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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2월
평점 :

최근들어 우리사회의 민낯을 잘 보여주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각자도생', '서열사회', '승자독식', '갑질민국' 등... 어쩌면 누군가에겐 천국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이미 지옥인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일컫는 말일겁니다.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간의 상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치열한 자기 밥 그릇 싸움이 상시적으로 뉴스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고, 서열로 줄지워진 자신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악착같고 집요한 탐욕은 급기야 "스카이 캐슬" 과 같은 최고 시청률의 드라마로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바벨탑 공화국>의 저자인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탐욕으로 얼룩진 한국사회를 그 옛날 신에 맞서는 인간의 욕망의 바벨탑에 빗대어 바벨탑 공화국으로 이름짓고 있습니다.
서열로 고착화된 사회에서 좀 더 높은 서열을 얻기 위한 각자도생형의 암투로 인해 결국 상생과 소통이 없는 불통사회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는 바벨탑 공화국의 시작이라는 겁니다. 고층 아파트로 상징되는 주거지로 부터 대학입시와 취업에 이르는 전 과정이 모두 서열화된 한국 사회....
당연 그 서열에서 낙오되면 '잉여'로 축출될 뿐 동정이나 연민이란 있을 수 없는 비정한 사회...
집값, 정규-비정규직, 서울-지방의 서열주의에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정치권의 문제해결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미 기득권을 가진 그들이 목메는 것은 지지율 뿐, 낙오자에 대한 배려를 부르짖는 그들의 진의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터입니다.
저자는 이 바벨탑 공화국의 주요 재산 축적 수단이 된 것은 단연 '부동산'이었으며, 이는 지방을 희생으로 한 사실상의 약탈이라 주장합니다. 부와 권력이 서울로 몰리는 "초집중화"가 바로 서열주의와 승자독식으로 만든 기본 베이스가 된 반면, 지방을 서울의 '내부 식민지'로 만들어 정치, 경제, 문화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생활의 중심을 서울에 포커싱해왔던 것이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컬어지는 "지방자치" 시대를 연지 어언 25년 남짓 되어가지만 선거에서 초집중화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울에 자산을 가진 지방 인사들에게 초집중화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위 인서울이라고 하는 서울 소재 대학들 또한 서울 초집중화의 '빨대'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역 주민들 또한 자기 지역 출신이 중앙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지역의 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하여 애초부터 서울 초집중화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서울 자체에서도 부분이 전체와 비슷한 구조로 동일한 승자독식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지속가능한 지방 분권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는 스마트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서울 초집중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인식과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ICT기술이 접목된 단순 '기술도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공동체를 이루는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깨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벨탑 같은 수직지향적 삶을 수평지향적 삶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 '사회'는 없고,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존재한다는 인식의 변화 그리고 오직 경쟁 일변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기존 각자도생식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구현을 내세우는 저자의 일갈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촘촘히 다져진 저 바벨탑을 바라보노라면 한 숨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저만의 무기력 만은 아닐 것 입니다. "잠든 사람을 깨울 수는 있어도 잠든 척 하는 사람은 깨울수 없다"는 절망적인 저자의 첨언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서울 초집중화와 서열 사회는 분리할 수 없다',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왜 조물주위에 건물주가 있다고 하는가?', 왜 무릎 꿇리기라는 엽기만행이 유행하는가?', '왜 지방민은 지방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왜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치는가?' 와 같이 다소 자극적인 테마를 잡고 있긴 하지만 우리사회의 만연한 병폐를 현미경적 시야로 들여다 보는 듯 미세하게 잡아내고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