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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평점 :

인공지능을 포함한 기계(로봇)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견해를 지지해 주는 2가지 중요한 역설이 있습니다. 바로 "모라벡의 역설"과 "폴라니의 역설" 입니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게 오히려 쉽다는 아이러니'가 전자라면, '할 줄은 알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지식과 능력인 암묵지야 말로 인간 인지의 능력이며, 이는 기계가 모방하기 힘들다' 라는 것이 후자의 내용입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은 양대 역설의 견고함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걷고, 뛰고, 달리기 등 그간 기계에겐 불가능하게 보였던 인간 고유의 운동 능력을 보여주는 인공지능 로봇의 출현과 자동차 운전이나 얼굴 식별 능력 등과 같은 인간 고유의 암묵지를 모방하는 자율주행차량의 성공적인 런칭은 기계에 대한 인간 능력의 고유성과 우위를 더 이상 담보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특히 인간의 창의성을 모티브로 하는 예술 영역에 있어 기술(기계)이 모방 혹은 모사할 수는 없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이에 대한 회의론은 인공지능을 위시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즈음하여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에서는 예술 분야에서의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혹은 범용기술과의 접목을 통해 그간 소외되었던 예술의 여러 장애요인들을 극복하는 기회를 포착하고, 나아가 좀 더 진화된 예술, 창작자와 대중이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예술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발전하는 혁신기술들과 예술의 창조적 융합의 실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론을 통한 '공중예술(Air Arts)'로 부터, '바이오 아트(Bio Art)'의 현황, 평창 올림픽에 등장한 인면조를 모티브로 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가능성, 홀로그램을 포함한 '버닝아트(Burning Art)'의 비전, '이머씨브씨어터(Imersive Theater)'와 기술이 융합된 뮤지컬 공연의 현황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합창"을 중심으로 최근 화제가 된 5G통신을 예술에 활용하는 방안과 함께 정부의 문화재 지정사업과 관련한 빅데이터 활용 문화도시의 거버넌스 구축 방안, 스마트시티 사업과 예술의 접목 그리고 지방화 시대에 지역 예술 활성화 방안으로 중국 장예모 감독의 사례가 소개 되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이벤트 성' 시도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일시적인 호기심과 경이감 만을 남겨준채 사라진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로 '기술융합 예술'에 있어 기술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 지, 예술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지 갈팡질팡 할 때가 많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자 '정보'라는 예술사회학자 '아놀드 하우저(Arnold Hauser)'의 주장처럼 궁극적으로 '말을 서로 주고 받는 행위'야 말로 그 본질이라 했을때 오늘날 예술은 다양한 혁신기술과의 융합으로 이러한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으며, 근대 이후 대중들로 부터 소외 되었던 예술이 다시 재기를 도모하고 있음은 사실로 보입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센서를 통해 사물의 움직임과 사람의 활동내지 생각을 포착해 작품화 한다던지, 가상/증강 현실을 통해 실제와 가상 세계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가능케하는 전시예술 그리고 인간의 창의력을 모방한 인공지능 화가나 작곡가, 시인 등의 출현은 앞으로 다가올 예술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과 사람이 만든 예술의 구별은 갈수록 의미가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수요자의 입장에서 보면 나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퍼뜨리고 꿀을 얻듯 인공지능 예술과 인간의 예술 사이를 오가야 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과 예술의 융합된 다양한 사례와 함께 예술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치밀하게 연구하여 그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책으로 평가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