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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 ㅣ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1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2월
평점 :
4차 산업혁명 혹은 미래 디지털 사회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모두들 기술이 지배하는 기술사회를 떠올리게 됩니다. 학교 교육도 취업을 위한 교육도 모두 기술 사회에 필요한 기술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학의 역할과 대학교육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예컨데, 포스텍(포항공대)가 2021년 1학기부터 '소셜데이터 사이언스' 전공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포스코와 SK하이닉스가 학비 전액 및 학위 취득후 입사도 보장해 주는 선 인재확보 전략이라 하겠습니다.
인문사회 계열이 취직이 안되어 쓸데없다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포스텍 융합대학원의 소셜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은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에게 데이터 관련 기술 역량을 가르칩니다. 즉, 공대가 아닌 인문, 사회, 경영 전공자만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과와 이과를 융합해 소셜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를 키우는데, 이 분야에서는 '문과적 소양' 혹은 '인문학적 상상력(창조력)'이 중요하다는 반증입니다. 논리와 창의력은 공대적 자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인문학적 자질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인문사회계열이 이공계적 소양을 강화 혹은 융합하게 되면 특별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말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IT 대기업들 또한 매년 일정 수준의 인문사회계열 신입직원들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IT가 산업의 중심축이 되면서 비즈니스와 기술 즉, 인문사회적 소양과 이공계적 소양을 모두 이해하지 않으면 지속경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예로 부터 인문학의 핵심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곤 했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부터 다양한 해답을 통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기술의 아이디어가 나오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위한 기술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림을 통해 쉽게 쓰여진 서양철학사입니다. 지혜를 얻고자 사유하고, 탐구하는 학문인 철학은 메인 주제로 인간을 상정하기에 철학은 곧 인문학의 시작이라 하겠습니다. 당연히 현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 함양을 위한 맞춤의 교보재가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그러나 시중에 나와있는 철학서적들 그리고 철학사 책들은 한 마디로 '어렵습니다.' 처음 철학책을 읽으면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철학 개념들과 어려운 용어들이 철학과 현실세계의 괴리를 더욱 벌여놓기에 일반인들이 쉽게 철학사와 철학가들의 사상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서의 미덕은 바로 여기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바로 '쉽다'는 것이죠. 용어도 쉽고, 설명하는 방식도 쉽고, 큼직한 만화로 전체 스토리를 이어간다는 서사 방식도 처음 철학을 접하는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겁니다.
전체 5개의 챕터를 통해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서양 철학의 흐름을 각 시대를 대표하는 5~6명의 철학자의 생애, 사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대략 챕터별로 아래의 내용과 철학자들의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 아테네 시대의 철학 - 인간에 대한 탐구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 혼란의 시대
에피쿠로스, 제논, 에픽테토스, 아우렐리우스
- 중세 시대의 철학 - 암흑의 시대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 근대의 철학 - 깨어난 이성의 시대
데카르트, 베이컨, 스피노자, 홉스, 흄, 칸트, 헤겔, 벤담, 존 스튜어트 밀
- 현대의 철학 - 이성의 한계, 개인의 탄생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사르트르, 듀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시대사적 구분(고대, 중세, 근대, 현대)과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 거의 대부분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현대 철학자 중 인간 한계를 직시하고, 개인 각자의 삶을 소박하지만 주체적으로 살아갈 것을 주문한 초인 의지의 '니체'를 빠뜨린 것은 조금 아쉽게 생각합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과 로봇,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교육은 더 이상 기존 노동자를 길러내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결국 미래 교육은 리더를 키우는 방식으로 되돌아 가야 할 것입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인 판단력, 창의력을 기르고, 인성과 품성, 인문과 교양을 쌓는 것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해 드리는 쉬운 철학 이야기 책이 인간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훌륭한 첫 시작이 되리라 봅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