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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 -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한 장면
이현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8월
평점 :

여러분은 혹시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밀로의 비너스'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고대 그리스 조각예술의 백미로 불려지는 이 작품에는 사실 두 팔이 잘려 나간 불완전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일부 미술 애호가들은 두 팔이 없어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는 다소 이색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왜? 밀로의 비너스는 두팔을 잃게 되었을까요? 사실 밀로의 비너스는 1820년경, 당시 오스만터키 제국의 식민지인 그리스 밀로스섬에서 출토되었습니다.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어 터키당국에 강제로 빼앗긴 이 비너스는 프랑스의 요청으로 팔려가게되었다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입장과 프랑스와 터키 해군간의 격전을 통해 프랑스가 무력으로 탈취해갔다는 그리스인들의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답니다.
이 전투 과정에서 밀로의 비너스는 한 쪽팔이 잘려나가 바다에 빠진 것을 프랑스 함대가 건져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정식 수입한 작품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나머지 팔마저 잘라내어 아예 팔이 없는 비너스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래서 그리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여 2020년까지 반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의해 수탈된 문화재는 비단 그리스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의해 약탈된 외규장각의 많은 문헌들이 아직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있고, 당시 피 식민지의 많은 미술품을 비롯한 문화재가 파괴되거나 약탈된 과거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미술관에는 수 많은 히스토리가 있다.그래서 미술관은 전쟁의 역사이다 !
이렇듯 전 세계인들이 찾는 미술관의 작품에는 그들 하나 하나의 사연과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이야기하듯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한다면 미술관은 오롯이 전쟁사로 채워진다는 말이 일리가 있습니다. 본서 <미술관에서 만난 전쟁사>의 저자 이현우 씨는 이야기 합니다.
"다빈치에서 뒤러, 루벤스, 램브란트, 김홍도에 이르기까지 거장들의 붓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전 세계 미술관이 전쟁터가 된다."
본서는 총 4개의 Chapter와 각 Chapter 마다 12~15개 정도의 에피스드들이 담겨 있답니다.
1. 전쟁의 승패는 늘 사소함에서 갈렸다 !
2. 탐욕의 참극
3. 피에 묻힌 진실
4.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인류가 지금껏 거쳐온 전쟁은 규모나 기간에 관계없이 모든 전쟁이 고통이고 아픔이고 지옥이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그리고 무엇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짓밟고, 빼앗고, 살육해왔던 것일까요? "모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패자의 아픔도 고통도 그리고 절망을 뒤돌아 볼 겨를 없이 진화, 진보 그리고 성장이라는 허울안에 갛혀 앞만 보고 달려왔던 것일테지요.
본서를 통해 다시 한번 인류가 남긴 예술품을 통해 지난하게 이어온 과거의 잔혹한 전쟁사를 뒤돌아 봅니다. 그 속에는 분명 승자와 패자가 아로새겨져 있지만 돌고 도는 역사의 수렛바퀴 안에서는 단지 찰나(刹那)에 불과한 춘일몽(春日夢)임을 느끼게 됩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예컨데, '여성속옷(브래지어)을 입었던 전사들', '일본의 야마토 전함이 호텔로 변한 이유' 그리고 역사에 자주 나오는 '백만대군'의 진실과 같은 깨알같은 에피스드들은 역사를 소환해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