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 - AI 시대, 생각하기를 포기한 현대인을 위한 경고
안광섭 지음 / 제이펍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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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아침 알람을 정하는 일부터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까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선택을 알고리즘에게 맡기고 삺아가고 있습니다. 추천 영화를 보고, 추천 음악을 듣고, 추천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러한 편리함에 익숙해가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AI 기술이 발달해가면서 더욱 가속화되는듯 합니다. 질문을 던지면 즉석에서 답을 내놓는 챗봇 AI, 복잡한 문제도 척척 해결해주는 AI 에이전트와 같은 도구들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사고 능력은 오히려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 호모 브레인리스>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아래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시대, 당신은 여전히 당신 생각의 주인인가? 아니면 편리함에 취해 사고를 외주화하며 지적 나태함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질문들이 책 전반에 걸쳐 독자들의 무의식을 계속 건드립니다.

넥슨코리아에서 시작해 한화금융그룹, 카카오브레인을 거쳐 현재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Gamma의 시니어 GTM 전략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AI 기술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도 기술 자체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 생각하고 AI 시대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주목해왔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는 중요한 태도로 '생각의 외주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는 AI가 알려주는 대로 행동하고 스스로 고민하지 않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으로 본서의 핵심 주제이기도 합니다.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매우 심플해 보입니다. 저자는 "생각을 외주화하지 말고, 질문을 훈련하라"고 말합니다. 좋은 답은 집요한 질문에서 나오며, AI와의 대화도 결국 질문자의 수준에 달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구조화된 사고'의 중요성입니다.

책에서는 AI도 논리적 단계를 밟아야만 비로소 제대로된 '생각'이라는 것을 흉내낼 수 있다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비밀은 AI를 위한 특별한 기술을 배우는게 아니라, AI가 흉내내고 싶어 할 만큼 잘 구조화된 인간의 사고과정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공감하게 됩니다.

저자가 제시한 '생각의 정원사' 비유는 본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사이트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AI가 아무리 좋은 씨앗을 제공해도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고 가꿔나갈지는 결국 인간의 몫이라는 관점이 새로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AI와 진정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철학적 토대를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저자답게 구체적인 워크플로우와 시스템 구축 방법도 제시되어 있어 실용성도 놓치지 않는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두 번째 뇌' 개념을 통해 개인의 사고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방법론이 유용했습니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저자가 기술에 대해 갖고 있는 균형잡힌 시각입니다. 무조건적인 기술 낙관론도, 맹목적인 기술 비판론도 아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기술을 배척할 수도 없고, 완전히 의존할 수도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주체성을 유지하며 기술과 함께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진정성있게 전달되었다 봅니다.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알 수 있듯, 실제로 AI 개발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이기에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본서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이나 과도한 기대 없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AI와의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특히 AI를 실무에서 많이 활용하는 실무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비판적 사고 훈련법, 질문 생성기법, 사고 구조화 방법론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어 당장 실무에서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가치는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일겁니다.

"나는 정말 생각하고 있는가, 아니면 생각하는 척 하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본서를 읽고 나서 AI 도구들을 사용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필요한 도구인가, 아니면 그냥 편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런 작은 성찰들이 쌓여서 결국 '생각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 봅니다.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그 일들은 대부분 불편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는 것이 결국 인간다움을 지키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AI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며 자칫 방향감각을 잃기 쉬운 요즘, 본서의 출간은 매우 의미있고, 환영받을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 만큼이나 우리들의 성찰의 시간도 깊어져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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