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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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베스트셀러를 거르는 기준으로 서울대학교의 추천 도서, 필독서 혹은 도서관 대출1위라는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류의 문화나 역사 혹은 자연계의 질서 등을 집대성한 서적들이 그 카테고리에 많이 포함됩니다. 물론 너무 두꺼워 일명 '벽돌책'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만....

예컨데,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라든가 칼세이건 교수의 "코스모스" 그리고 유발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등은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들도 한 번 쯤은 들어봤을 시대의 명저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총균쇠'나 '사피엔스'와 같은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의 인류사 연구와 결과물은 세대에 걸쳐 오랜 시간 많은 분들이 다시 찾는 명저로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 소개해 드리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지리 기술 제도> 또한 그들 뒤를 이을 인류문명 연구의 업데이트 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우선 '문명의 발전'을 지리, 기술, 제도의 3요소가 함께 상호 작용한 결과라 주장합니다. 예컨데 유럽인이 기술과 제도를 가지고 이동하기 전에 아메리카 대륙은 그저 천연자원만 풍부한 거대한 땅에 다름 아니었지요.

여기에 영국,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의 군사 기술과 다양한 문명의 이기 그리고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의 엄청난 추진력과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가 들어가면서 아메리카 대륙 특히 미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패권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지리, 기술, 제도의 3요소의 관점에서 호모 사피엔스 이래로 등장한 인류의 역사를 아래와 같은 7개의 세계화 시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본서의 영문 제목이 'The Ages of Globalization' 이라 명명한 것은 다양한 세계화(Globalization)로의 진전이 곧 인류 문명의 역사임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라 추측해 봅니다.

1. 호모 사피엔스의 세계화 : 구석기 시대, 인류 최초의 세계화가 시작되다

2. 농업의 세계화 : 신석기 시대, 정착하여 땅을 일구다

3. 말이 주도한 세계화 : 기마 시대, 말이 세계를 연결하다

4. 정치의 세계화 : 고전 시대, 동양과 서양이 만나다

5. 제국주의의 세계화 : 해양 시대, 제국의 야망이 충돌하다

6. 기술과 전쟁의 세계화 : 산업 시대, 패권 국가가 등장하다

7. 불평등의 세계화 : 디지털 시대, 불평등이 심화되다

이러한 7번의 세계화를 거치면서 인류의 문명은 때로는 단절적으로, 때로는 연속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석기에서 신석기 시대로의 진화는 '연속적 발전'이었으나, 기마 시대에서 고전 시대로 다시 해양 시대로의 발전은 '단절적 발전'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말을 가지고 마차를 만드는 것은 연속적 발전이지만, 말과는 상관없이 내연기관을 이용하여 승용차를 만드는 것은 단절적 발전이며, 이러한 단절적 발전이 이뤄질때 인류는 커다란 갈등과 위기를 맞았으며, 급기야 2번의 세계대전의 광폭 속으로 휘말려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산업 시대 기술과 전쟁의 세계화'를 통해 미국이라는 패권국가와 이를 추격하는 중국간의 '미중패권전쟁'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설명과 함게 다양한 전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곧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위기라 지적하고 있습니다.

불평등의 심화와 지구 기후 환경 위기는 궁극적으로 미래 인류가 마주하게 될 경제적, 환경적 위기 상황이며, 특히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3대 요소 중 기술과 제도와는 달리, 한번 파괴되면 회복 불가능한 단 1회성의 위급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 지구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세계 모든 나라에서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석기시대의 정서, 중세의 제도, 신과 같은 기술을 가지고서 21세기에 들어섰다"는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말을 언급하면서 기하급수적인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에 대응하는 인간의 정서는 여전히 감정적인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어, 위기 모면을 위해서는 도망치거나 싸우거나의 양극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단기적이고 즉흥적인 대응을 넘어, 문명의 위기는 인류의 지혜를 모아 충분히 거시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합리성과 끈기를 가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오랜 역사와 모험을 통해 지리, 기술, 제도의 상호작용을 겪어 왔으며, 서로 간의 이해 관게를 전 보다 더 명확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희망은 공동의 역사와 인간 본성에서 오는 교훈을 활용하여 세계적 규모의 새로운 협력 시대를 구축하는 일에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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