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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 - 초연결 시대를 이끌 공감형 인간
최배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세자릿수의 꾸준한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함에 따라 방역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지속에 따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걱정과 불안 또한 가중되는 요즘입니다. 언제 부턴가 우리 삶과 생활의 모든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연계선상에서 생각해야만 하는 암울한 시기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암울함 속에서도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예측하고, 한 발 앞서 기회를 선점하고자 노력하는 선지자(?)들의 주장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 포스트 코포나 시대의 새로운 인간상을 바탕으로 미래일자리와 미래교육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가고자 하는 시도들 말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호모 엠파티쿠스가 온다>의 저자인 건국대 경제학과의 최배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합리성'은 더 이상 바람직 한 행동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합리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산업 사회 생태계에서는 자신만 열심히 잘하면 되었지만, '디지털 생태계'에서는 사람의 연결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p.111)
대략 1970년대 PC의 보급으로 부터 시작된 3차 산업혁명으로 부터 90년대 인터넷 보급, 2000년대 초의 닷컴의 성장과 버블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현재의 '초연결 시대'까지.. 인류는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 사회 프레임에서 벗어나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에 의해 비대면 비즈니스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은 누구도 예측 못한 '블랙스완'이었지만 말이죠.
이러한 코로나19 재난은 연결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한 연결의 세계를 어떻게 구성해야할지 그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하겠습니다.
'산업사회 생태계'에서 '디지털 생태계'로의 패러다임의 일대 변혁은 당연히 새로운 인간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저자는 디지털 생태계의 키워드로 "호혜성(互惠性; Reciprocality)"을 들고 있습니다. 이해 양 당사자가 모두 혜택을 누린다는 '호혜성'은 달리 말해서 "이타자리(利他自利)" (남을 이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한다)와 일맥상통한다 하겠습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를 무료로 개방하여 사용자들의 편익을 주는 만큼, 사용자들의 방대한 검색 데이터(빅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을 학습시켜, 자율주행차, 로봇, 마케팅, 유튜브 검색 등의 다양한 수익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애플의 앱스토어 모델을 들 수 있겠죠. 아이폰 서비스의 일부로 앱스토어를 마련해 주고, 세계의 수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앱을 통해 올린 수익을 함께 공유하는 호혜성에 기반을 둔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호혜적 디지털 생태계'는 현재 플랫폼 사업모델로 발전하여, 아마존, 구글, MS, 페이스 북 등 글로벌 시가 총액 상위의 디지털 공룡기업들의 사업 표준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호혜적 디지털 생태계에 어울리는 인간상을 '공감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라는 라틴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가 막을 내린 70년대 부터 금융자유화, 무역자유화 그리고 세계화로 이어지는 "연결(Connection, 네트워크화)된 사회"의 부작용으로 급기야 21C 초에 글로벌 금융위기, 기후위기형 재난, 코로나 19 사태 등의 '전염 효과'를 드러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쇠퇴(탈공업화)'와 '소득불평등'의 심화와 같은 경제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결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 효과에 각국이 속수무책으로 대규모 피해가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자에 의하면 그 원인은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과거의 생산 위주의 산업사회 방식으로 대응한 결과"라 적고 있습니다.
결국, 제조업의 몰락과 플랫폼 기업의 부상, 무질서한 국제 경제질서, 탈공업화에 따른 일자리 양극화와 그 종착점인 금융화, 마침내 디지털로 연결된 IT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인류사적 전환인 셈이며, 이러한 초연결 세계의 핵심 가치로서의 '호혜성'과 '이타자리' 그리고 '공감형 인간'(호모 엠파티쿠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또한 21세기가 요구하는 인간상인 '호모 엠파티쿠스'를 양성하는 교육방식의 혁명이 전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차이와 다름, 다양성 등이 발휘되는 가정과 학교, 사회를 만들고, 다양한 경험의 기회와 함께 잘하는 것을 발휘하도록 지원해주어야하며, 타인과 협력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치 역량을 함양시킬 것을 주문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아이들은 '자율'과 '협력'이라는 디지털 생태계 내의 사회 규범이 체화되어 공감하는 '호모 엠파티쿠스'와 '자율적인 인간'(호모 오토노모스 Homo Autonomous)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기존 한국 사회의 병폐로 지적 받아온 '호모 에코노미쿠스'로 대변되는 '극단적 경쟁주의'와 승자독식의 '제로섬 사회'를 타파하고, 전혀 새로운 21C의 '초연결의 세계'인 디지털 생태계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본격적으로 펼쳐질 디지털 중심의 초연결 사회를 관통할 인류와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인간상을 정립하고, '모두를 위한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치인 '공감'을 한 차원 높은 경지로 승화시킨 책으로 기억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