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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수업 - 슬픔을 이기는 여섯 번째 단계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박여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평점 :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나라에서 실로 많은 분들이 확진을 받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연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간, 221개 국가에서 6천만명 이상의 확진자와 140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생산과 소비 활동의 둔화로 각국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전염 사태가 장기화되고, 지역 봉쇄니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에 의해 우울, 불안,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소위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우울증 증세가 지난해 대비 7.1% 증가하고, 특히 19~44세의 여성이 22%로 크게 늘었다고 하니 국가와 정부의 물적 지원 못지않게 이런 정신 건강 문제에도 적극적인 준비와 대처가 필요한 때라 하겠습니다.
특히, 사망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가족(부모, 형제, 배우자 및 친척)들의 우울과 슬픔을 달래주는 사회적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효과적으로 위로하고 진정시킴으로서 제2, 제3의 비극(자해, 자살, 정신병적 사회부적응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의미 수업>에서는 이러한 망자의 죽음에 맞닥뜨린 가족들의 슬픔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돌볼 수(care)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슬픔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어쩌면 시간은 망자의 죽음과 더불어 그대로 멈춰버립니다. 때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남아있던 가족들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고, 떠나간 이들에 대한 비통함과 그리움을 안고 상실의 고통과 함께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유족들은 '전문적인 돌봄(care)'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케슬러'는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제자로 국내에도 베스트셀러가 된 "인생수업"과 "상실수업"의 공저자로 기존 스승인 로스 박사가 정의한 '죽음을 맞이하는 다섯 단계'를 확장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에게 나타나는 여섯가지 단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1. 부정 : 당면한 상실에 대한 충격과 불신 단계
2. 분노 : 사항하는 누군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단계
3. 타협 : '만약'이라는 가정과 후회가 가득한 단계
4. 우울 : 상실에서 비롯된 슬픔으로 우울한 단계
5. 수용 : 상실을 현실로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단계
6. 의미 : 고인과의 추억을 기억하고, 그 속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단계
저자는 바로 이 여섯번째 단계인 '고인과의 추억 속에 담긴 의미' 즉, 고인이 살아 있을때 나와 겪은 아름다운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의 교환이 있었는가를 기억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미 망자가 된 고인이 이 세상에 살았음을 증명하는 것은 나와 내가 기억하는 아름다운 추억 뿐이기 때문이며, 이는 곧 살아있는 내가 죽은 가족에 의해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긍정적인 치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는 저자가 임의로 만든 것도 아니고, 의무적인 단계도 아닌 슬픔을 겪은 많은 이들이 직관적으로 알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 6번째 단계에서 사람들은 시간이 흐르면 슬픔의 농도가 엷어지긴 해도 결코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망자의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면 슬픔을 보다 충만하고 풍요로운 무언가로 바꿀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본서에서는 '의미 찾기'라는 여섯번째 단계를 거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망자와의 추억속에서 그를 기리고, 이를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이를 발판 삼아 중요한 변화를 만든 사람, 상실이라는 단계에 오랜 기간 매몰되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한 사람 그리고 슬픔 속에서 자신의 삶을 갉아 먹는 마약에 찌들어 하루 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 등...
하지만 저자는 단언합니다. "하지만 온 감각을 마비시키는 상실감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단지 상실감에서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찾게 된다. 좋은 날, 심지어 기쁜 날들을 살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노력하다 보면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긴 교훈과 사랑으로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p21)

우리는 살면서 수 많은 죽음과 마주합니다. 특히 절친한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은 일생 일대의 대사건이며, 극심한 트라우마를 남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우울과 슬픔 속에 매몰되어 자신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분명 망자가 바라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망자를 기억하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긍정적인 치유과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 망자를 떠나보내고 남은 자들의 숙제일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우, 사망사건이 발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 사고 수습을 위한 공권력이 투입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을 돌보는 '공적 Care System'이 전문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고 처리도 바쁠 텐데 유족들까지 돌보는 일을 함께 진행하다고 하니, 단순히 물적인 풍요 뿐 아니라 '정신적인 공적 돌봄' 시스템의 저변 확대야 말로 진정한 선진사회의 면모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인생의 고통을 느끼는 분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살아야 하는 삶의 이유를 분명히 하고자 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