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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삼국지 인물 108인전
최용현 지음 / 일송북 / 201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서평] 「삼국지 인물 108인전」삼국지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e-book)

나는 삼국지를 무척무척 좋아한다. 만화로만 읽은 삼국지의 종류가 적어도 10가지 이상은 되고 삼국지 연의를 바탕으로한 소설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편찬된 삼국지 정사, 자치통감을 심심할 떄마다 뒤적였으며 삼국지를 주제로 공개된 게임은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다. 초등학교 때 만화책으로 처음 접한 삼국지를 그야말로 원 소스 멀티 유즈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즐기고 있다.
삼국지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 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연의가 하나이고, 진수가 쓴 위서, 촉서, 오서를 통틀어 말하는 정사 삼국지가 하나다. 두 개의 삼국지는 허구로 구성된 소설이라는 점과 실제 역사서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겠지만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바로 구성의 차이다.
나관중의 삼국지 연의는 시간 흐름의 순서대로 전개되는 일반적인 소설의 구성이지만, 정사 삼국지는 시간의 흐름을 배재한 채 인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인물 열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위서는 위나라를 창업한 조조전부터 시작해서 그의 아들 조비전, 손자 조예전으로 이어지고 촉서는 유비의 종친으로 알려진 유언전, 유장전과 그 다음 유비전으로 이어진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도 바로 정사 삼국지와 같은 구성으로 엮어져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SBS에서 방영된 K팝 스타에서 양현석 심사위원은 이런 말을 했다. 출연자가 타이거JK와 비슷한 랩을 보여주고 아무런 색깔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타이거JK의 랩을 듣지 출연자의 랩을 들을 이유가 어디있겠느냐 하는 말이었다.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이 정사 삼국지와 똑같은 구성을 갖추고 있으며 아무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가 정사 삼국지를 재치고 「삼국지 인물 108인전」를 읽을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그런데 의외로, 「삼국지 인물 108인전」를 읽을 이유는 정사 삼국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사 삼국지는 삼국지에 관해 아주 지극한 관심이 있지 않은 독자가 보기에는 너무 딱딱한 역사서이기 때문이다. 정사 삼국지에는 인물들의 출생이나 친척 관계, 식읍 등이 알아보기 힘든 단위로 일일이 열거되어 있는 한편 생전 듣도보도 못하고, 앞으로 알지 못하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인물들의 열전까지 포함되어 있다(이선, 윤묵, 맹광, 내민 이런 인물들을 아시는가?).
그에 비해 「삼국지 인물 108인전」은 삼국지를 읽는 데 꼭 필요한 인물 108인을 뽑아 알기 쉽게 나열해놓았다. 삼국지를 이야기하며 꼭 언급해야 할 인물들과, 놓치기 쉬운 인물들을 꼭꼭 모아놨고, 그들의 에피소드와 활약을 쉽게 축약해놓았다. 삼국지를 알지 못하는 독자라하더라도 내용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흐름을 관찰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건 단순히 시간적 흐름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는 방법과 차별화된, 삼국지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삼국지 인물 108인전」의 또 다른 특징은,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 연의가 주장하는 정통성에 중간 단계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삼국지 연의의 경우는 유비를 정통으로 세우며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고, 정사 삼국지의 경우는 조조를 정통으로 세우며 인물들을 언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 연의의 경우엔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인물들이 거의 신격화 되어 있고 조조는 악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렇다고 정사 삼국지의 내용을 그대로 믿기도 힘들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는 법이기 때문에 조금의 왜곡은 불가피하다고 봐야 한다. 위서, 촉서, 오서 중 위나라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촉나라의 존재에 관한 촉서가 분량이 가장 적은 것만 보더라도 촉나라를 차별하는 것을 볼 수 있다(워낙 촉나라의 인재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하나의 사건, 전투, 인물, 에피소드에 관해서도 일일이 입장이 바뀌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일관적으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 「삼국지 인물 108인전」는 이 가운데에서 두 가지 입장을 모두 살펴보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렇다면 사실과 근접한 이야기는 뭘까를 충분하고 면밀히 말해주고 있다. 실제 역사와, 소설 사이에서 헷갈려하는 독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저자의 배려라고 할까?
이제까지 언급한 「삼국지 인물 108인전」의 특징을 요악하자면 이렇다. 정사 삼국지의 구성인 인물 중심 구성을 따르고 있다. 정사 삼국지보다 쉽고 알아보기 쉽게 적혀있다.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 연의의 입장을 두루 살펴보며 중간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3가지 특징만 살펴보더라도 「삼국지 인물 108인전」는 기존의 삼국지 팬과, 그렇지 않은 독자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더군다나 인물 중심의 읽기 쉬운 삼국지의 등장은 쌍수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삼국지를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이야기가 중심이냐, 인물이 중심이냐의 선택! 그것은 이제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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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의 소스(source) 즉 하나의 컨텐츠(contents)로 여러 상품 유형을 전개시킨다는 뜻.
[네이버 지식백과] 원 소스 멀티 유즈 [one-source multi-use] (영화사전, 2004.9.30, propag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