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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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 1970~80년대 세계 2위 규모의 경제 대국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

그런 일본이 현재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8위, 국가 경쟁력 세계 31위, 디지털 기술력 세계 27위, 남녀 평등지수 116위를 기록하고 있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습니다. 엔화가치는 20년만에 사상 최저로 곤두박질치고, 물가 인상 고통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90년대 초 자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제로금리, 디플레이션,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까지 잃어버린 30년 이야기가 이때부터 비롯된 셈이죠.

그 옛날 잘 나가던 일본이 근 30년 만에 '전방위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추락한 이유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일본이 흔들린다>에서는 일본 유학과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의 매일의 기록을 유튜브(정영효의 도쿄나무)에 올린 내용을 책으로 펴낸 본격 "일본쇠락 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통계와 이를 해석한 전문 보고서, 언론 해설 기사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현장 취재와 전문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쇠락의 신호와 그 원인을 경제, 정책, 산업, 인구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전체 4개 장을 할애하여 후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 소비시장의 변화와 낮아진 일본 주식시장의 위상 그리고 국내 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규모의 코로나 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회복이 느린 이유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팩스와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관공서의 낙후된 디지털화 그리고 1990년대까지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대기업의 쇠락과 저출산, 고령화의 위기를 통해 바라본 일본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조망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일본 엔화의 안전자산 신화가 무너지고, 20세기에 머물러있는 일본 정부의 시대 역행 정책, 재팬 넘버원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잃어버린 50년의 절망섞인 예측 그리고 나이들고 무기력한 일본의 우울한 미래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현재 일본의 추락과 관련해서 2가지 근본원인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기존 우리들이 존경하고, 우러러 마지 않던 일본의 장인정신 즉, 제조업의 시대 일본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모노즈쿠리(장인정신)'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재와 같은 혁신의 시대에는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노즈쿠리'는 착실하게 개선과 개량을 거듭하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잇다는 일본 제조업 특유의 장인정신입니다. 물론 이러한 장인정신이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이었죠.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에 요구되는 수명이 길어야 3-4개월, 짧게는 수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현 시대에 명품을 제외하면 100년 간 쓸 수 있는 고가의 제품이 과연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5년 정도 문제없이 쓸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제품이 더욱 주목받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모노즈쿠리'는 이제 일본만 고집하는 '쇼와모델'과 결부되어, 다시금 일본 경제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디지털 기반의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을 거부하는 주체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잘나가던 '쇼와시대(1926년~1989년)'를 그리워하고, 일본 전성기를 잊지 못하는 '낡고 구식'의 사고방식은 결국 일본의 정치 지도자와 기업 경영인의 이미지를 '책임을 지는 강력한 지도자'가 아닌 '무책임한 조정자형 지도자'로 바꿔놓아, 변화와 혁신에 소극적인 일본 문화의 근본원인이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IX(기술혁신으로 경제구조를 진화)' 전략의 미국기업과 'CX(M&A를 통해 기업경쟁력 제고)' 전략의 유럽기업은 강력한 리더가 이끄는 '통합형 경영체제'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은 '균형형 경영체제'가 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이 잘나가던 시대의 문어발식 재벌 구조일 때는 통하던 '조정자형 경영체제'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오늘날의 경영 환경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임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품질검사 부정, 직장내 괴롭힘, 입찰 담합 등 사고가 잇따르는 '미쓰비시 전기'의 예를 들며, 조정자형 경영 체제의 단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8개부분 사업 부분 대표자가 4년씩 돌아가며 사장을 나눠 맡는 전통을 유지해오던 미쓰비시 전기는 오직 현상유지에만 골몰하고, 사업 구조 재편과 같은 변혁을 추진하지 못한 결과, 그냥 고만 고만한 회사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변화, 변혁에 두려움을 느끼고, 오직 수성에만 골몰하는 이러한 현상은 일본 기업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현상이라 지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다른 사람보다 튀면 안된다'는 일본인들의 사고 방식은 어쩌면 이렇듯 변화나 변혁에 거부감을 느끼고, 오직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자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연히 이런 사회는 활력이 없고, 생기가 없는 무기력한 사회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무서운 사실은 .....

"이 책의 모든 주어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꿔도 그대로 통한다"는 저자의 지적입니다. 예전부터 한국은 대략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본을 답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일본의 20년 전의 문제를 그대로 따른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지금은 10년의 시간차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제국주의 일본이 만들어 놓은 식민시대로 부터 이어진 사회 시스템 및 경제구조로 인해 일본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나라는 좋든 싫든 일본을 따라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이러한 점은 분명 저자가 분석해 놓은 일본 쇠락의 징후와 원인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와 기업이 시행오차를 줄이고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여 그들이 걸어온 저성장의 늪을 피하는 인사이트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인들과 우리는 인생관과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며, 변화와 혁신을 대하는 자세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그들보다 더욱 역동적이며, 변화에 두려움없이 당당히 맞서는 저력있는 국민성을 가진 우리나라의 행보는 분명 그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한국과 일본이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5-10년을 주기로 하여 같은 고민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면 그들이 걸어온 길을 반면교사 삼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 양국이 과거의 프레임에서 탈피하여 원팀이 되어야 탈꼴지 경쟁이 아닌 1등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엔저의 후유증, 퇴보하는 정부 정책, 추락하는 산업, 무기력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일본으로 부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으로 평가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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