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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와 노동의 미래 - 탈희소성 사회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아론 베나나브 지음, 윤종은 옮김 / 책세상 / 2022년 1월
평점 :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혁신기술들의 눈부신 발전에 더해 미래일자리와 관련한 오래된 담론이 있습니다. 바로 기술발전에 따른 실업 즉,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가 바로 그것입니다.
기술적 실업은 말 그대로 경기침체나 인구구조의 변화와 같은 사회, 경제적 구조의 변화에 따른 실업이 아닌 기술 발전에 따른 혹은 기술로 인한 일자리 대체로 발생하는 실업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기술의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대체와 관련해서는 노동자들이 점점 더 지능적인 기계로 대체되고 있으며, 미래에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쓸모없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점점 더 힘을 얻어가는 듯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자동화와 노동의 미래>은 오래된 장기 불황, 턱없이 부족해지는 일자리 그리고 기술로 인한 '자동화'가 만들어낼 인류의 미래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7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노동의 수요가 줄어든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졌다기 보다는 경제성장(경제성장률)이 정체 혹은 둔화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 지는 속도가 느려졌고, 이에 더해 수십년간 지속된 제조업의 생산능력 과잉과 그로인한 과소 투자 때문임을 다양한 자료와 통계를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만성적인 노동 저수요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고용없는 경기회복, 정체된 임금수준 그리고 만연한 고용불안 등의 경제 동향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물론 소위 '자동화 이론가'들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내용이지요.
결국 기술발전이 아니라 오랜 기간의 경기 침체와 각국의 복지 정책의 축소 등이 심각한 글로벌 일자리 문제를 야기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은 장기간 이어진 경제 불안과 불평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책의 전반에는 자동화 담론을 해설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만성적으로 노동수요가 낮아진 오늘날의 상황과 지난 50년간의 세계 경제와 노동 시장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동수요와 관련한 시장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제시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케인스주의의 수요관리 정책' 그리고 '보편적 기본소독(UBI)'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정책들을 평가하는 준거 혹은 기준이 되는 '탈희소성성(脫稀少性, Post-scarcity) 사회'의 모습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탈희소성 사회'란 다양한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력이 발달하여 인간의 노동력이 극히 최소한으로 필요하게 되고, 상품의 양이 너무 많아져 가격이 매우 싸지거나 아예 공짜가 되는 경제 이론적 상황을 말합니다.
책의 핵심은 자동화 이론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저자는 완전자동화를 이루지 않고도 탈희소성 사회에 도달할 수 있음을 다양한 각도에서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즉, 자동화되지 않고 인간의 몫으로 남겨진 작업 혹은 일거리를 함께 나누어 노동의 존엄과 자율성, 목적 의식을 되살리되, 노동을 사회적 존재의 핵심으로 삼지 않는다는 기조하에서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자동화에 대한 담론, 전 세계의 노동이 탈공업화, 서비스화 되고 있다는 점, 낮은 노동수요에 대한 원인규명,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다가올 대량 실업사태에 대한 해결책으로 '케인스식 경기 부양책'과 '기본소득'에 대한 좌, 우파의 주장 등과 이에 대한 비판 등을 담고 있어, 전체적으로 거시경제학과 사회(실천)철학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기술적 실업에 대한 개념 정립과 기술을 우리 일터로 받아 들여 이를 통해 좀 더 자유롭고, 존엄성을 인정 받는 세상을 실현할 도구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