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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경제 세계사 -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결정적 장면 35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오늘날 우리는 각종 매체와 SNS에서 24시간 365일 뿜어져 나오는 각종 지식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식의 쓰나미 시대입니다. 물론 그 속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를 포함해 개인의 신변잡기로 부터 우리사회를 규정짓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거시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지난 세기, 우리는 소위 '지식근로자'의 시대를 역설한 앨빈 토플러나 피터 드러커 등의 수 많은 미래, 경제 학자들의 증언을 기억합니다. '지식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끊임 없는 지식의 추구'에 대한 담론들이 그것 입니다.
어느 덧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그런 '지식의 비대칭성' 은 더 이상 생존의 무기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통해 누구라도 쉽게 지식을 찾아 볼 수 있게 됨으로써 '모든 지식이 '검색어'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히 지식을 가진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많은 정보들 속에서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지식을 습득하고, 진위여부를 구별해 내느냐가 또 다른 생존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수 많은 정보 과잉시대에 자신만의 선구안을 가질 방법은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보이는 경제 세계사>의 저자인 오형규 기자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는 시대 ! 지식의 눈을 밝히기 위해서는역사 지식이 필수이다.
먼저 지나간 이들의 발자취에 불확실한 오늘과 내일의힌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사실 채 200년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진 극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 유럽의 귀족보다 더 부유하고 안락한 삶을 사는 현대인의 생활 수준, 백과사전 수십 권 분량의 지식을 제공하는 스마트폰, 금값보다 비싸 특권계급이나 먹을 수 있던 후추 그리고 갤리선에서 증기선으로 그리고 자동차와 비행기로의 발전 등...
본서에서는 이런 변화의 역동성 속에 숨어 있는 당시 사람들의 열정과 모험, 도전 정신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존 저자의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는 거시적인 경제사의 흐름을 보여주었다면, 본서는 거시적인 경제사의 이면에 흐르는 '돋보기로 관찰한 미시경제사'라 할 수 있습니다.
본서는 7개의 Part와 각 파트별 5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경제사적으로 의미있는 총 35가지의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Part 1. 대변화의 경제 세계사
중세와 근대를 연결하는 페스트,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세계경제지도를 바꾼 중국인, 70억 인구를 먹여살리는 방법, 기술혁신에 실패한 영국의 자동차 산업
Part 2. 전쟁의 경제 세계사
고대의 가장 남는 장사는 전쟁, 지중해 최강국 로마의 멸망 원인, 유럽최강의 스위스 용병, 세계경제를 바꾼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갤리선과 갈레온을 통한 중세와 근대 해양 패권 쟁탈전
Part 3. 상업과 무역의 경제 세계사
로마와 중국을 오간 고위험, 고수익 벤처사업인 카라반을 통한 육상교역로, 규모의 경제를 이룬 해상무역, 시공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말의 역사, 향신료를 둘러싼 네덜란드와 영국의 뒤바뀐 운명, 노키아의 몰락 원인인 '퍼스트 펭귄' 이론
Part 4. 음식의 경제 세계사
커피하우스에서 이뤄진 최초의 보험과 주식거래, 맥주 제조를 권장한 중세유럽,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누들, 권력의 상징에서 비만의 주범으로 전락한 육식, 큰 이윤을 남긴 유럽 열강의 삼각무역
Part 5. 법과 돈의 경제 세계사
역사를 관통한 기본 세율은 10%, 화폐라 신뢰를 잃으면 휴지 조각과 같다, 과중한 세금은 혁명으로 이어진다. 중세의 모험대차 거래에서 진화한 보험의 역사, 최초의 국제 금융그룹 로스차일드
Part 6. 사회와 문화의 경제 세계사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의 메디치 효과, 야만의 대명사가 된 반달족, 영국의 곡물법 파동으로 촉발된 지주와 신흥 자본가의 마찰,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노동시장의 미래, 초고속 시대에서 느리게 살기
Part 7. 자원과 과학기술의 경제 세계사
연금술을 통한 황금과 영생에 대한 인류의 집착, 구리가 최고의 금속인 이유, 자원의 축복과 재앙, 과학에도 경제원리가 작용할까,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할 수 없는 일
우리 사회가 고대로 부터 중세 그리고 근세와 현대로 넘어 오기까지의 수 천년의 역사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방면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함으로써 지나온 세기의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과 도전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입장에서 Part 7의 에피소드들에 눈길이 갑니다. 중세 연금술을 지나 코페르니쿠스와 뉴턴의 과학혁명, 근세의 기계혁명 그리고 PC와 인터넷의 정보화 혁명을 거쳐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실로 인류는 좀 더 편하고,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으로의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AI 포비아(AI phobia)' 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제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는 저자의 생각은 일견 'Sapiens' 의 저자 '유발하라리' 를 떠오르게 합니다만, 인간의 지식과 인식의 매커니즘을 모방하고, 급기야는 감정마저도 모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출현이 머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안심하기는 이른 듯합니다.
방대한 경제사적 자료를 보기쉽고, 알기 쉽게 풀어 놓은 상당히 재미있는 책입니다. 전체적인 세계 경제사의 흐름과 더불어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