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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경제학 - 누가 내 노동을 훔치는가?
현재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7월
평점 :

"세상은 불합리로 가득차 있다"는 말이
요즘처럼 많이 회자되던 시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의
양극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 듯 합니다. 지난
해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RM)에서는 세계경제포럼 2017 연차총회 개막을 앞두고 보고서하나를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에는
"세계 1%의 부호들이 나머지 모든 인류이
부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슈퍼리치 61명의 재산은 하위 50%의 재산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부를
축적해왔으며, 세계경제가 일격에 휘청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44%나 부를 늘렸다는 사실은 우리가 부르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 속의
일말의 불합리가 존재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1980년 대 이후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본격적인
작동에 따른 금융경제의 부상은 이들 슈퍼리치의 부를 빠른 속도로 견인해주었으며, 빈익빈 부익부로 대변되는 양극화는 이런 금융자본주의의
팽창과 그 궤를 같이 해왔지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보이지 않는
경제학>의 저자는 단언합니다.
"금융경제는 부를 생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금융을 통한 부의 축적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금융경제가 실물경제의 노동을 훔치고
있으며, 이것이 신자본주의의
기본정신이다."
사실 경제란 "먹고 사는 문제" 즉,
"생계유지"와 동의어라고 봅니다. 그래서 경제활동란 인간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원래 화폐(돈)이란 재화나
서비스의 교환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였지요. 즉, 경제활동(산업)이 목적이고 금융은 수단이라는 이야깁니다. 그러나 이제 금융시장이 팽창하면서
금융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렸습니다.
금융이 실물을 지배하는 시스템
하의 경제학적 잣대는 오직 "숫자와 그래프" 입니다. 숫자와 그래프만이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하기에 오늘날 주류 경제학은 구매력이 뒷받침된 유효수요(有效需要)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래서
실제 가난한 자의 필요와 욕구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구상의 수 많은 가난하고
소외된 게층의 삶은 다루지 않고 다룰 필요도 없겠죠.
전적으로 본서
<보이지 않는
경제학>은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짐짓
소외된 일반인,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기존 경제학에서 논의하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분배에 대한 개념을 되짚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을 상정하고 논의되던 주류경제학에 반해, 감정을 가진 이타적 본성의 인간으로의 회귀와 그에 대한 연구로서의 경제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창"으로 이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답니다.
본서의 결말 즈음에
등장하는 키워드하나를 뽑아 봅니다.
몸집이
커질수록 성장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일본이나 독일만큼 커지면 좋겠지만
이제부터는
천천히, 조금씩 클 수 밖에
없다.
성장이
멈춘다고 성장률이 0%에 머무른다고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통탄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만큼은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왜
꼭 더 벌어야만 하는가?
이만큼 커졋으면 이제 질(質)을 돌아볼
때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분배구조의 재구성이다.
파이가 커진들, 99%가 가난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국가의 부가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려면 성장 지향의 경제에서 나눔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본서에
나오는 내용중에는 새로운 경제학 사상이나 이론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다만 기존 경제학자들의 성장관점에서의 논의에서 한발짝 빗겨나
"성장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음"을 각종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어쩌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의 주를
이루는 "소득 주도 성장"과 일맥하는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이냐
"분배"냐는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태동과 더불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으며, 이에 대한 정답은 따로 있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을 이루었던 "성장 우선주의"가 비난을 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균형잡힌 시각을 마련할 기회로서 본서는 그 효용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