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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인간은 가장 오래된 원초적 욕망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나 아프지 않고, 늙지않고, 오래사는 것.. 바로 진시황이 그토록 꿈꿨던 불로장생(不老長生), 불노불사(不老不死)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가능케 할 기술들이 마련되고 있으니 이름하여,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혹은 스마트 헬스케어 (Smart Heathcare) 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심화에 따라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 하에서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CT 기술과 헬스케어의 융합, 즉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가 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하에서 향후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은 예측, 예방, 개인 맞춤 중심으로 변화되고,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ICT 기술과 헬스케어의 융합은 현재 어느 선까지 실현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이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200세 시대가 온다>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입니다.
독일의 대표시사지인 슈피겔(Der Spiegel)의 실리콘밸리 지사 편집장이며, 미국 수석 특파원이기도 한 저자는 10여년간 실리콘밸리의 연구소들을 극비리에 드나들며 다가올 전대미문의 "의학 혁명"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먼저 총 9장으로 이뤄진 본서의 소제목만으로도 실리콘밸리에서 준비 중인 디지털 의학 서비스의 현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거라 봅니다.
1. 세포는 소프트웨어다 : 알츠하이머병과의 전쟁을 선포한 디지털 생물학
2. 기계를 업고 도약하다 : 보건 시스템을 뒤바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3. 데이터를 가진 자가 길을 연다 : 의료 시장에 뛰어든 IT 대기업들
4. 분석하고 조작하고 정복하라 : 더 우수한 인간을 만들기 위한 유전학의 도전
5. 암이라는 괴물을 잡다 : 의사와 환자들이 희망을 거는 새로운 암 치료법들
6. 인체를 부품으로 대체하다 : 치료의 영역을 확장하는 합성생물학의 시도들
7. 200세 시대가 온다 : 영생까지 꿈꾸는 실리콘밸리의 유토피아주의자들
8. 당신의 주치의는 AI다 : 개인화, 정밀화, 예방으로 전환하는 의학의 패러다임
9. 새로운 의학은 새로운 인간을 만든다 : 2030년 건강 혁명을 앞두고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
기존 불치병으로만 여겨지던 알츠하이머나 암이 정복되고, 부모의 요구에 맞춰 유전형질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아기를 탄생시키고, 병들거나 고장난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갈아끼우는 등 영화에서나 봄직한 의료 혁명이 마침내 인간의 수명을 20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다는 유토피아적 현실로 다가서는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겁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수십년간 화학, 물리학, 물질과학, 로봇공학 등 모든 영역의 신기술이 하나로 융합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 현상 ! 그리고 이런 컨버전스 현상을 추동(推動)하는 '디지털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성장 !
이제 디지털 기술은 의학을 비롯한 산업 전 영역에 스며들어 기하급수적 성장의 배가효과를 드러내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곧 인간을 '컴퓨팅 과제'로 인식하고, 앞으로 다가올 생물학 혁명이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시사한다 하겠습니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 바이오 IT 등 융합 학문이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유형의 개인 맞춤 치료법과 약품이 개발되고 있으며, 세포를 프로그래밍하고, 인공장기를 배양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뇌와 기계를 서로 연결하는 등 인간의 수명을 50년 더 연장 할 수 있는 기술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고, 기술이 모이고, 기업들이 모이게 됩니다. 수십조 달러의 시장을 가진 의료시장에 구글, 아마존, MS 그리고 IBM과 같은 IT 공룡들이 뛰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경제 논리일 겁니다.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에서 실시간 수집된 생체정보(개인건강정보)나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나타내는 유전체 정보(DNA)의 양이 최근 디지털 기술과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으로 그 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개별적으로는 활용성이 낮았던 방대한 양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통합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밀의료, 예방의료 그리고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 등으로 의학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에 눈길이 갑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의사는 단순한 치료자이자 처방전 발급자가 아닌 건강 코치이자 건강 데이터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순간입니다. 이제 똑똑한 인공지능이 의사와 같은 전문가를 보조해줄 영역이 점점 확장될 것이며, 실제 의사가 행하는 의료 행의의 범위는 이미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전문영역을 포함한 지식 노동자들의 일자리 생태계를 바꿔놓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지막으로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와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윤리적 질문이 보다 근본적이며, 본질적인 양상을 띌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더 건강하게 장수할 기회가 주어질 것인가?", "아니면 건강도 신분의 상징이 될 것인가?", "의학적으로 가능한 모든 의료 행위를 행해도 될 것인가?", "생식세포 계열이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체에 관한 개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험과 치료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누가 결정할 것인가?", "누가 미래의 의학이 걸어갈 길을 닦을 것인가? 의료계인가? IT기업인가?" (P.17)
혁신적인 IT 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선택한 차기 혁명인 "의료혁명"의 최전선의 기술과 발전 방향 그리고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저자의 통찰이 인상적인 책입니다.
서문의 아래 내용이 본서의 핵심 키워드라 생각하며 인용해 봅니다.
"지난 100년 동안의 세계는 원자와 바이트라는 두 개념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인간은 원자와 바이트라는 개념을 발견함으로써 극소 단위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세 번째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정복하는 중이다. 인간이 생물학 정보를 통제0하게 되면 세상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간이 창조주가 되어, 진화의 다음 단계를 직접 통제할 날이 올 것이다."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