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과 서사로 읽는 브랜드 인문학
민혜련 지음 / 의미와재미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기술 트렌드나 미래일자리와 관련된 강의나 강연을 할 때면 Q&A 시간에 늘상 묻는 물음이 있습니다. 바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재의 조건과 관련한 질문입니다. 그럴 때면 의례 나오는 대답 중에 "멀티플레이적 창의 융합 인재상"에 의거한 '기술적 요소', '경영 마인드' 그리고 '인문학' 등을 두루섭렵한 창의 융합 인재를 언급하곤 합니다.

사실 불확실성을 내포한 4차 산업혁명시대의 성공하는 인재를 바라보는 관점은 너무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학계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몇 가지 공통되는 특성 중 하나는 바로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조성은 곧 이야기를 만들어낼 줄 아는 '스토리텔링'의 능력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을 위시한 혁신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사용의 편리성과 범용성 때문에 이제 왠만한 기업에서는 기술의 부재 때문에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볼멘소리는 나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비즈니스로 엮어내는 능력 즉, 인문학에 기반한 상상과 창조적 스토리 텔링의 기술은 하루 아침에 연마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서정과 서사로 읽는 브랜드 인문학>에서는 서정적 미학과 서사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실로 오랜기간 전 세계인의 사랑과 질투를 한 몸에 받아온 유럽의 명품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프랑스가 명품의 대국이 된 것은 서정이 충만한 전통을 포장하는 서사의 실력이 뛰어나서였다."

"수많은 이질적 문명의 충독을 거쳐 탄생한 문화는 이탈리아인들의 DNA에 예술적 감각을 각인했다."

사실 우리가 잘 아는 명품 자동차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에르메스, 루이비통, 페라가모, 구찌, 샤넬, 크리스챤 디올 등의 유럽 명품 브랜드들과 그 상징인 로고는 이것의 가치(value)를 잘 아는 사람들 간의 합의의 결과물입니다. 아프리카 원시부족에게는 명품이 한낱 가죽가방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러나 시간을 초월해 가치를 인정받는 가문이나 권력 혹은 상류사회를 동경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것처럼 세계적 명품 브랜드에는 누구라도 비슷한 감정을 가질 법한 정교한 욕망의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진정성을 가진 누군가에 의한 오랜 숙고, 디자인 선택의 안목, 재료 조작 기술과 노하우, 예술과의 접목을 통한 품위있는 마케팅과 더불어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심이 함께 연결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곧 장인의 기술에 오랜 역사와 전통이라는 인문학적 요소가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세 유럽에서 길드와 협동 조합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고, 이익을 창출한 장인(Master)은 르네상스를 거쳐 유럽의 근대화와 함께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여기에는 대를 잇는 기술 전수와 좀 더 새롭고, 세련됨을 추구하는 장인 정신이 큰 밑천이 되었답니다.

무지한 수공업자들이 사회 변화를 통해 예술가로, 거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이들의 손을 통해 나온 물건이 천상의 아름다움을 표출하는 신화가 되고, 누구나가 욕망하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 매김했기 때문입니다.

본서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예술품이라는 비전을 품은 '에르메스', 실용성에 창의력을 더한 '루이비통', 구두가 아닌 과학을 실현한 '페라가모', 단지 명품이 아닌 여성들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샤넬', 스트리트 럭셔리를 표망한 '입생로랑', 클래식을 뉴룩에 입힌 '크리스챤 디올', 가죽으로 마음을 훔친 '구찌' 그리고 변화에 대한 확신과 명품의 실용화를 꿈꾼 '프라다'와 같은 명품 브랜드의 탄생과 발전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우리나라의 브랜드 산업에 대한 쓴소리는 관련 종사자들이 귀담아 들을만하다 판단하여 원문 그대로 옮겨 봅니다.

"한국에 명품이 없는 이유는, 전쟁 후 명품 브랜드가 될 만큼 탄탄한 서사를 쓸 시간이 없었던 때문이다.... 레스토랑은 2대를 물려주는 곳이 드물고, 패션도 20~30년 넘기는 브랜드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솜씨라면 남부럽지 않은 장인들의 세계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할 줄 모르고, 자존감이 없는데 세계가 알아줄 리 만무하다.... 그간 우리는 영화나 K-Pop, 전자제품 등으로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100년이 갈 수 있는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남부럽지 않은 명품 브랜드 하나 만들려면 지금부터, 우리부터 우리의 가치를 각인해야 한다." (p.6)

명품이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의 서정과 서사가 필요하며, 이와 함께 만든 이의 자존심과 자신감이 묻어나야 한다는 인사이트가 다양한 사례 곳곳에 묻어나는 책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