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이동 - 관계·제도·플랫폼을 넘어, 누구를 믿을 것인가
레이첼 보츠먼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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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마 '우버'나 '에어비엔비'를 통해 공유경제(Sharing Economy)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생태계를 말합니다. 우버의 경우는 '자동차'를 에어비엔비는 '빈방'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와 공유자를 연결해 주는 기술 플랫폼을 구현하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

우리는 왜 낯선 사람의 차를 스스럼 없이 타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집에 머물 수 있는 것일까요? 자동차와 집, 재능, 시간과 같은 개인의 유휴자산이 기술을 만나면서 가치를 창출하게 되면서, 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신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신뢰 이동>의 저자는 지금의 현시대를 세 번째 신뢰혁명의 시작점으로 진단합니다. 소규모의 지역공동체 속에서의 '지역적 신뢰(local trust)'에서 산업사회를 겪으며 탄생한 '제도적 신뢰(institutioanl trust)'를 거쳐 마침내 '분산적 신뢰(distrituted trust)'의 시대로의 진입이 그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유경제의 폭발적인 성장은 분산적 신뢰가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공유경제 플랫폼의 기술을 통해 서비스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평판을 남기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을 신뢰하는 새로운 원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신뢰가 판사와 규제기관으로, 행정당국과 전문가로, 감시단체 등으로 올라갔지만 이제는 신뢰가 수평으로 향하면서 같은 인간에게로, 때로는 프로그램이나 봇(bot)으로 흐른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권력과 전문성과 권위가 신뢰를 부여하는 원천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신뢰독점의 불신과 붕괴'는 이미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와 '딥워터 호라이즌 호의 기름유출사건' 그리고 'FIFA의 뇌물수수 사건' 등에서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정재계의 유착과 각종 비리사건이 비일 비재 합니다.

나아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가 미래의 화폐로 회자되는 이유 또한 분산적 신뢰에 기초한다 하겠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동일한 분산된 원장을 지님으로서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은 바로 분산적 신뢰를 디지털로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러한 신뢰에 대한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는 단순히 기술 자체라기 보다 기술 발전에 따른 대대적인 신뢰 이동에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합니다. 잘 훈련된 '챗봇과의 상담내용'을 믿거나, '헬스케어 기계의 경고신호' 등을 신뢰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분산적 신뢰를 잘 말해 줍니다. 물론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런 분산적 신뢰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오히려 불신이 생기고, 평점과 평가에만 집착하다 명예가 실추되거나 급기야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종종 접하는 요즘입니다.

"기술은 우리가 더 좋고, 더 새로운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결국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우리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는 상대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따라서 신중해야 한다. 분산적 신뢰에서는 '신뢰 휴지(trust pause)' 즉, 스마트폰을 자동으로 누르고 옆으로 넘기고 공유하기 전에 잠시 차분히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

이 사람이나 정보나 대상이 신뢰할 만한가? 이들이 무엇을 하거나 전달할 거라고 신뢰하는가? ...

이 잠깐의 시간으로 인해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나만의 소박한 방식으로 책임지는 것이다."

마지막 장의 저자의 잔잔한 외침이 많은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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