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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의 미래 -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엘렌 러펠 쉘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최근 인공지능(AI)의 정교함과 세밀함이 한층 강화되면서 인간의 지적영역의 업무들마저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최근의 보고서와 서적들의 일관된 주장은 '고용시장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는 점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대략 비슷한 내용들입니다. 예컨데,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진보로 인해 우리사회의 구조가 바꾸고, 급기야 미래일자리의 많은 부분을 독식할 것이라는 한마디로 '직업의 종말'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정부의 영향력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몰아가는 듯 합니다. 바로 일정 조건의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보장되는 '기본소득(Basic Income)'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 같은 것들 말이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일자리의 미래 : 왜 중산층의 직업이 사라지는가> 또한 서두에서 우리 모두는 일(Job)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재능을 발견하고, 세상과 어울려살아간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간 우리는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직업의 사다리'를 통해 중산층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나 그런 노력에 의한 지속적인 성장과 윤택한 삶은 지난 세기와 더불어 이별을 고한듯 보입니다.
21세기들어, 일자리 증가가 빈곤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고,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다소 마케팅적 요소를 지닌 '디지털 경제'는 소수의 호사스런 고소득 일자리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를 창출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명 '긱 경제(Gig economy)'이라는 이름으로 말이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는 오늘날 자유시장 민주주의의 대전제를 위협하는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졌다. 열심히 일한다면 당신이 원하거나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갈 수 있다는 대전제는 깨졌다."
사람들은 직업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으며, 고용시장은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 중산층을 형성했던 숙련된 기술자들의 일자리가 디지털 시대의 기술들(예컨데, 인공지능 등)로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바로 "모라벡의 역설" 처럼 말입니다.
인간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기계는 어려운 작업(손톱관리사나 식당 종업원의 작업)과 기계는 손쉽게 하는 일이 오히려 인간에게는 어려운 작업(회계, 부기, 법률분석 등)이 될 수 있다는 것......
'인터넷은 중간을 비우고 양극단을 키우고 있다'는 디트로이트의 부동산 관리회사 CEO의 이야기는 자못 큰 울림이 있습니다. 고서적이나 휘귀한 소장본을 구하기 위해 시골의 오래된 중고책방을 더듬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아마존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할 겁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이 되겠죠. 그러는 사이 동네 책방들은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말 그대로 일자리 자체가 증발해 버린 겁니다.
도서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다른 산업에서도 심지어 모든 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평균은 끝났다( Average is over)"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이는 더 이상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위협을 의미합니다. 양극단, 즉, 소득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는 인류역사상 지금보다 더 간극이 벌어졌던 시대는 없을 만큼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고작 1,600명의 사람들이 국민이 90%가 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합친 액수의 부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죠.
불행히는 우리는 자신의 일로 부터 삶의 의미를 발견하거나 더불어 행복해 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약화시키는 승자독식의 정책들을 당연시하거나 이에 둔감하도록 길들여 졌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본서는 전세계적인 일자리 대란의 원인과 현재 상황 그리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을 위한 교육' 문제를 되집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침체됐던 핀란드의 기적을 만든 교육방식,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협동조합의 문제, 누구나 생산자가 되는 메이커 운동 등 저자의 주장과 생각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본서를 통해 느낀 점 한 가지...
한 인간의 정체성, 삶의 목적 그리고 삶의 가치는 비단 직업 뿐 아닌 다양한 사회적 관계나 인간적 관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안정된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면서 그런 정체성, 목적, 가치 등이 오직 일자리나 직업에만 얽매여 매몰되어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래 일자리의 향방과 새로운 일자리 관계 설정이라는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