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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는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연인들을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 때문이지요. 그러나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연결(Connection)' 혹은 '접촉(Contact)'에 대한 갈망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디지털 기술의 도움으로 그 어느 때 보다 편리하고, 손쉽게 충족되고 있는 듯 합니다.
찾고 싶은 것은 포탈 검색을 통해, 친구들과는 카톡으로 대화하며, 업무는 메일을 통해 처리하고, 블로그나 뉴스 사이트를 쉴새없이 서칭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스마트폰을 열어 봅니다. 때로는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2가지, 3가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업무 효율과 생산성 높아졌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두 인터넷 공간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세상의 모든 지식들" 덕분일겁니다. 이제 '지식(knowledge)'이란 개인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 광활한 인터넷 공간에 저장된 어떤 것이며, 누가 빨리 이 지식을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가가 '지식획득을 위한 능력'이 되어버렸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 몇 번 입력하고 링크를 따라가면 찾고 있던 숨겨진 진실이나 명쾌한 코멘트를 바로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과 더불어, 최근들어 무언가를 깊이있게 생각하고, 집중해서 오랜시간 책을 읽거나 음악이나 그림, 영화 등을 천천히 즐기는 것이 예전에 비해 힘들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됩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며, 심지어 뇌구조가 디지털의 특성을 따라 천천히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스마트한 기술이 우리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게 됩니다. "스마트 시대,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The Shallows>에서 저자는 말합니다.
"인터넷은 나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나의 마음은 인터넷의 유통 방식, 즉 숨가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작은 조각들의 흐름에 따라 정보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한 때 나는 언어의 바다를 헤엄치는 스쿠버 다이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제트스키를 탄 사내처럼 겉만 핥고 있다." (p.27)
한 마디로 저자가 지적하는 포인트는 인터넷을 사용하면 할 수록 집중해서 무언가를 보고, 읽고,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기존 인류의 지식의 보고는 바로 책을 포함한 각종 인쇄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의 정보는 선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선형적이란 '줄을 세운 것처럼 나란히 질서있게 서 있는 모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책의 구조는 첫 페이지부터 한 장씩 넘겨가면서 내용이 담겨 있기에 정보가 일렬로 늘어서 있는 구조 즉, 선형적(linear) 구조로 이뤄져있습니다. 당연히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하지요.
이에 반해 포털 검색을 통한 '온라인 문서'들의 구조는 '비선형적'입니다. 검색을 통해 처음 서칭한 인터넷 문서를 보고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하이퍼링크를 통해 다른 문서로 연결이 되고, 또 다른 링크를 통해 지식이 다양하게 확장되어 나갑니다. 이와 같이 정보가 일렬로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는 구조를 비선형(nonlear) 구조라고 합니다.
이런 비선형 구조에 의존한 인터넷 검색에 점점 의존하게된 현대인들의 뇌는 비록 처리 속도와 멀티태스킹 능력의 향상은 있을 지언정 점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또는 '가소성(plasticity)' 이론을 제시하고 있죠.
과거에는 성인의 뇌 구조는 고정되어 있으며, 타고난 본성(DNA)에 의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뇌과학 연구를 통해 밝혀진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론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는 학습, 기억 등에 의해 신경세포 및 뉴런들이 좀 더 자극반응에 적합하게 적응해가는 변화를 거치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경험의 누적을 통해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화 또는 약화되는 방향으로 적응하게 됩니다.(시냅스 가소성). 결론적으로 우리는 빠르게 축적되고, 깊이가 없는 휘발성의 비선형 구조의 인터넷(혹은 스마트폰) 지식을 쫒다보니,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 '집중력'과 '숙고의 능력(Considerlation)'을 잃어버리는 뇌 신경계의 기능적 및 구조적 변혁에 맞딱뜨리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다양한 뇌과학적 실험과 관련 최신 논문들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합니다. 우리 뇌의 용량은 무한하지 않으며, 인식에서 이해에 이르는 통로는 좁디 좁습니다. 정확도를 판단하고 연관성이나 가치를 따져보고 맥락을 파악하는 등 새로운 정보를 평가하는 과정에는 인내심과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인터넷은 의도적으로 우리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자극된 뇌는 과부하로 인해 집중력이 산산조각나고, 사고는 피상적이 되고, 기억력은 나빠집니다. 덜 사색적이되고, 더 충동적으로 변했죠. 인터넷(혹은 스마트폰)은 인간 지능의 향상은 커녕, 지능을 더 저하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입니다.
본서의 초판본은 지금부터 10년 전에 출간되었으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올해 2020년에 10주년 개정 증보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때 보다 더욱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리고 소셜미디어(SNS)는 우리 삶으로 깊이 들어왔습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온택트(Ontact)'의 핵심 디바이스로 '스마트폰'이 활용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본 개정 증보판에서는 '인터넷으로 인한 뇌 구조의 변화'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디지털 인터넷 기업들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 그 중에서도 구글의 최근 사례를 통해 주장합니다. 또한 초판 출간 이후 발표된 수많은 연구에 기반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가져온 인지적, 문화적 결과에 대한 고찰을 후기에 담고 있어, 저자의 인사이트를 더욱 명료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라는 '기술 유토피아 (Technology Utopia)'적 시각에 경종을 울리는 문제작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