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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전 세계는 소위 신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사상, 정보, 사람, 돈, 재화 그리고 서비스가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흘러다니는 말 그대로 '국경없는 Globalization'의 시대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또한 예외없이 이 새로운 조류에 뒤처지면 끝인 양 연일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각 계층의 세계화, 국제화 타령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개도국에서 선진국의 초입으로 진입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며, 최근 수십년 사이에 10억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존 선진국가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세계화가 결코 탐탁지 만은 않은 듯 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래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폭력과 압제를 피해 온 수많은 이슬람교인을 포함한 난민들의 대거 유입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많은 국가들, 생산비 절감을 위해 자국의 생산기지와 설비를 대거 아웃소싱한 나머지 제조업 경제가 후퇴하고, 일자리가 사라져 버려 중산층이 붕괴직전인 미국 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자본의 욕심과 탐욕으로 부터 기인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분노와 불안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 비정상적인 '저금리', '저성장', '저임금' 상태가 오히려 정상적인 상황으로 비춰지는 뉴노멀(New Normal) 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고용없는 성장과 부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독일 극우정당의 득세, 멕시코의 좌파 대통령 당선 그리고 브라질의 군 출신 극우인사의 당선 등은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분노와 불안의 표출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우리 대 그들>의 저자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이 신진 정치인들은 전폭적인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에 의해 그것도 주로 개혁이 지극히 어려운 지역에서 선출됐다..... 기성 정치권에 도전해 명성을 쌓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새로운 경계선을 그리는 재주가 있다. 그들은 국민이 자신의 권리와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앗아갈 것 같은 사람들에 맞서 싸우는 분열의 구도, 즉, '우리 대 그들'의 구도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의 대부분은 '우리 대 그들'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운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선동에 다름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정치인들은 대중의 불안과 분노를 먹고삽니다. 여기서 '그들'은 지역과 상황에 따라 부자나 빈자, 외국인이나 소수집단, 정치인, 언론가, 은행가 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안정적인 기반이 무너지고 생활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고, 또 국가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공략하게 됩니다. 위협을 느낀 이들은 비슷한 무리들을 찾아 서로 규합하여, 실존하는 적이나 혹은 날조된 적을 이용해 아군을 모으는 일에 전력하게 됩니다. 그렇게 '우리'가 되어 '그들'과 대치하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자랑하는 초연결 네트워킹 기술에 기댄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끼리끼리 문화를 심화시켜 '우리 대 그들' 의 경계를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전락한 건 아닐까요? 여기에 더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적폐세력 청산' 이라는 프레임이 또 다른 '우리 대 그들'의 분열 구도는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포퓰리즘 정치가들이 씌워놓은 '우리 대 그들'이라는 적대적 프레임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며, 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또한 각국의 현재 상황을 예로 들어, 이 프레임에 한번 걸려들게 되면 되돌리기 힘든 현실들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결과는 국민간 분열이 될 것이며, 이러한 현상은 날로 더욱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본서에서는 대략 12개 국가의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인 '우리 대 그들'의 분열 양상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브라질, 베네수엘라,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중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소위 진보와 보수, 기업가와 노동자, 가진자와 없는자 간의 '우리 대 그들' 프레임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사회를 짓눌러오고 있진 않나요?
우리는 직시해야합니다. 이 프레임을 활용해서 득을 보는 자들이 누구인지, 이러한 분열 뒤에 숨어 자신들의 권력을 조용히 쌓아가고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모든 것은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적 결핍'과 '일자리의 상실'이 이 모든 분열의 원인이며, 이를 교묘히 '그들'의 잘못으로 몰아가 '우리'의 표를 쟁취해온 모사(謀士)꾼들의 소행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식의 편 가르기에 편승하고 부화뇌동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대공황 시절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국민은 민주주의 대신 빵을 선택하고, 대신 그 모사꾼들에게 그들의 운명을 맡기게 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이었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현실이 힘들다고 어렵다고 방치해 두었던 '이성적 비판'의 칼을 다시 한번 갈아야할 때임을 일깨워주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