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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인 더 게임 Skin in the Game - 선택과 책임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한 미래에 대한 경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원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4월
평점 :

경제 용어 가운데 '블랙스완(Black Swan)'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월가의 투자전문가,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 제목이기도 한 블랙스완은 매우 드물게 일어나지만 한번 벌어지면 엄청난 충격을 일으키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견한듯한 그의 책에 사람들은 열광을 하게되고, 일약 그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게 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스킨 인 더 게임> 은 전작인 <행운에 속지마라>, <블랙스완>, <안티프래질>에서 다룬 불확실하고 불투명한것들, 운과 확률의 작용, 인간의 착오, 리스크 그리고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서의 의사결정과 같은 주제들을 다룬 5권으로 된 <인세르토 Incerto ; 불확실성>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의 관심사는 '불확실성과 불평등', '무질서와 변동성', '가변성과 혼돈'과 같은 복잡계(複雜系)속에서 펼쳐지는 예측불가능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성찰과 고발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본서의 제목이기도 한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이란 "자신이 직접 책임을 안고, 현실문제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때 그 속에 내포된 실패와 위험을 회피하는 현상을 지적할 때 사용하는 용어죠.
그런데 이런 '스킨 인 더 게임'을 아슬아슬하게 즐기며,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낳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고, 오직 수익과 댓가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심각한 사회적 균열과 위기를 불러온다는 지적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정치, 언론, 학계 등 사회 전반에 이미 만연해 있다는 것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들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금융업자들은 철저히 리스크를 숨기고, 심지어 불활실성이 확대되었음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수익을 내는데만 혈안이 되었죠. 학자들은 실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밥루빈트레이드(Bob Rubin Trade)'라 부릅니다. 시티은행 회장으로 매년 엄청난 보수를 챙겨왔으나, 2008 금융위기 당시 시티은행의 지급불능 상태에서 대규모 정부재정을 통해 회생절차를 진행하게 됨에도 그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던 데서 비롯됩니다. '밥루빈트레이드 방식'에 매몰되다 보면 어느순간 '블랙스완' 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오롯이 평범한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짊어져야할 부채로 남게 됩니다.
연구실에 틀어박혀 현실을 이야기하는 학자들, 책상머리에 앉아 전쟁과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네오콘의 얼치기 군사전문가들, 실제 그 종목에 투자하지도 않고 투자를 권유하는 투자전문가들... 이들 모두는 자신의 핵심이익을 걸지 않은 채 그럴듯한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간섭주의자'(Interventionista) 들로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세상 곳곳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판입니다. 말로는 국민들의 삶과 행복에 모든 것을 걸듯 외치지만, 막상 자신들의 선택이나 행동에는 책임지는 정치인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오직 당과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모습들에 눈쌀이 찌푸러지는 때가 많습니다.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아무런 리스크도 지지 않는 이런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일은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오직 이익만을 따르고 손실과 책임은 피해버리는 가짜 지식인과 권력이 어떻게 일반 대중을 속이고, 회유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로 부터 파생되는 '선택과 책임간의 불균형'으로 비롯될 '제2의 블랙스완'에 대해 관련 신화, 종교, 철학, 과학, 역사 적 사건들과 연계하여 엄중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과 혼돈 속에서 자칫 미래에 대한 비전이 희미해질 수 있는 이 시기에 '올곧은 푯대'인양 길잡이 삼을 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