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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도시의 삶은 정말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가
마즈다 아들리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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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UN의 통계에 따르면, 2050년경에는 세계 인구의 4명 중 3명이 도시권에 살 것이라고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고,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원에서의 삶'을 예찬하는 각종 미디어가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보여주는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드는 것일까요? 도시의 다양성, 문화적 자원, 건강관리 및 개인 개발을 위한 많은 기회들이 보장되고, 상대적으로 많은 일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일 겁니다. 일거리와 놀거리는 우리들 삶의 반경을 규정해 왔으니까요. 그러나 동시에 소음과 공해, 고독, 폭력과 프라이버시 문제 등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품은 도시 생활의 일면일겁니다. 갈망은 하지만 영원히 성취할 수 없는 희망고문은 또 다른 도시민의 스트레스는 아닐런지?
모든 현상과 사물에는 장, 단점이 존재하는 법.... 결국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도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안에서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최대한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정신과의사이자 스트레스 전문가인 '마즈다 아들리(Mazda Adli)'는 그의 책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Stress and the City>에서 다음과 같이 묻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의 뇌는 대도시에서의 삶에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을까?", "도시 스트레스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자극을 주는가?", "도시를 매력적이고 유익한 삶의 공간으로 만드는 데는 무엇이 필요한가?"
런던의 인구가 100만에서 1000만이 되기까지는 1세기(100년)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메가시티(Mega City)는 매년 50만명이 넘는 곳도 많습니다. 이처럼 도시화는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본서에서 제시하는 정신, 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도시 거주자가 특정 심리적 질병의 위험이 높다는 것을 우선 지적합니다. 우울증을 포함한 도시의 정신 질환 위험은 농촌 인구의 약 1.5배 높으며, 불안 장애로 인한 위험은 1.2 배, 정신분열증 발병의 위험은 2배나 높으며, 도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실제로 시골 거주자 보다 3배나 높다는 것입니다.
특히 예측할 수 없고 통제 할 수 없는 도시인들의 삶은 2중, 3중의 복합적인 중증 스트레스를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워 때의 운전자의 스트레스 수준은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 조종사와 비슷하다는 연구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때 도시거주자의 뇌와 시골 거주자의 뇌는 다르게 반응하며, 도시인의 뇌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죠. 스트레스는 여기서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도시인이 경험하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독에서 오는 사회적 스트레스는 도시에서의 삶에 전제되는 여러 장점들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합니다.
본서에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꼭 맞는 '이상적인 도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많은 녹지, 더 많은 극장, 유연한 상점의 영업시간 등, 사람에 따라 원하는 바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죠. 또 누군가는 경찰과 CCTV를 더 늘려야한다거나 자전거 도로를 더 만들어야 한다고도 합니다. 24시간 365일 모든 시간, 장소에서 만사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유토피아의 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대신 도시재생사업이나 스마트시티 건설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사용자와 동떨어진 도시 공간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모습의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도시'로 부터 기대하는 바를 우리 스스로 수용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능동적인 모습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시청을 포함한 지자체와 정부기관 그리고 각 구청의 초청으로 '스마트시티(Smart City) 대응과 전략' 에 대한 강의나 특강을 자주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마트시티는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단 첨단 기술을 통한 시민의 안전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일자리 문제 해결을 통해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고, 보호하며 삶의 의욕을 고무시키는 도시, 도움이 필요할 때 외면하지 않는 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소망을 실현시켜주는 비전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청을 포함한 지자체의 "생활밀착형, 체험 중심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주민의 참여도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그들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이 아닌 소음, 교통, 환경, 고독 등 도시의 다양한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은 물론, 어떻게 하면 도시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갈 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읽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우리에게 유익합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에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대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하는 것은 우리들의 몴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저 도시에 사는 것을 넘어, 도시를 이루는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