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반전의 조건 - 대전환기의 위험과 대응
김동원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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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경제는 지난 해에 이어 빨간 불로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들은 위험수위에 와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을 밑도는 심각한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내수 소비의 원동력인 인구의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지 오래되어 보입니다.

전기를 산업동력으로 전환하는데 앞장 선 미국이 산업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대영제국으로 부터 패권을 가져온 지 100년만에 중국이 다시 미국의 패권을 노리는 '세기적 전환기' 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디지털 전환, 세계 정치경제 체계 측면에서는 세계주의의 후퇴를 의미합니다. 이는 곧, 생산활동의 중심이 기계에서 데이터로 바뀌는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대 중국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G1에 도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치, 안보, 문화적으로는 미국과 수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 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조만간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한국경제, 반전의 조건>의 김동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저성장 엔진에 고령화라는 무거운 짐을 싣고 선원들이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는 한국을 향해 대전환시대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여기서 갈수록 분명해질 2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저성장과 고령화의 함정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미, 중 무역전쟁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으며, 이것이 심각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과,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p.6)

그래서 본서의 주요 내용은 미, 중 패권전쟁의 양상을 띤 무역전쟁을 둘러싼 세기적 대전환의 시대가 한국경제에 미칠 위험과 그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4차 산업혁명 대비 국가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중국제조 2025'를 자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무역의 원천으로 간주하는 미국은 궁극적으로 미래 첨단산업에 있어 중국의 도전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 중 무역 분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0년 이후부터 아시아. 태평양 중시 정책인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전략'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으나, 트럼트 대통령 취임이후 부터 좀더 노골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 압박 수단을 관세에서 글로벌 공급사슬의 차단으로 바꾸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일대일 대결을 시장경제 블록과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비시장경제 블록간의 대결로 전환하여, 비슷한 손해를 보는 시장경제블록의 단합과 공동대응을 호소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 또한 주목해야할 내용입니다. 한국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일본, EU를 대중국 무역응징의 블록에 편입시켜 미국 중심의 연합세력을 편성하여 세계 무역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장기 전략의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전망하는 미, 중 무역전쟁의 판세는 어떻게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승리가 확실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현재와 같이 미국의 글로벌 공급사슬의 압박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국가자본주의를 혁신하는 대신 중국경제의 취약 부문을 개선하고 효율성을 제고함을로써 오히려 미국에 대한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 대기업의 반발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속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군사적 대치 국면까지 포함한 신냉전체계의 갈등까지 가중되어 더욱 복잡하고 불활실한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곧,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가져올 위험성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죠.

당연히 한국의 입장에서 수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입니다. IMF의 예측에 의하면, 무역마찰로 인한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2019년 최소 0.56%에 달할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성장률이 중국의 성장률 감소로 인하여 2019년 최소 0.25% 저하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다른 위기는 '중국제조 2025'의 추진으로 중국의 수입대체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여 조만간 기술 수준에서 한국의제조업을 추월함으로써 한국으로 부터 수입했던 중간재의 범위가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디스플레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한국기업들이 밀려나고 있으며, 대중국 수출의 1/3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가 그 다음 타깃이 될 전망입니다.

이러한 외부적 악재와 더불어 장기 저성장 시대의 기록적으로 낮은 실업률과 악화되고 있는 고용상황, 역동성을 잃은 경제여건 등은 산업생산 구조의 심각한 왜곡을 불러왔으며, 특히 반도체, 전자부품을 제외하면 제조업은 지난 5년간 생산활동의 감소를 이어왔습니다. 당연히 제조업의 대외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제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투자 침체 보다 주목해야 할 양상은 대규모 기업의 진입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조 신생기업의 감소와 소멸기업의 정체로 제조업의 역동성이 크게 낮아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제조업체 수의 감소와 더불어 제조업의 고용이 감소하는 이른바 "경제의 조로화" 현상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대내외적인 암울한 '한국경제의 반전의 조건' 은 무엇일까요?

201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7%에서 2012년 2.3%로 급격한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2011년 9월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고 그 여파로 2012년 세계 경제가 큰폭으로 침체된 바로 그 시점입니다. 현재 국제 경제 여건이 2012년의 데자뷔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금융측면에서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이로인한 금리역전으로 인한 대외불균형 압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으며, 2017~8년 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호황에 의지해왔던 한국경제는 2019년 중국과 세계 경제의 위축과 함께 국제 금융자금의 이동으로 인한 금융충격까지 직면함으로써 실물과 금융, 주식시장과 부동산, 국내와 해외에 결쳐 그야말로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에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겪은 이후라 2012년의 그것 보다 더 큰 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을 뛰어 넘을 총체적인 위기 대응 전략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우선 경제 생태계를 개선하여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구조 개혁으로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저상장 추세에도 불구하고 성장잠재력을 최대한 제고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경제 시스템과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는 조언입니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폭 넓은 상품 생산역량을 가진 한국 경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을 아우러고, 섬유제품에서 반도체까지 모든 공산품을 수출하는 '다차원의 허브경제'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허브경제의 장점을 경쟁력으로 한국경제의 성공 경험을 다른 개도국에 이전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합니다. 이렇듯 경제 생태계를 혁신하고 일관된 정책을 지속으로 추진하여 강한 경제력을 끌어올리면서, 이와 함께 고령사회에 대비한 튼튼한 사회안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기존 우리 사회는 앞서가는 경쟁자를 따라 잡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고압력 사회'(압축성장시대)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의 대전환이 진행되는 지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경쟁해야 하는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가 만들어지는 사회, 즉, '저압력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점 또한 잊지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의 대, 내외적 현 상황과 반전의 기회를 엿보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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