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경제 대전망 - 2026 ECONOMIC ISSUES & TRENDS
오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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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저성장이라는 단어가 경제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성장률은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 자영업자 폐업 증가, 청년 실업률 상승 등 경제 지표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막막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미, 중 무역 갈등은 심화되고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은 우리 수출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죠.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과연 2026년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많은 분들이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전문가들의 예측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2026 한국경제 대전망>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국경제 대전망' 시리즈의 최신작입니다. 우선 상명대 오철 교수, 서울대 이근 명예교수를 비롯해 경제추격연구소 소속 35명의 경제 전문가들이 모여 집필했다는 점에서 신뢰가 갔습니다.

특히 이근 교수님은 국가 간 '경제추격(Catch-Up) 연구'로 2014년 국제 슘페터학회에서 슘페터상을 수상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매년 높은 정확도로 한국 경제를 전망해온 이들이 내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내용은 저자들이 제시한 2개의 '사자성어'였습니다. '파용운란(波涌雲亂)'과 '천붕유혈(天崩有穴)' 즉, "물결이 거세게 솟구치고 구름이 어지러운 혼돈의 국면이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이 표현이야말로 다가올 2026년 한국경제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라는 말이죠.

저자들은 지금 세계를 '신춘추전국시대'라 정의합니다.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도, 미중 양극 체제도 아닌, 미국, 유럽, BRICS가 맞서는 3극 혹은 다극 구도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근 교수가 제시한 '경제 추격 지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국 대비 1인당 소득 비율에서 한국은 2020년 부터 5년째 72% 수준에 고착되어 있는 반면, 대만은 90%를 넘어섰고, 중국은 30%를 넘어서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이터를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때 경제 10대 강국이었던 한국이 지난 해 10위권 아래로 떨어졌따는 사실은 더 이상 우리가 '추격국'이 아니라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들은 2030년 까지 중국이 미국을 완전히 추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향후 20년 내 미국 대비 80%수준으로 반등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합니다. 이런 격변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책 전반에 깊이 배어 있음을 느낍니다.

이근 교수가 한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한국 경제의 핵심은 실물 시장과 자산 시장의 괴리"라고 단언한 바 있는데, 이 진단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정확한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은 강세를 보이지만, 높은 물가로 인해 소비는 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특히 경제의 판을 바꾸는 거대한 변수로서 'AI와 기술 패권'을 다루는 AI 혁명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들은 AI가 단순히 산업 변화를 넘어 안보와 사회 구조 전반을 뒤흔들며 세계 경제의 판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정부가 잠재성장률 3%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나 노동보다 AI 중심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라는 분석은 매우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다만 저자들이 지적하다시피, AI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입니다. 더불어 즉각적인 성장률 향상을 위해서는 고용 확대와 자본 증가 같은 정공법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조언은 관련 정책 입안자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글쎄요..... 책에서 가장 희망적으로 읽힌 부분은 한국 산업의 기회에 관한 내용들이었습니다. 특히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한 내용은 자못 흥미로웠습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추진하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에 한국 조선업계가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2026년은 조선산업에 큰 기회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정부가 2026년 예산 안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통한 1조 9,000억 원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편성한 것도 이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을 읽으며, 정책과 산업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중소 조선사의 MRO(유지, 보수, 정비) 역량 강화와 한미 기술협력센터 설립 등 구체적인 지원책들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준비 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복잡한 심정이 들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관한 분석이었습니다.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교역국에는 20~50%의 차등 관세를 적용한다는 정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이현태 교수의 분석처럼 미중 무역 갈등은 한국에 기회 요인과 도전 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생각합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활로가 넓어지고, 중국산 대신 한국산이 미국에 들어갈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공급망이 중국과 얽혀 있어 미중 분쟁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런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이근 교수가 제시한 '안미경중(安美經中)' 전략,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노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은 현실적이라 봅니다.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은 어렵더라도, 중국 내 생산과 R&D 시스템을 활용해 제3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업 모델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전략이라 느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 경제와 중소기업 문제 그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지방의 성장 거점화 필요성, R&D 이전 정책 등은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348쪽에 달하는 본서를 다 읽고 나니, 2026년이 결코 호락 호락한 한 해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천붕유혈(天崩有穴)', 즉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메시지가 주는 위안은 컸습니다.

저자들이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예측 가능성 회복', '정책의 조화', '작은 변화의 기회 포착'이라 생각합니다. 거시적인 전망도 중요하지만, 결국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정책 입안자, 기업인 그리고 개인 각자의 몫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덧붙여 AI 시대를 대비한 혁신, 공급망 다변화, 내수 활성화, 자산 시장 전략 등 구체적인 방향성들이 제시되어 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저성장 고착화, 실물-금융 괴리, 미중 갈등, AI 혁명 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개인으로서는 무력감을 느낄 수 있지만, 저자들이 제시한 것처럼, 조선, 배터리, 방산, 원전같은 산업 분야의 기회, 균형 발전의 가능성, 기술 경쟁력 확보 등 우리에게도 '솟아날 구멍'은 분명 존재합니다.

10년째 이어온 한국경제 대전망 시리즈가 보여준 일관성과 정확성, 45인의 전문 석학들이 모여 만든 집단지성, 그리고 무엇 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희망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낸 균형감이 본서의 가장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2026이라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 쓸만한 나침반이 필요한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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