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
빌 포셋 지음, 권춘오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서평]「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골라 보는 실수들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은 역사를 바꾼 치명적인 실수들, 100가지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책이다. 역사를 이끈 위대한 리더들이나 지식인들의 치밀한 계획 이외에 예상하지 못한 실수들을 통해 큰 전환점을 준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역사를 바꿀만한 치명적인 실수란 존재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런 명백한 '실수'는 100가지로 나열할만큼 많지 않다고 본다. 역사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듯이 그들의 실수 하나로 역사가 바뀌었다는, 그들이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다른 세상이었을 거라는 상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역사가 어떤 전환점을 맞았을 땐, 지금까지 쌓여온 행동과 생각들이 축적되어, 지각판이 움직이듯 천천히 태동하여 그 윤곽을 들어내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변화를 단 하나의 실수만으로 초래했다는 생각은 너무 과도한 포장이 아닐까. 대부분의 역사적 실수는 계기를 제공하거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 했을 뿐 역사를 바꾸는데 주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에는 전쟁에 관한 실수가 많이 등장하는데, 전쟁에는 필연적으로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승자와 패자가 생기고, 패자는 그가 했던 행동을 실수로 지적 받는다. 그렇다면 승자에겐 실수가 없었을까?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실수가 없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책에서 증명하고 있다. 다만 패자이기 때문에 그것이 더 돋보일뿐이다. 실수가 역사를 바꿨다기보다는 역사가 실수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극단적인 실수의 예는, 100가지 에피소드 중에서도 오롯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흑사병과 고양이의 복수'일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유행병 중 하나였던 흑사병은, 병의 근원이 고양이라는 미신에서 비롯되어 대대적인 학살이 이루어지고, 개체수가 늘어난 쥐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전염됐다. 이런 게 바로 역사를 바꾼 실수 아닐까.

 

 하나의 예를 더 살펴보자. 100가지 실수 중 가장 재미있고 짧은 에피소드로 소개 된 '포스트잇의 탄생'을 살펴보자. 이 '실수'는 접착테이프를 만든 스펜서 실버라는 회사가 조금 더 우수하고 접착력 강하며 쉽게 떼어지는 접착테이프를 개발하다, 쉽게 떼어지지만 접착력이 약한 물질을 개발하게 되고, 이는 4년 후 포스트잇으로 활용하게 된다는 에피소드다. 

 포스트잇의 개발은 직장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이게 과연 '역사를 바꿨다'고 까지 말할 수 있는 실수일까? 애초에 실수라고 판단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스펜서 실버는 접착력이 강하며 쉽게 떼어지는 접착테이프를 만드려고 시도했고 그것에 실패했을 뿐이다. 실패를 곧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보통 생각하는 극적이고 뚜렷한 '역사를 바꾼 실수'가 가득 들어찬 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역사를 바꾼 100가지 실수 1」는 꽤 쏠쏠한 즐거움을 준다. 100가지나 되는 이야기는 짜투리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여가 요소다. 하루에 1가지 이야기를 읽어도 100일을 즐길 수 있다는 포만감은 대단하다. 아마 요즘 출간하는 책들의 제목 중에 숫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이에 기인한 마케팅일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실수들이 잘못된 행동에서 초래한 결과라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아 미국의 분열을 초래했던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무능함' 같이 허를 찌르는 에피소드도 빠트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역사를 바꿨다는 데까지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큰 영향을 준 게 확실한 에피소드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이며, 운명과 사람, 그리고 지금도 끈임없이 걷고 있는 역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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