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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새라 케슬러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게 되면 엄청난 일자리 구조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이는 인구를 포함한 사회 구조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그리고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인합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를 일컫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 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미래일자리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긱이코노미란 1920년대 초 미국의 재즈공연장 주변에서 즉석에서 연주자를 섭외하여 공연을 벌이는 긱(Gig)에서 유래한 경제 분야의 신조어입니다. 최근에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크몽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과 관계된 '임시, 비정규, 독립형' 일자리 경제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답니다.
국내에서는 프리랜서와 유사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여러 명의 고용주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에서 '복수계약 비정규직'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에서 이미 수많은 사라들이 긱이코노미 체제안에서 수익을 얻는 독립형 일자리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코딩, 온라인설문, 승차공유, 쇼핑대행, 데이터 입력대행 등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대략 미국 인구의 1/3이 프리랜서라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Gigged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에서는 이런 긱이코노미의 허와 실을 실제 노동자들의 일상과 경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하고 있습니다.
본서에서는 우버, 에어비앤비 그리고 메커니컬터크와 같은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플랫폼 기업과 관련하여 수입을 올리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의 삶이 펼쳐집니다. 처음 시작은 당연 디지털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였습니다. 기존 베이비부머 세대의 평생직장, 안정적인 직업관에서 벗어나 밀레니얼세대에 걸맞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는 독립성", "근무시간과 조건의 유연성", 그리고 "경제적 자유"를 부르짖으며,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구조의 변혁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도한 긱이코노미에는 노동자가 지닌 기술의 희소성에 의해 결정되는 커다란 딜레마가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이념한 경제적자유, 독립성 그리고 유연성이라는 미덕은 결국 프로그래머, 크리에이터, 시스템 엔지니어와 같은 전문적이고 희소성있는 기술을 가진 이들의 몫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반해 희소성이 적은 단순 반복적인 기술인 운전기사나 청소부는 오히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로 부터 어떠한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채 최저임금 수준의 열악한 생활과 불안한 미래를 이어간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필요할 때만 고용하고 해고해 버리는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할 겁니다. 책에서는 이런 상태를 "실업과 번아웃에 대한 차악의 선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계 보조 수단에 머무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긱이코노미를 통해 생계 전체를 꾸려간다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사회전체의 '부의 불평등의 심화' 를 조장하는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교대 근무도 없고, 상사도 없고, 어떤 제약도 따르지 않는 어찌보면 이상적인 노동의 형태로 보여지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 !!
그러나 실제는 그런 독립성, 유연성, 경제적 자유라는 포장 뒤에 숨어 있는, 서로 다른 계층 간에 권력, 안정성, 위험을 놓고 다투는 오랜 역사속에서 가장 최근에 나타난 투쟁의 모습임을 알아차리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듯 보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알바몬' 이나 '크몽' 과 같은 긱이코노미의 모습을 한 플랫폼 사업이 자리를 잡은지 오래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의 인터넷 접근 환경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온라인 기반 중개 서비스를 바탕으로 시작된 긱이코노미의 국내 확산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상황 속에서 더욱 그럴테지요.
이는 미래일자리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차원의 고용안전망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법체제 상 정규직만 사회보장 서비스에 포함되는 내용을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사회에서는 특수형태의 단기계약직도 포함시켜 사회갈등 문제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저자의 결론인 마지막 문단을 인용해봅니다. 미래일자리의 대안으로 회자되는 긱이코노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비전을 품고자 하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긱 경제(Gig Economy)는 한 때 그 창조자들이 상상했던 것과 달리 '노동의 미래'에 대한 주문형 개선책이 아니다. 그러나 노동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전망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고를 기울여야 할지 고민한다면, 긱 경제가 현실의 생생한 사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p.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