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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 - 철학과 과학으로 풀어 쓴 미래정부 이야기
김광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해마다 년초가 되면 으레 정례화된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올 한해 경제전망을 분석하기 위한 각종 TV의 좌담회나 경제전망 관련 프로그램들이죠. 올해도 어김없이 정부의 경제, 외교, 안보 정책 등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정부의 3대 주요 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그리고 "공정경제"에 대한 실효성과 이에 따른 찬반양론으로 사회가 둘로 나뉜 듯한 모습입니다. 찬성을 하는 쪽, 반대하는 쪽 모두 자신이 처한 주관적 입장에서 바라볼 뿐 오히려 정략적인 도구로 까지 전락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무엇을 위한 성장인지,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착각이 들 지경입니다.
당연 정부의 모든 전략과 정책은 오롯이 국민들 즉, 가계와 기업의 공생과 동반성장을 목표로 합니다. 민주국가의 정부는 빈부를 초월하여 모든 국민을 포용할 것을 약속과 함께 국민을 대신해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이양받은 공복(公僕) 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해 드릴 <좋은 정부>의 저자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의 김광웅 명예교수는 조금은 결이 다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믿고 기대며, 뭔가를 바라는 정부는 공복(심부름꾼)이라기 보다는 어쩌면 종교를 믿는 신도들의 신(神)과 같은 존재로 변질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그 신(神)을 떠받드는 공직자들의 관료적 권위주의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아시다 시피 지난 날 고도 성장기의 정부와 기업의 조직구조는 19C말의 막스베버(MAx Weber)의 사회와 경제 이론에 기초한 관료제(官僚制, bureaucracy) 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근대 서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상적 조직 관리 방식으로서의 관료제는 잘 정의된 권한과 책임, 표준화된 규정의 적용, 공식화된 기록유지 등을 통해 운영의 합리성이 유지되도록 설계된 조직형태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100년 이상된 낡은 관료제 위에 권위주위라는 구시대적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부 공직자들의 행태는 일방적인 소통과 변명하기, 몸집 늘리기, 자리 차지하기, 자리 올라가기에 목숨을 거는 듯 비춰집니다. 관료적 권위주의의 본질은 권력이라는 말입니다. 본질적으로 세를 키워야하니 조직을 키우고, 인력을 들리고 승진 계단 올라가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죠.
이렇듯 오늘의 정부의 시대착오적 발상을 지적하는 저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데이터 경제시대를 맞이할 내일의 정부는 큰 틀에서의 '획기적인 공직 패러다임의 변화' 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도구적 합리주의의 미망에서 깨어 '상상력'을 탑재한 진일보한 조직으로 거듭나라는 말입니다. 이제 모든 정책 결정을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자료만으로도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은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정연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에서는 전문가도 아닌 몇몇이 두문불출한채 자신들끼리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국민의 참 공복으로서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개인별, 집단별, 세대별로 진단하고 처방해주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 미래의 좋은 정부의 공직자(공무원)들의 역할이 될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유발하라리가 우려한 '데이터교'의 폐해가 드러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즉, 데이터 분석은 궁극적으로 불평등을 더욱 야기하고, 빈자를 더욱 빈하게, 부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프로세스 자체는 인공지능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 담당하겠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그 결과를 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결국 공직자(공무원)들일 터이니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닌 윤리의 문제 혹은 인문학적 성찰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기술은 부차적일 뿐 문제와 그 해답은 항상 원론적인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정부로 가는 길은 그 원론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정부나 정권을 위해 일하는 직업인 집단이 아닌 오직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많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당연한 진리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책을 보면서도 사실 불편한 부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자신 보다는 국민을 먼저 위하는 솔선수범하는 공직자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라는 논리는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는 뜻으로 비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기시대 만도 못한 관료 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참으로 답답하고, 혼란했습니다.
저자의 전공분야인 행정학, 정치학과 더불어 철학, 과학, 수학 그리고 문학 등 다방면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오늘의 정부와 미래지향적인 정부를 해설한 방대한 책입니다. 어쩌면 공직에 계신 분들이 읽게 된다면 치부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 만큼, 몸담은 조직에 대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심정으로 일독해도 좋은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