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우리 모두 마법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선 가끔 아주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일곱 살 때 시력과 어머니를 모두 잃은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어떤 정규 교육도, 혜택도 받지 못하고 시각장애인으로 청소년기를 살았다. 그러던 중 다행히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잃었다. 평생을 부두 노동자로 허드렛일만 하던 그 남자는, 또다시 시력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였는지 책읽기에 광적으로 집착했다. 

 이 남자의 미래는 어떻게 됐을까? 단순히 광적인 취미 말고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가난한 노동자로 삶을 마감했을까? 그는 바로 '길 위의 철학자'로 알려진 에릭 호퍼(Eric Hoffer)다. 방대한 양의 독서를 통한 독학으로 자신만의 사상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던 그는, 덕분에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런 마법같은 일은 우연히 벌어지거나 한 가지 예로 나타나지 않는다. 우린 그것을 많은 위인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세계적인 발명가 에디슨은 학창시절 수준 미달의 학생으로 낙인이 찍혀 쫓겨나기도 했었고, 인민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학교를 그만두고 도서관에서 홀로 독서를 통해 학업을 지속했다. 이밖에도 역사에 기록된 대부분의 위인들은 독서를 통해 성장했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규 교육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에서 뒤떨어진 이들이 세계적인 위인이 될 수 있었던 독서가, 마법같은 일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란 말이가?

 

 세상 속에 있지만 세상과 단절한 채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 도서관.

P. 48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는 평범한 직장인이 독서를 통해 인생을 송두리 채 뒤바꾼 김병완 씨의 경험담이 담긴 책이다. 삼성에서 11년간 근무하며 미래를 보장받고 있었던 저자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그만둔다. 그리고 약 3년간 그는 도서관에서 미친듯이 책을 읽었고 1년 6개월동안 33권의 책을 쓰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 역시 마법을 부린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건 독서를 통한 지식의 함양이 아니라, 도서관이 부여하는 마력이 의식의 전환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의 의식이라는 건 굉장히 놀라운 힘이여서 '할 수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여기 저자가 말하는 재밌는 예가 하나 있다. 저자 역시 다른 책에서 인용한 문구다.

 

 전설적인 육상 선수 로저 배니스터는 세계 최초로 1마일 달리기에서 마의 4분 장벽을 깨뜨린 선수다. 그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이른바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4분 장벽을 인간 육체의 한계라고 믿었다. 그러나 배니스터는 그렇게 믿지 않았다. 배니스터가 4분 장벽을 깨뜨리자, 잇달아 수많은 선수가 기록을 경신했다. 배니스터의 믿음은 자신의 기록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육상 선수들의 기록까지 바꾸어 놓았다.

 배니스터가 역사적인 기록을 세운 지 한 달 만에 무려 10명의 육상 선수들이 다시 4분 장벽을 무너뜨렸다. 1년 뒤에는 37명이 그 한계를 넘었다. 그리고 2년 만에 그 숫자는 300명으로 늘어났다. 최초로 4분 장벽을 깨뜨리는 데 거의 50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그 이후로 300명이 추가 되는 데는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것은 배니스터가 그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때 불가능했던 것이 이제 일상사가 되었다.

 _조원기, 《내 삶의 열정을 채워주는 성공학 사전》

P. 191

 

 이처럼 사람에게 의식이란 힘은 굉장한 것이고, 그 의식을 바꿀만한 힘은 도서관에 있다고 말한다. '내 인생은 앞으로도 크게 뒤바뀔 일이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지금의 당신도 도서관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마법이 일어나 격천지동할만큼 인생이 변화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 

 

 당신은 당신 안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눈에 보이진 않지만 당신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 당신과 함께 태어나 조금씩 자라는 바로 그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_존 맥스웰

P. 85

 

 

 

 김병완 씨가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필요한 게 한 가지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처자식이 있는 40대의 나이에 11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결심을 한 것 이유는 스스로가 원하는 진짜 인생을 살고 싶어서였다. 사회라는 큰 구조물의 작은 톱니바퀴가 되어 굴러가는 수동적인 삶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미칠 수 있고 빠질 수 있는 능동적인 삶을 원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학교에서 수동적인 공부를 했던 것에 익숙한 자신에게, 도서관은 능동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위대한 학교라는 것을 알려준 곳이었다. 

 

 산을 오른다. 짐승처럼, 망설임도 없이. 땀범벅이 되어 오직 정상을 목표로 오를 뿐이다. 오르는 동안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테지만, 오로지 높은 곳을 향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한다. 사람은 그같이 우매한 짓을 때때로 저지른다. 마음의 여유를 잃고 이해타산적인 행동만을 중시한 나머지 오로지 그 관점에서 인간적인 것조차 모두 쓸모없는 짓이라 간주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의 인생 자체를 잃게 되는 일이 번번히 자행되고 있다.

_프리드리히 니체(시라토리 하루히코 편역)

P. 147

 

 이렇듯 이 책은 내 안에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하고 있다. 인생이 뒤바뀔만한 마법을 두 눈으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목격하고 싶은 사람이 할 일은 딱 한 가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진지한 고민을 한 후 도서관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라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그렇다. 나를 죽이지 못하고 나로 하여금 평생 절필하도록 만들지 못한 그들은 나를 강하게 해준 스승일 뿐이다.

P.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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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비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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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평] 「하비비」낯선 것과의 조우

 

 

 

 여행이 무엇이냐고 정의를 물어본다면 여러 사람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견을 내놓을 것이다. 여행은 곧 사진. 추억. 휴식. 인생 등 여러가지로 대답할 수 있다. 내 마음 속으로 내려진 여행의 정의는 이렇다. 낯선 것과의 조우. 

 처음 느끼는 대기의 달콤함, 처음 보는 풍경의 아름다움, 처음 듣는 소리의 신비함, 처음 맡는 냄새의 매혹, 처음 먹는 음식의 달콤함 등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감각을 요동치게 만든다. 사진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여행의 물증(?)은 아니지만 내 세포를 단 하나라도 바꿔줄 수 있는 여행의 산물들이다. 

 

 처음 그 문장을 접했을 때부터 이제까지 주구장창 우려먹는 문장이 있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라는 문장이다. 이처럼 여행과 독서의 관계를 속시원하게 정의를 내려준 문장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독서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먼 곳으로 또는 가깝지만 갈 수 없었던 곳으로 여행을 가는 기분이 든다. 내가 가진 삶과는 다른 낯선 삶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각은 여행과 다름없다. 

 



 크레이그 톰슨의 만화「하비비」는 그야말로 대단히 낯선 것이었다. 최근 출간 된 책 중에 김창훈, 홍승동 씨가 쓴「낯선 것과의 조우」라는 책이 있지만, 어찌된 인연인지 「하비비」를 통해서만 그 제목이 각인되고 말았다. 「하비비」와의 만남은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이 었고, 그것과의 조우는 하나의 완벽한 여행과 같았고 굉장히 반가운 일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의 인생이 소설에 의한 인생이었다고 한다면,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창시절은 만화와 게임에 의한 인생이었다. 지금은 국민 만화가가 된 허영만, 윤태호 선생님들의 작품 중 알려지지 않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누구나 제목을 들으면 알 수 있는 만화, 만화 좀 봤다 하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무명의 만화까지 안 읽어본 만화가 없다고 자부한다. 

 만화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대로 쌓인 나에게, 새로운 만화책으로 신선함을 느끼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소재, 주제, 그림체, 캐릭터라고 생각될 뿐이다. 「하비비」와의 만남으로 기대했던 건 바로 그런 신선함이었다. 크레이그 톰슨이라는 최고의 작가, 하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에게서 얻어내고 싶은 것은 일상을 흔들어줄 낯선 감각이었다. 




 기대할수록 실망이 큰 법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기대를 너무 적게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큰 충족감을 줬다. 크레에그 톰슨이 그려낸 인생, 이슬람 세계, 생명, 세계관, 사람은 너무나 거대해 담기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특히 굉장히 추상적으로 묘사된 그림체는 이걸 '만화책'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음악은 소리로 표현하는 예술이고, 문학은 글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하비비」는 만화와 컷으로 표현하는 예술이었다. 「하비비」에서 표현 된 신비로운 이슬람 세계, 매혹적인 아랍 문자, 흥미로운 코란의 이야기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야기 중심을 구심점으로 빨려들가는 큰 힘이있었다. 




 일반적으로 예술에는 '드러내기'와 '낯설게 하기' 두 가지 기법이 있다. 작가 혼자 만의 세계에 갖혀 독자를 헤메이게 하지 않기 위해 어느정도는 '드러내며',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시킬 수 있으며 감정의 동요를 유발할 수 있는 '낯선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놓아야 독자들에게 좋은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보면「하비비」는 '낯설게 하기'에 약간 치우쳐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웹툰의 단순하고 직관적인 그림체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하비비」의 그림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세계와의 단순한 접촉만으로 당신의 색(色)이 바뀔지도 모른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지 않은가? 「하비비」는 그런 힘을 가진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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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삼국지 인물 108인전
최용현 지음 / 일송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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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서평] 「삼국지 인물 108인전」삼국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e-book)


 


 

 나는 삼국지를 무척무척 좋아한다. 만화로만 읽은 삼국지의 종류가 적어도 10가지 이상은 되고 삼국지 연의를 바탕으로한 소설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편찬된 삼국지 정사, 자치통감을 심심할 떄마다 뒤적였으며 삼국지를 주제로 공개된 게임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 만화책으로 처음 접한 삼국지를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즈1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삼국지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연의가 하나이고, 진수가 쓴 위서, 촉서, 오서를 통틀어 말하는 정사 삼국지가 하나다. 두 개의 삼국지는 허구로 구성된 소설이라는 점과 실제 역사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지만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바로 구성의 차이다.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는 시간 흐름의 순서대로 전개되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이지만, 정사 삼국지는 시간의 흐름을 배재한 채 인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인물 열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위서는 위나라를 창업한 조조전부터 시작해서 그의 아들 조비전, 손자 조예전으로 이어지고 촉서는 유비의 종친으로 알려진 유언전, 유장전과 그 다음 유비전으로 이어진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도 바로 정사 삼국지와 같은 구성으로 엮어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SBS에서 방영된 K팝 스타에서 양현석 심사위원은 이런 말을 했다. 출연자가 타이거JK와 비슷한 랩을 보여주고 아무런 색깔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타이거JK의 랩을 듣지 출연자의 랩을 들을 이유가 어디있겠느냐 하는 말이었다.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이 정사 삼국지와 똑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아무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정사 삼국지를 재치고 「삼국지 인물 108인전」를 읽을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의외로, 「삼국지 인물 108인전」를 읽을 이유는 정사 삼국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사 삼국지는 삼국지에 관해 아주 지극한 관심이 있지 않은 독자가 보기에는 너무 딱딱한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정사 삼국지에는 인물들의 출생이나 친척 관계, 식읍 등이 알아보기 힘든 단위로 일일이 열거되어 있는 한편 생전 듣도보도 못하고, 앞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의 열전까지 포함되어 있다(이선, 윤묵, 맹광, 내민 이런 인물들을 아시는가?). 

 그에 비해 「삼국지 인물 108인전」은 삼국지를 읽는 데 꼭 필요한 인물 108인을 뽑아 알기 쉽게 나열해놓았다. 삼국지를 이야기하며 꼭 언급해야 할 인물들과, 놓치기 쉬운 인물들을 꼭꼭 모아놨고, 그들의 에피소드와 활약을 쉽게 축약해놓았다. 삼국지를 알지 못하는 독자라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관찰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건 단순히 시간적 흐름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는 방법과 차별화된, 삼국지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의 또 다른 특징은,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 연의가 주장하는 정통성에 중간 단계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삼국지 연의의 경우는 유비를 정통으로 세우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고, 정사 삼국지의 경우는 조조를 정통으로 세우며 인물들을 언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 연의의 경우엔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인물들이 거의 신격화 되어 있고 조조는 악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사 삼국지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도 힘들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는 법이기 때문에 조금의 왜곡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위서, 촉서, 오서 중 위나라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촉나라의 존재에 관한 촉서가 분량이 가장 적은 것만 보더라도 촉나라를 차별하는 것을 볼 수 있다(워낙 촉나라의 인재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하나의 사건, 전투, 인물,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일일이 입장이 바뀌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일관적으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 「삼국지 인물 108인전」는 이 가운데에서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살펴보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렇다면 사실과 근접한 이야기는 뭘까를 충분하고 면밀히 말해주고 있다. 실제 역사와, 소설 사이에서 헷갈려하는 독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저자의 배려라고 할까? 

 

 이제까지 언급한 「삼국지 인물 108인전」의 특징을 요악하자면 이렇다. 정사 삼국지의 구성인 인물 중심 구성을 따르고 있다. 정사 삼국지보다 쉽고 알아보기 쉽게 적혀있다.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 연의의 입장을 두루 살펴보며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3가지 특징만 살펴보더라도 「삼국지 인물 108인전」는 기존의 삼국지 팬과, 그렇지 않은 독자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더군다나 인물 중심의 읽기 쉬운 삼국지의 등장은 쌍수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삼국지를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이야기가 중심이냐, 인물이 중심이냐의 선택! 그것은 이제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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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의 소스(source) 즉 하나의 컨텐츠(contents)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시킨다는 뜻.
[네이버 지식백과] 원 소스 멀티 유즈 [one-source multi-use] (영화사전, 2004.9.30, propag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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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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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설 읽는 방법」소설 읽는 방법을 반드시 알아야할까?


 



 「책을 읽는 방법」으로 꽤 좋은 반응을 얻었던 히라노 게이치로가 후속편격인 「소설 읽는 방법」을 출간했다. 출간 배경은 이렇다. 「책을 읽는 방법」에서 속독보다는 슬로 리딩을 권하는 내용을 말했다. 그에 대해 책 읽기가 한결 편해졌다는 좋은 반응도 있었지만, 속독을 무작정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속독으로 읽어도 되는 책, 주로 자기계발서나 정보서 등과 슬로 리딩으로 읽어야만 하는 책을 구분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 의견을 수렴한 히라노 게이치로는 슬로 리딩이 가장 필요한 장르는 소설이라는 판단하에 「소설 읽는 방법」을 쓰게 됐다.

 

 책은 기초편과 실천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기초편에서는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간략하게 정의하고, 지나가는 굼벵이마저 스마트하고 빠른 이세상에서, 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소설을 읽어야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이어서 매커니즘, 발달, 기능, 진화 등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소설을 분석하는 기술적인 측면과 이 소설은 '무엇'이다 라는 궁극의 술어를 찾는 과정, 그 과정에 포함된 화살표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말해주고 있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천편은, 저자가 고른 소설의 내용 몇 페이지를 첨부해 어떻게 분석하는지 보여준다.


 



 

 책의 의도는 분명하다. 프로 작가, 프로 독서가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평생동안 읽고 쓰며 익힌 소설을 읽는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조금 더 쉽고, 재밌고,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분석 독서법이 담겨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목만을 바라봤을 때 이런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소설을 읽는 방법을 꼭 알아야 할까? 아니, 소설을 꼭 분석하면서 읽어야 하나?

 「소설 읽는 방법」이란 제목은 어딘가 목적성이 느껴진다. 마치 자기 소개서 쓰는 방법, 인맥 넓히는 방법, 상사에게 잘 보이는 방법과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처럼 말이다.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거나 관계 개선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처럼, 소설 읽는 방법이라는 제목은 즐기거나 감동을 받는 원초적인 소설의 목적과는 다르게 정답을 찾아내거나 오독을 막기 위한 방법론, 이론서처럼 느껴진다. 

 아마 저자도 이런 반응을 우려했는지 여러 페이지를 사용해서 소설을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낭만적인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에 대해, 소설이란 원래 감정의 동요를 즐기기 위해 읽는 것이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보다 우선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나도 똑같은 의견이다. 내가 어떤 소설을 읽을 때는 역시 감동하면서 읽고 싶고, 독자분들이 내 소설을 읽어주실 때는 더욱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략)

 그래도 소설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어떤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한 작가의 작품이 어떤 식으로 성장해가고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대답할 수단이 이쏙 그것을 잘 알게 되면 소설을 사랑하는 방법이 변화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P. 47~48





 

 히라노 게이치로 역시 소설을 읽으며 '감동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 동의하며, 대한민국 현대인들이 책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답을 찾는 소설 분석을 권하지 않는다. 오히려 창조적인 오독을 즐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면 이 책에 대한 정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이기전에 독자였던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다독가에게서, 소설을 읽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 받아, 조금 더 재밌고, 쉽게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고 결정적으로 그건 소설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큰 원동력을 만들어 줄 책!

 

 정의라고 했는데 너무 긴 게 아닌가 싶다. 내 식대로 편하게 해석하면 이렇다. 매일 청결하게 하고 다니는 여자의 그 청결함에 반했다. 알고보니 그 청결함은 직업상 매일 아이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이었다. 그래서 난 그녀의 청결함과 더불어 마음씨에도 반하게 되었다. 

 이런식 아닐까?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사랑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주는 것. 그것이 내가 느낀「소설 읽는 방법」의 궁극의 술어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제시하는 방법적인, 기술적인, 감정적인 소설에 대한 분석이 얼마나 많은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개인적으로 문예창작과를 나온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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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
빌 포셋 지음, 권춘오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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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골라 보는 실수들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은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실수들, 100가지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이다. 역사를 이끈 위대한 리더들이나 지식인들의 치밀한 계획 이외에 예상하지 못한 실수들을 통해 큰 전환점을 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역사를 바꿀만한 치명적인 실수란 존재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명백한 '실수'는 100가지로 나열할만큼 많지 않다고 본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듯이 그들의 실수 하나로 역사가 바뀌었다는, 그들이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었을 거라는 상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역사가 어떤 전환점을 맞았을 땐, 지금까지 쌓여온 행동과 생각들이 축적되어, 지각판이 움직이듯 천천히 태동하여 그 윤곽을 들어내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변화를 단 하나의 실수만으로 초래했다는 생각은 너무 과도한 포장이 아닐까. 대부분의 역사적 실수는 계기를 제공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 했을 뿐 역사를 바꾸는데 주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에는 전쟁에 관한 실수가 많이 등장하는데, 전쟁에는 필연적으로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패자는 그가 했던 행동을 실수로 지적 받는다. 그렇다면 승자에겐 실수가 없었을까?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실수가 없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책에서 증명하고 있다. 다만 패자이기 때문에 그것이 더 돋보일뿐이다. 실수가 역사를 바꿨다기보다는 역사가 실수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극단적인 실수의 예는, 100가지 에피소드 중에서도 오롯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흑사병과 고양이의 복수'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유행병 중 하나였던 흑사병은, 병의 근원이 고양이라는 미신에서 비롯되어 대대적인 학살이 이루어지고, 개체수가 늘어난 쥐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염됐다. 이런 게 바로 역사를 바꾼 실수 아닐까.

 

 하나의 예를 더 살펴보자. 100가지 실수 중 가장 재미있고 짧은 에피소드로 소개 된 '포스트잇의 탄생'을 살펴보자. 이 '실수'는 접착테이프를 만든 스펜서 실버라는 회사가 조금 더 우수하고 접착력 강하며 쉽게 떼어지는 접착테이프를 개발하다, 쉽게 떼어지지만 접착력이 약한 물질을 개발하게 되고, 이는 4년 후 포스트잇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에피소드다. 

 포스트잇의 개발은 직장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게 과연 '역사를 바꿨다'고 까지 말할 수 있는 실수일까? 애초에 실수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스펜서 실버는 접착력이 강하며 쉽게 떼어지는 접착테이프를 만드려고 시도했고 그것에 실패했을 뿐이다. 실패를 곧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보통 생각하는 극적이고 뚜렷한 '역사를 바꾼 실수'가 가득 들어찬 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는 꽤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100가지나 되는 이야기는 짜투리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여가 요소다. 하루에 1가지 이야기를 읽어도 100일을 즐길 수 있다는 포만감은 대단하다. 아마 요즘 출간하는 책들의 제목 중에 숫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이에 기인한 마케팅일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실수들이 잘못된 행동에서 초래한 결과라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 미국의 분열을 초래했던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무능함' 같이 허를 찌르는 에피소드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역사를 바꿨다는 데까지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큰 영향을 준 게 확실한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이며, 운명과 사람, 그리고 지금도 끈임없이 걷고 있는 역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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