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다카하시 도루 지음, 김은혜 옮김 / 한빛비즈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은 문과형 인간인가요 ? 아니면 이과형 인간인가요? 문과를 졸업했다고 문과형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 처럼, 이과를 나왔다고 이과형 인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문과형의 경우 개별적이고 사소한 사건들에 대한 "구체화"가 뛰어나고, 이과형은 본질에 집중하여 요점정리를 잘하는 "추상화"에 더 소질이 있다고 하니, 이는 소양이나 기질 그리고 경험에서 비롯된 개인의 특질이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눈 앞에 벚나무가 있고, 건너편에 매화나무가 있다면 이과생은 숲 전체를 조망한 뒤 '이곳은 편백 숲이다'라는 본질을 간파한 후 편백을 중심으로 숲의 관리 방식을 고려합니다. 다만 이과생의 경우, 나무 한 그루씩 구체적으로 돌보는데는 서툴 수 밖에 없습니다.

문과생의 경우는 어떨까요? 나무 한 그루씩 요령있게 돌보면서 벚나무의 병충해 등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잘해나갑니다. 그러나 숲에서 우선해야할 편백의 전체적인 관리 예컨데 벌채나 식림등에 따른 관리 등은 생각하지 못한 채 눈에 띄는 벚나무와 매화나무 돌보는데만 집중하게 되지요.

이런 문과형 인간에게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인공지능(A.I)이 가깝게 느껴질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지닌 고도의 알고리즘의 총체' 라는 점에서 더욱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제가 읽어본 <로봇시대에 불시착한 문과형 인간 : 인공지능이 멀게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을 통해 인공지능과의 심리적 괴리를 어느 정도 좁혀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와세다 대학에서 '기술철학'을 강의하는 저자의 관심은 '특이점(Singularity)' 이후의 윤리문제 즉, 인공지능이 전 인류의 지능을 뛰어 넘는 시기에 기계와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가치와 윤리문제로 향합니다. 인간을 대신해 생각하는 인공지능, 인간과 기계, 인공지능이 융합해 탄생하게될 사이보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들이 인간과 무엇이 다른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술의 진화는 다시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는 것이죠.

아래의 순서로 논의가 진행됩니다.

1. 인공지능과 함께 산다는 것
2. 딥러닝의 정체
3.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으면 어떻게 될까?
4. 기계와 인간이 융합하는 미래
5. 기술을 철학하다
6. 사이보그 경제 시대
7. 포스트휴먼을 생각하다

본서에서는 현재 기술로 구현가능한 혹은 미래에 구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많은 인공지능 관련기술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머릿속의 생각만으로 다양한 장치를 사용하는 기술인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 BMI)'나 다양한 이식용 장기를 만드는데 성공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 iPSC)' 그리고 안구안에 특수렌즈를 삽입하여 시력을 증강하고 대상물을 촬영할 수 있는 '사이보그 렌즈' 등이 그것입니다.

이렇듯 인간을 뛰어넘는 기술은 이미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다가와 있음을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자신을 뛰어넘는 기술을 거부하지 않는 본성이 있지요. 지난 수 백년간의 산업혁명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편리함과 쾌적함 그리고 생활 및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그 기술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예컨데 기술적 실업이나 인간성 상실과 같은 인간가치의 본질적 물음에도 답할 준비를 해야합니다.

분명 지금껏 인류는 언제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이 거대한 도전과 더불어 기술 개발이 가져올 장점과 부작용으로 인해 '멈추기를 바라면서도 멈추지 않을 것' 입니다. 이런 인간의 본성 때문에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 기술 발전에 대한 인문학적(철학적) 담론이 현시점에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