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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 - 진심, 긍정, 노력이 내 삶을 배신한다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세상을 살다보면 실로 많은 갈등과 복잡다단한 일들과 마주하곤 합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 우울감 또는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곤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의 저자이신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의 김영훈 교수는 '칭찬과 긍정적 사고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배신하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2가지 기본적인 동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기위해 돈과 시간 그리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너무나 귀찮아하고 싫어 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믿고 싶은대로 믿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서도 깊이 생각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고민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을 무작정 따라하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사람으로 평판이 나면 여러 이득이 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안정적 선택일 때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2가지 동기가 개인의 삶을 넘어 우리 사회에 잘못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본서를 통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혼, 사랑, 믿음, 예의, 노력, 좋은 관계, 긍정, 칭찬, 보상, 자유의지, 공유된 문화 등 듣기만 해도 우리들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긍정의 키워드들이 어쩌면 우리 삶을 철저히 배신하고 망가트릴 수 있음을 각종 심리 실험을 통해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즉, 이러한 긍정의 키워드들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동기, 보고, 듣는 대로 믿고 싶은 동기와 만나면 더 이상 우리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인 셈입니다.
"노력하면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말은 사실 지난 7~80년대의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하나의 격언처럼 우리사회를 지배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라는 키워드는 어느 문화권에 사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예컨데, 어려운 수학시험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미국인들은 25%이하가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60% 이상이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똑함'을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 개인의 태생적인 특성으로 인식하는 반면, 대부분의 동양인들은 노력에 의해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죠. 바로 이런 '노력신드롬'을 통해 우리는 노력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어릴 때 부터 지녀왔는지도 모릅니다. 성공했다면 노력했다는 식으로, 실패하거나 잘못했다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불변의 프레임에 갇혀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조차 모르고, 오직 노력하나만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삶이 미덕인양 공부하고, 또 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빠른 실패와 포기가 오히려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기존에 우리가 알던 '행복에 대한 상식'이 실은 나의 삶을 조금씩 갉아 먹어왔던 잘못된 프레임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좋은사람 컴플렉스'가 실제로는 나만의 편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의심도 해봅니다.
책 제목은 말그대로 '이기적'이라는 부정적 뉘앙스를 가집니다만, 실제 그 내용은 각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체가 아닌 개인과 그 개인의 행복이 궁극적으로는 전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다소 역설적인 내용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