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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대학이 왜 최고인가? - 하버드보다 입학하기 힘든 대학교의 혁신 교육법
조예영.김은정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전달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덧 11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대입 수능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겁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전국의 수험생들은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대학을 진학하는 것일까요?
지난 몇 년간 우리 대입 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수능 과목 구조가 바뀌고, 학생부 평가 방식이 조정되며, 정시와 수시의 비율이 재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학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학생들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미네르바대학이 왜 최고인가?>에서는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처음 본서를 접했을때 솔직히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최고'라는 단정적인 표현이 과연 적절한가하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저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최고'는 단순히 입학 경쟁률이나 졸업생의 취업률을 의마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배움이 무엇인지, 21세기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성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미네르바대학은 2014년 설립 이후 매년 '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가 선정하는 세계 혁신대학 랭킹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미네르바의 진짜 매력은 순위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교육 철학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캠퍼스가 없다는 것,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것, 학생들이 4년 동안 전 세계 7개 도시를 순회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차별화 전략이 아니라 명확한 교육 철학에서 비롯된 것임을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본서의 가장 큰 장점은 미네르바대학에서 공부하고, 현재 세계적인 테크기업에서 근무하는 저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을 통한 저자들의 독특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HC(Habits of Mind & Foundational Concepts, 사고 습관과 기초 개념) 시스템'은 미네르바 교육의 핵심입니다. 전통적인 대학들이 특정 분야의 지식을 전달하는데 집중한다면, 미네르바는 평생 학습을 가능케 하는 사고의 틀을 가르칩니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효과적 소통, 협업 역량이라는 4가지 핵심 역량을 체계적으로 훈련받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교수들도 5분 이상 연속으로 발언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모든 수업이 100% 토론식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 갑니다.
바로 이것이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질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거절 도전을 통해 실패의 근육을 키워라"는 미네르바의 또 다른 핵심 철학입니다. 책에서는 학생들이 100일 동안 의도적으로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는 '거절 챌린지'를 소개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로 부터 배우는 태도를 체득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교육 환경에서는 실패가 용납되지 않습니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시험 실패가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두려움 속에서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을 주저합니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여기고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도록 격려합니다. 당연히 이런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진정한 회복탄력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죠.
책에서 소개되는 '미네르바 커뮤니티' 이야기는 단순히 동문 네트워크를 넘어선 평생 학습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 세계 70여개 국에서 온 300명의 학생들이 같은 학년을 구성하며, 졸업 후에는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해 끈끈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이끌며 성장합니다.
IBM, 구글, 유니레버, 카카오, 네이버, SK 등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는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미네르바 교육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줍니다.
입학하기 힘든 대학,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미네르바대학의 합격률은 1~2%로 하버드 대학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낮은 합격률이 곧 좋은 대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학생을 선발하고, 어떻게 교육하며, 졸업 후 어떤 사람으로 성장시키느냐는 것입니다.
또한 미네르바는 SAT나 ACT 같은 표준화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창의력, 수리력, 추론력을 평가하는 자체 입학 시험과 지원자가 인생에서 이룬 여섯 가지 업적을 평가하는 성취 평가제도를 운영합니다. 이는 단순히 시험을 잘 치러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생을 찾기 위함입니다.
본서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미네르바대학이 서울에 첫 글로벌 본부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은 의미심장합니다. 저자들이 강조하듯,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우수한 학생들이 많지만,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19세기 산업화 시대의 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네르바의 교육 철학이 한국 교육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미네르바대학이 최고인 이유는 화려한 캠퍼스나 긴 역사 때문이 아닙니다.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주며, 평생 배움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대학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요?
AI 대전환의 시대,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교육혁신의 교과서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대입 수능 시험를 앞둔 이 시기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고 깊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