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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생각법 : 새로운 시선 - 1등 플랫폼 기업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떠한 미래를 꿈꾸는가
이승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1990년 대 중반 인터넷의 상용화는 그동안 오프라인에만 존재하던 고객들과 비즈니스들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으로 연결시키면서 200여 동안 지속되어 오던 경제 및 산업 패러다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오프마켓 혹은 마켓 플레이스 운영자를 플랫폼 사업자 혹은 매치메이커스(Match makers)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판매자와 구매자라고 하는 2가지 유형의 고객 집단이 있기에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개 수수료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대략 우리들이 잘 아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우버, 에어비엔비 그리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빅테이크 기업들 대부분이 이런 양면시장과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성장 일변도를 달려 오늘에 이르게 되었지요.
이런 과정 속에서 플랫폼 간에는 규모의 경쟁이 공공연해졌고 이를 통해 살아남은 플랫폼은 1인 독주체제(독점)가 굳어지고, 다시 품질 경쟁으로 넘어가면서 플랫폼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하고, 노동 및 사회 문제와 결부되면서 다양한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플랫폼의 생각법 새로운 시선>에서는 이러한 불협화음의 장본인으로 거대 플랫폼들의 보이지 않는 반칙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제이기도 한 "새로운 시선"이란 플랫폼들이 선한 플랫폼의 모습을 버리고 있음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저자의 말을 빌면,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 자체 브랜드 도입 그리고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거대 플랫폼의 '시장을 장악한 모습'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우선 플랫폼은 양면적 시장(소비자+판매자)을 기반으로 양측면을 연결해주며, 네트워크효과를 통해 성장해나간다는 기본 원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선수로 참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저자의 주장에 무게를 싣고 싶습니다.
자체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직접 배송에 나선 '쿠팡'에 결국 종속되고만 상품 공급자들의 사례는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물류가 자칫 독점을 고착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음은 그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분들이 배민이나 기타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노동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배민과 같은 주문 중개 플랫폼들은 경쟁을 하면서 전체 수익에서 배달로 인한 손실을 만회(최소화)하려 하고, 이러한 시도는 자연히 최적화된 플랫폼 노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활용하는 알고리즘은 현 시점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고효율을 내기 위해 고안된 것이므로, 이에 종속된 플랫폼 노동자들에게는 선택의 자유란 있을 수 없으며, 기계가 내놓은 결정에 절대 복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죠.
말 그대로 '알고리즘에 종속된 노동자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사회에서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경제적 종속'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에 대한 공론이 모아져야할 시간이라는데 동의합니다.
책에서는 플랫폼의 기본적인 정의와 핵심 개념(양면, 경쟁, 가치)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며, 독점, 품질 경쟁의 역설, 플랫폼 노동 등과 같은 사회, 노동의 문제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의 형태(광장플랫폼, 시장플랫폼, 인프라플랫폼)와 관련 기업의 다양한 생각법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알리바바와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플랫폼'과 쿠팡, 네이버, 카카오로 대표되는 '한국 플랫폼'을 나란히 실고 있어, 각 나라의 기업이 처한 현 상황과 플랫폼 전략 그리고 미래 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독점이 갖는 장점으로 혁신의 가능성을 꼽았던 경제학자 '슘페터'를 언급하며, 인류에게 필요한 가치를 추구하는 독점 기업은 충분히 좋은 의미에서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 플랫폼 기업의 성공 요인은 '선량한 독점' 이라는 개념입니다. 예컨데, 구글이 지식의 공유를, 페이스북이 모두의 미디어를, 아마존이 고객의 가게를 지향하듯 단순히 이익이 아닌 그 무엇을 지향하는 플랫폼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말합니다.
이는 최근 우리 기업들에게도 불어닥친 'ESG 경영'과도 그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며, 투명경영을 지향하는 플랫폼 기업은 비록 독점이라는 과오를 뒤집어 쓰고 있을지라도 선량한 기업 가치 구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진정한 지속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과도하게 모여지는 데이터 자산과 권력 또한 그들의 '선량한 독점'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하게 분산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특히 권력의 분산화를 넘어 '이익의 분산화'라는 측면에서 최근 제2의 인터넷으로 주목 받고 있는 웹 3.0과 플랫폼의 융합을 기대해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 및 분석해 놓은 책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플랫폼의 주체가 정부나 시민사회가 아닌 기업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기업의 지속 생존을 위한 필요 충분 조건으로서 건강하고 선량한 독점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의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