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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 최근 몇 년 사이 대 히트를 쳤습니다. 심리 카운셀러이자 철학자인 일본의 기시미 이치로(岸見 一郎) 씨가 쓴 "미움 받을 용기" 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인정욕구"는 인간의 기본 본성이지만, 이 욕구를 버리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임을 제시했답니다. "미움 받을 것을 두려워 하지말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결국은 '자존감(自尊感)의 자기 고양' 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심리적, 철학적 접근으로 기억합니다.
기시미 이치로씨의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마흔에게>에게 라는 책입니다. 일본어 원제목은 '老いる勇氣' 즉, '늙어가는 용기' 쯤으로 번역되는 이책에서 저자는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상들 특히 내가 늙어감에 따라 더 늙어가는 부모님들과 관계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우선 행복의 가치 즉 "존재의 가치는 생산성의 차이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는 저자의 주장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늙어짐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미약함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생산성에는 분명 젊음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지금껏 노력과 나이를 거듭해 온 지금이기에 가능 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저 자신부터 2~30대에 할 수 없었던 생각이나 능력을 이제서야 실천하고 행동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5~60대의 많은 분들이 "18세의 자신으로 돌아가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전과 비교하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 와 현재를 바꾸기 위해 한 걸음 내디디는 것이 중요하다" 는 저자의 충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부모님과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40세를 넘어서게 되면 부모님과의 돌봄의 관계가 서서히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 이전에서는 부모로 부터 보호와 지원을 받던 관계에서 이제는 그들을 보호하고, 병이 있을라치면 간호를 맡아야할 관계로 바뀌게 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관계의 역전 상황' 에서 오는 혼란이 지속되면 서로 간의 오해와 섭섭함이 깊어져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전락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부모를 바라보고,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의 관계에 집중하라는 저자의 제언은 사실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부모가 옳고, 자식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에는 크게 공감을 하게 됩니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