다는 경전이죠, "색즉시공 공즉시색" 평소라면 머리로 이해하려 애썼을 난해한 문장들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쓰다보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신기하게도 글씨를 쓰는 속도에 맞춰 호흡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머릿 속을 꽉 채우고 있던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걱정들이, 실체없는 허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60자의 짧은 경전을 다 쓰고 났을 때, 마치 복잡하게 얽혀있던 실타래 하나가 툭 하고 끊어진 듯한 해방감 비슷한 감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 여정인 금강경은 사실 조금 벅찼습니다. 분량도 길고, 계속해서 "A는 A가 아니라 그 이름이 A일 뿐이다"라는 역설적인 논리가 반복됩니다. 하지만 매일 정해진 분량을 필사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손이 아프고 지루해 지려는 순간, 그 '저항감' 자체가 바로 내 마음이 만들어 낸 장벽이라는 것입니다.
스님의 해설처럼, 금강경 필사는 '나(ego)'라는 단단한 껍질을 꺠부수는 망치질과 같았습니다. "내가 옳다", "내 것이다"라는 고집을 글자 위에 덧씌워 지워나가는 과정.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즈음엔, 나를 괴롭히던 인간관계의 갈등들이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지더군요.

이제 조금 밖에 남지 않은 천수경의 마지막 필사는 치유의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반야심경으로 공함을 알고, 금강경으로 고집을 깼다면 천수경은 그 빈자리를 자비와 사랑으로 채우는 과정이 되리라 봅니다.
필사란 단순히 글씨 연습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정화의식"이라는 말씀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된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인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는 격코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평안을 얻기 위해 맛집을 찾아 다니고, 여행을 떠나고, 새로운 물건을 삽니다. 하지만 이 책을 필사하면서 느낀 건, 진정한 평화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먼지를 닦아 낼 때 비로소 드러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루 딱 20분 정도.... 폰을 내려놓고 펜을 들어보세요. 사각거리는 소리로, 이미 당신 안에 고요히 머무고 있는 부처를 만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