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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의 전쟁 -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 직면한 우리의 선택
앤드루 양 지음, 장용원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월
평점 :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ICT 기술들 예컨데,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이 기술들이 직업과 일자리 그리고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2가지 상반된 견해를 취합니다.
첫번째는 이 기술들이 우리의 노고를 덜어주고, 인류에게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 것이라는 믿음과 결국 기술로 인한 실업(기술적 실업)으로 인해 대량의 실직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기술의 양면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일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술은 우리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게 되는 걸까요? 기계에 대체될 가장 취약한 직업은 무엇일까요? 가장 안전한 직업은? ...
이러한 물음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사회에 본격적으로 논의된 2016년 이래로 지금까지 가장 큰 사회적 화두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보통사람들의 전쟁 :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에 직면한 우리의 선택>은 어쩌면 필자가 접한 미래일자리와 관련된 자료 중 가장 암울한 현실과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서의 저자인 앤드루 양은 실제 미국 주요 도시 현장에서 신규기업의 창업과 안정적 운영을 지원해주는 스타트업, 벤처 액셀러레이터로 오랜 기간 일하면서 업계의 현실과 관련 통계 자료를 통해 "첨단 기술을 통한 자동화와 일자리 상실의 물결은 더는 미래의 암울한 이야기가 아니며, 이미 한창 진행 중" 임을 역설합니다.
이는 비단 육체적 노동자군을 일컫는 블루컬러 직종 뿐 아니라 자산관리인, 변호사, 보험중개인 그리고 의사와 같은 고소득 화이트 컬러 직종도 예외가 아님을 의미합니다. 또한 짧은 시간안에 이뤄지게 될 기술의 무인 자동화 현상으로 부터 비롯된 이러한 피해는 기술사다리(Skill ladder)의 아랫 부분에 있는 사람들 즉,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어려운 비숙련 노동자들일 수록 더 심해집니다.
실업률과 불완전 고용률이 높아지면 당연히 약물남용, 가정폭력, 우울증, 이혼, 자살과 같은 사회 문제가 늘어나며, 궁극적으로 가정 해체 및 공동체 파괴와 같은 극단으로 치닫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비정상 상태를 극복할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하여 사회 전체의 역동성과 활력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보존하는 것은 기존 기업의 1차적 책무입니다. 그러나 지난 1980년대 이래로 불어닥친 신자유주의 물결과 기업의 주주가치 극대화를 통해 기업에 무한 자유를 부여한 결과, 기업의 1차적 책무는 "생산비용을 최대로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하는 일" 그리하여 "주주가치 극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평가의 잣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제 시장은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돈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방법을 찾은 듯 보입니다.
점점 더 저렴해지는 자동화 비용(로봇비용)은 이러한 추세에 날개를 달아주게 됩니다. 이제는 비록 새로운 기업이 번창하고 성장한다해도 과거처엄 사람을 많이 고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용없는 성장'은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얼굴인 셈입니다.
본서에서 저자는 규모가 큰 미국의 5대 직업군의 자동화에 따른 실업 위기를 경고합니다. 사무 및 행정지원, 판매관련, 요리 및 서빙관련, 운송 및 물품 운반 그리고 생산직 이 그것입니다. 1차적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매우 반복적이고, 자동화 할 수 있는 직업들인 셈이죠. 미국의 통계와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 그게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자동화가 진전되면 기본적, 반복적인 일을 하는 블루컬러 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보다 문제가 조금 더 복잡합니다. 화이트컬러냐, 블루컬러냐 또는 지적 기술이냐, 육체적 기술이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틀에 박힌일이냐 아니냐는 겁니다. 틀에 박힌, 매일 동일한 패턴으로 일하는 어떤 종류의 일자리라도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자산관리사, 증권거래사, 기자 뿐 아니라 예술가와 정신분석 전문가까지도 틀에 박힌 활동을 하는 직업이라면 점차 자동화 기술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최고 수준의 필요로 하는 일자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대미문의 대사건 앞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우선 저자는 거대한 역사적 변화를 헤쳐 나가려면 경제와 사회를 바꾸고 그 틀을 다시 짤 것을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2가지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그 첫 번째는 사회보장의 한 형태로서 모든 국민이 일이나 소득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 이며, 두 번째는 좀 더 본질적으로 시민 대다수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힘든 지경에 이른 오늘날의 자본주의 대신할 더 나은 자본주의로의 업그레이드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이를 '인간 중심의 자본주의' 혹은 '인간적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습니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관련해서는 토머스 페인, 닉슨 대통령, 밀턴 프리드만, 버니 샌더슨, 버락 오바마, 스티븐 호킹, 마크 저커버그 등 내노라 하는 가양 각층의 인사들이 입을 모아 그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습니다. 현재 핀란드, 인도, 캐나다,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이란, 미국 등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중이며, 몇 가지 반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현실세계에서 보여 준 성공에 힘입어 그 지지 기반을 점점 넓혀가는 중입니다.
기존의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의 목적을 위해 봉사하는 자본주의를 통해 보통 사람의 운명을 더 낫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저자가 제시하는 인간적 자본주의가 그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또한 일자리가 줄어도 걱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려면, 특히 기술이 인간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게 하려면, 그 무엇보다 중앙 정부가 나서 경제의 틀을 바꾸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음을 우리는 실감합니다. 지도자와 관련 기관이 더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리라는 사실과 해결책은 있지만 그러려면 많은 사람이 특히 기득권 층에서 목전의 이익을 포기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는 어쩌면 입에 발린 이 말을 저는 아직도 믿고 싶습니다. 결국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 우리사회를 허물어뜨리려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섬기고 있는 걸까요? 인간인가요 시장인가요?
곧 불어닥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와의 일자리 전쟁의 현실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를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한 책으로 평가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