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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옷가게, 목표는 플랫폼입니다 - 9n년생과 플랫폼 교수의 고군분투 옷가게 창업기
이승훈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대략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을 '정보화 시대'라 부르고, 그 이후 지금까지를 '디지털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즉, 디지털 시대는 정보화 시대의 다음 단계로 디지털이 효율성을 위한 도구를 넘어 삶의 주류적인 방식으로 자리잡는 시대를 일컫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수요(소비)/공급의 생태계로서 "플랫폼 경제(Platform Economy)"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영역의 플랫폼 기반 기업들은 폭넓은 상품과 서비스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양면시장)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수익 규모를 증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일명 '입소문 효과'라 불리는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소수의 플랫폼으로의 집중 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물론 소비자들은 높은 가치와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받게 되었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에 의해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들은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지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시작은 옷가게, 목표는 플랫폼 입니다>은 기존 정교한 플랫폼 이론을 담은 "플랫폼의 생각법 1. 2"를 저술한 이승훈 교수님이 젊은 옷가게 사장님과 함께 옷가게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면서 느낀 플랫폼 실습서의 성격을 띈 책입니다.
앞서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대한 솔루션으로 '구독(Subscription) 경제'를 제시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기존 플랫폼 강의를 하면서 부족하다 느꼈던 현장 경험을 옷가게 플랫폼을 통해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상품이 소싱되고, 등록되고, 판매되는 방식과 상품이 배송되는 방식 그리고 고객의 반응 양상 등을 직접 체험하면서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의 관점에서 플랫폼이라는 존재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일 겁니다.
특히 일반적인 플랫폼 간의 경쟁이 규모의 경쟁으로 치닫는 반면, 패션 플랫폼의 경쟁은 패션이 갖는 고유한 특징으로 인해 규모와 더불어 품질 경쟁 즉, 상품 경쟁으로 확대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한낱 공염불에 불과함을 깨닫게 됩니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은 의도했던 그렇지 않든 시장의 공급자들을 황폐화시켜 버린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겁니다. 플랫폼 답게 양면 시장 참여자들을 더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직접 수익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함으로써 기존 브랜드와의 협력 뿐 아니라 심지어 도매상들과 직거래 함으로써 기존 소매상들을 고사시켜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더구나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는 구별이 힘든 품질 차이를 무한 가격 경쟁으로 덮어 버리면서 스타일이라는 고유 경쟁력이 아닌 오직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가진 싸구려 중국산 제품들이 패션 플랫폼의 인기 상품이 되어가는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당연히 가격 경쟁에 내몰리는 상황으로 변질되더라는 겁니다.
책에서는 통신 판매 사업자 등록과 구매 안전 서비스 등록을 시작으로 브랜드 이름을 짓고 이에 따라 도메인을 구입하고, 쇼핑몰 인프라 플랫폼인 카페 24를 통해 자사몰을 제작하고, 지그재그를 메인 오프 마켓으로 연동하고, 지그재그와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패션 플랫폼들인 지그재그, 에이블리 그리고 브랜디의 플랫폼 연동 방식과 광고 집행 방식 그리고 제품 판매와 배송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핵심은 이런 패션 플랫폼 속에 입점한 작은 쇼핑몰들끼리 끊임없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는 것이며, 오프라인의 동대문 시장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놓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대형 패션 플랫폼 등이 선택한 파격적인 하루 배송, 직진 배송이라는 대형 제조 중심의 시장 운영은 중간자로서의 쇼핑몰의 자리를 본질적으로 위협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도매상->소매상->플랫폼->소비자'로 이어지던 가치사슬이 이제 '도매상->플랫폼->소비자'로 바뀐 것이죠. 이 과정에서 패션 쇼핑몰들은 수천개의 옷가게를 통해 고객과 그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용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소매상을 배제하고 도매상과 직접 거래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소매상은 편집숍의 기능을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역할을 할 뿐 이며, 결국 플랫폼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중간자의 존재를 점점 더 의미없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플랫폼은 패션이라는 상품이 가진 롱테일 특성을 무시하고 철저한 가격 비교를 통해 가격 중심 구매를 유도함으로써 본질적으로 패션의 고유 경쟁력을 없애버리고 있습니다.
저자도 지적하다시피 사업 모델로서의 플랫폼은 기존 사업 방식보다 월등히 우월하다. 그러나 이는 순전히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플랫폼 사업자들에 한정된 이야기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선량하고 공정해야 하며, 힘을 가진 운영자로서 시장 참여자들의 삶을 이해하고 수용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단체 그리고 정부와 같은 감시 및 견제 기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며, 최근 기업 경영의 화두로서 부상한 'ESG 경영'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실전을 미리 맛보고 싶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