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 - 한미러 합종으로 북극항로를 열다
김태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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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최근 저성장, 저출산, 양극화 등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으며, 글로벌 패권 질서의 재편 속에서 우리만의 생존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변화와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현상 유지 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불안감, 그리고 '어떻게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격변의 시대에 우리나라에 천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역사적 기회가 찾아왔다 주장하는 분이 계십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가 온다>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김태유 교수가 그 분입니다. 바로 지구 온난화로 열리고 있는 '북극항로'와 국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가능해진 '한미러 협력'이라는 새로운 지정학적 기회가 핵심입니다.

책에서는 세계 패권의 근본 원리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미래 도약의 가능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선 패권국가는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요?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들어, 저자는 역사적으로 패권국은 단순한 군사력이나 일시적 경제력 만으로는 패권을 이룰 수 없으며, 패권의 핵심 원리는 하드파워(군사력, 경제력)와 소프트파워(사상, 문화 등)의 조화와 선순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기술과 에너지를 결합해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 후 국내 시장 중심의 자본축적, 기술개발, 에너지 확보 등의 '확대 재생산'을 통한 '내생적 성장' 이후, '자유무역 제국주의'라는 이름으로 해외 진출과 함께 확대재생산을 통해 패권국으로 나아가며, 이 과정에서 소프트파워를 통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저자의 인사이트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변방국'일 뿐 아니라, 자원 빈국, 연안국의 태생적 한계-지정학적 저주-에 묶여 있습니다. 섬나라 일본과 거대 내륙국 중국에 기인 반도라는 '넛 크래커'위치에서 경제적, 군사적 주도권 모두 휘둘려 온 것이라 할 수 있죠.

최근 30년 간 우리 경제의 수출 품목은 일본과 중국에 의해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대전환 없이는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경고가 있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역설적으로 현재의 위기가 '천 년에 한 번 올 수도 없는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것이 바로 초기 단계에 있는 '북극항로' 개통과 이를 둘러싼 글로벌 거버넌스의 재편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항로가 개방되면 기존의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을 거치는 아시아-유럽 물류 네트워크가 '한반도-부울경'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수 있습니다. 기존 대비 거리와 시간, 물류 비용을 30~40%까지 줄일 수 있는 신항로가 될 뿐 아니라, 경제, 군사, 외교 모두에서 대한민국을 중심 축으로 만드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북극항로의 실질적인 경제적, 지정학적 지배권을 확보하려면, '부산, 울산, 경남(부울경) 메가 클러스트'를 거점 항만화하고, 단순히 환적항이 아닌 산업 복합기지로 발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거점항구 확보가 늦어질수록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 기회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획를 놓치는 마지막 찬스'라는 저자의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불어 패권경쟁의 흐름을 읽고, 한반도에 온 기회의 레버리지를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외교안보 전략의 전환이 필수라 주장하며, 저자는 동북아 구도를 '천하삼분'에서 '천하사각(四脚)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즉, 동북아 4강(미, 일, 중, 러)간 패권 질서의 조정자로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미국(1군), 대한민국(3군), 러시아(5군)의 1+3+5 전략, 이른바 '한미러 합종'을 통한 패권국과의 보완관계를 통한 수혜자 위치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중국 포위, 동진 정책이 필요하고, 대한민국은 부울경 거점 항만화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하며, 안보는 전통적으로 한미 동맹에 의존해 온 상황인 만큼, 삼국이 각자의 필수적 이익을 위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근거는 역사적, 경제적, 안보적으로 모두 설득력이 있다 느꼈습니다.

예컨데,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유라시아 경로에 목을 매고 있으며, 북극항로 개척과 자원 수출, 한국의 산업기반과 결합이 이루어질 때 파트너십의 효과가 수백 배에 달함을 거듭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저자는 '패권의 원리에는 속도와 실행력이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중국 등 경쟁국 보다 한 발만 늦어도 모든 것이 무산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가전략으로서 빈틈없는 정책 추진, 제도 개혁, 지방 정부와 민간 기업의 동반 혁신을 포함한 'All-In 전략'이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다양한 미디어의 강연과 칼럼, 토론에서 반복적으로 '정부 시스템과 인재 양성, 과학기술 기반 혁신이 결합'되어야 국가의 DNA가 근본적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지적해 왔습니다. 그저 관성에 따른 정책, 보여주기식 규제완화, 속도없는 의사결정으로는 지금의 지정학적 골든 타임을 잡을 수 없음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라 생각됩니다.


본서를 읽으며, 단순한 위기의식이나 근거없는 낙관을 넘어, 역사와 데이터, 정책 패러다임까지 깊이 파고드는 저자의 통합적 시각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부울경 항만혁신, 한미러 합종, 실행속도의 중요성 등은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 대안입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이제 '강소국의 한계'를 인정하고 좌절하는게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가속도로 세상을 이끌어갈 수 있음을 각인시켜주었습니다.

북극항로와 한미러 합종, 그리고 역사적 골든 타임.... 이 3가지가 맞물릴 때 우리 모두는 실패의 변방국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중심국, 산업 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대한민국의 재도약과 미래 비전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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