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 카오스부터 행동경제학까지, 고품격 심리학!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학과 관련된 서적을 좋아합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고,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하여 그 깊이와 넓이를 마치 우주의 광대함에 비유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간의 뇌는 대략 1,000억개의 신경소자인 뉴런과 1,000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전형적인 '복잡계(complex system)' 입니다. 가히 우주 다음으로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답니다. 2000년대 들어 엄청난 발전을 이뤄낸 인공지능(AI)의 딥러닝 알로그즘 또한 이런 인간의 뇌의 판단과 추론을 모방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오감에 있어 일부 기능 예컨데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은 이미 인간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행동뒤에 숨은 심리학 : 카오스부터 행동경제학까지 '고품격 심리학!>는 그간의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인간의 심리 법칙과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실용심리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심리학적 모델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논지가 되겠습니다.

본서의 머릿말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국의 한 비영리 단체에서 자문변호사를 시간당 30달러의 비용으로 초빙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비영리단체의 명예직 변호사로 모신다고 하니 지원자가 몰려들었다는 겁니다. 돈이 아닌 '명예'에 초점을 맞춘것이 제대로 적중한 케이스 입니다. 당연히 경제학적으로 설명이 되진 않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대략 본서에서 다루는 인간의 심리학적 모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인간의 뇌와 복잡계의 구조 : 신경소자 네트워크 모델, 되먹임현상, 나비효과

2. 카오스와 복잡계 : 혼돈과 패턴, X이벤트 vs O링 이론, 자기 조직화

3. 행동경제학 : 비합리적 소비, 즉흥적 충동적 인지오류, 휴리스틱

4. 인간의 판단 : 엉터리 논리학과 패러다임 시프트, 인간의 시각과 청각의 비합리성

5. 확증편향과 기억 : 무의식에 복종하는 인간의 뇌, 거짓기억

6. 마인드 버그와 편견 : 너무나 이성적인 비합리적 인간, 당위의 신념과 그릇된 신념

7. 결정 장애 : 햄릿증후군

8.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 인생이 B와 D사이의 C인 이유, 많은 선택지와 줄어드는 선택의 폭

9. 율리시스의 계약 : 스스로 나를 구속하는 심리

10. 개념적 소비 : 허영과 애호, 베블린 효과 vs 스놉효과

11. 집단사고와 집단 지성 : 집단극단화, 집단사고의 함정과 아폴로 신드롬

12. 익명과 루시퍼 효과 : 익명의 말과 행동, 상황과 인간의 본성, 도플갱어

13. 비밀엽서 클럽 : 열병모델

14. 질투의 역사 : 질투라는 이기적 DNA, 살리에리 증후군

15. 거짓말의 심리 : 악의의 거짓말, 이타적 거짓말, 선의의 거짓말

16. 통계의 함정 : 그럴듯한 거짓말, 새발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17. 심리의 전염성 : 베러테르 효과와 전파되는 범죄

18. 인지부조화 : 합리화, 이리듐프로젝트, 선택에 실패하는 4가지 유형

19. 방관자 효과 : 설마, 나하나쯤이야, 착한 사마리아인

20. 므두셀라와 스톡홀름 증후군 : 언제나 과거는 아름답다?, 나도 모르게 우리가 된다.

21. 프로이트와 성 : 리비도, 성적욕망 vs 정신적 에너지

22. 끼리끼리 심리 : 유사성효과, 웨스터마크 효과

23. 님피와 핌피 : 욕심과 탐욕의 경계, 공유지의 비극

24. 공진화와 평균회괴, 관점의 차이, 편 가르기

25. 허위의식, 위조된 기억, 애빌린 패러독스

26. 패거리 문화와 군중심리, 램프 증후군, 마녀사냥의 심리

27. 고슴도치 딜레마, 확률과 게임 이론, 좌우의 심리

책을 읽다보면 두꺼운 심리백과사전을 정리한 축약본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왠만한 심리학적 담론들은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부상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의 심리 해석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 부분은 예전에 읽었던 "심리학으로 팔아라" 라고 하는 책이 생각이 나더군요.

또 한가지..

불교의 경전 중 하나인 '열반경(涅槃經)'은 석가모니께서 열반하실 때의 설법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 가운데는 '군맹평상(群盲評象)' 즉, 장님이 코끼를 만지듯 모든 사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자신의 주관으로만 해석하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경계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요즘 유명하는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같은 웃지못할 스토리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진리는 또한 이런 과정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편협한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진리는 요원(遼遠)해 지고, 잘못된 시각 차에서 온 맹신과 아집만이 진리인양 착각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녀간의 갈등, 지역간의 갈등, 빈부의 갈등은 모두 남을 돌아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갇힌 이들이 만들어내는 심리적 병폐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됩니다.

인간의 심리는 결코 하나의 단어,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할 수 없는 '절대 복잡계의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모순과 아이러니로 똘똘 뭉쳐진 인간 심리의 말단을 잘 풀어 쓴 책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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