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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6월
평점 :
7월 14일 정부에서는 지금부터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190만개를 만든다는 구상을 담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한국판 뉴딜'을 코로나19 사태의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경제 선도 국가 전략이라고 규정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위기를 기회삼아, 우리나라를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사회로 도약시키겠다는 전방위적인 구상과 함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그리고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 세 개의 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감염병 이후를 준비하는 정부의 한국형 뉴딜의 진행 방향이 기술 숭배나 성장 중독의 또 다른 반복이나 변형이어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재난 상황에서 긴급한 시민권 보호와 기술 민주주의적 가치를 확보하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문제는 단순히 비대면 기술의 활성화가 아닌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로 지치고, 힘든 시민들을 이제 사회적으로 어떻게 새롭게 결속할 수 있도록 연대의 기술을 마련하느냐에 있음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디지털의 배신 : 플랫폼 자본주의와 테크놀로지의 유혹>에서는 첨단의 신생 테크놀로지가 선사한 성장의 달콤한 열매 만큼이나 기술 숭배가 가져온 부메랑 효과들을 살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류가 도구적 이성에 기대어 테크놀로지를 욕망할수록 지구환경과 인간의 삶의 생태 순환계에 점점 균열이 가해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이러한 생태 균열은 우리의 일상, 사회, 노동, 미디어, 생명에 걸쳐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단적인 예로 '인수공통감염병'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든 자본주의 시스템이 무기력하게 정지되는 모습속에서 인간 욕망이 빚은 지구 균열의 위기상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테크놀로지 숭배에 대한 전면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지구 균열의 총체적 난맥상을 돌파할 변곡점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은 총 5개의 챕터를 통해 하나씩 논의되고 있습니다.
일상사회와 문화의 틈새를 파고든 신기술 알고리즘 기술 질서의 탄생과 강화, 플랫폼 기술이 구성하는 위태로운 노동과 무인자동화의 미래, 과학기술의 반생태적 조건과 '인류세'라 불리는 지구의 위기 상황, 코로나19 국면 속 비대면(Untact) 기술 확산과 노동, 정보, 인권침해의 문제, 그리고 이 모든 '디지털의 배신'에서 근원적으로 벗어날 시민 자율의 대안 가능성 여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5개 챕터의 타이틀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 봅니다. 본서의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지배하는 플랫폼 세계 :
플랫폼 기업들이 가상의 디지털 논리로 물질계의 질서 뿐 아니라 인간의 문화 취향까지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기계를 통해 관리할 수 있는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2.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의 야만성 :
알고리즘 자동화와 플랫폼 기술 시대에 여타 물질 자원처럼 취급되고, 배치되며 발생하는 고용 노동의 해체와 약자의 사회 배제 논리를 경고하며,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 관련 법, 제도 마련과 노동자들의 협력과 공생이 가능한 사회설계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3. 그린 뉴딜과 불타는 지구
동시대 지구온난화와 생명종 절멸 위기에 책임을 져야할 인간들이 그것에 무책임한채 과학기술 발전에 기대어 끝간데 없이 추구하는 성장주의적 욕망과 기술 숭배의 병폐를 되짚는다.
4.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포데믹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 퍼지면서 불거진 정보 인권의 문제와 비대면 지능 자동화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국가 진흥의 방향 속에서 되려 유통과 물류에서 잦은 대면 접촉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일용직, 특수고용직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 침해에 대해 고발한다.
5. 데이터 인권과 디지털 민주주의
지배적 테크놀로지에 대항한 시민사회 주도 아래 기술 대안의 기획과 구상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여기에는 우리 주위에 있는 기술 사물들에 대한 비판적 통찰 감가을 터득하는 새로운 '문식력(literacy)'의 창안과 '공유를 통한 기술민주주의적 가능성'이 포함된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본서를 통해 동시대 기술사회의 특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면서도, 주류기술의 퇴행에 맞서 대안의 상상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자원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