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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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글을 많이 쓰는 방법론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한문화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일을 출산과 비교하곤 한다. 글을 쓸수록, 책을 볼수록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 표현이구나 싶다. 그건 단숨에 내뱉기에는 너무 소중하고 근엄하며 경건한 존재다. 오랜 성장 시간이 필요하다. 매우 절묘하게 닮은 점은 그것이 곧 나의 분신과도 같다는 점이다. 나의 세포와 피와 살, 영혼으로 만들어진 아기. 그리고 글. 모든 좋은 것만 담아 세상에 내보이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다 못해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과 같아진다. 글을 지속적으로 써야 되는 사람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은 단순히 일정한 규칙을 지닌 언어를 배열하는 일이 아닌, 마음을 다지고 인생 그 자체를 써내려가는 일이란걸. 

 

  글쓰기를 배우는 길에는 많은 진리가 담겨 있다.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P. 17 

  

 

 그런데 이게 참 곤란하게도 글을 쓰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학업처럼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쪽집게 강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려운 이론으로 중무장 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써보지 않으면, 꾸준히 쓰지 않으면 절대로 글을 잘 쓸 수 없다. 글쓰기의 지름길은 오로지 다독 다작 다상량1이라고 송나라 구양수가 매듭을 지어놨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가 출간된 후 2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글쓰기 책의 바이블로 통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작법이나 문법 이론, 방법론 등이 아닌, 많이 쓰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예전에 글이 잘 써지지 않았을 때 나 자신을 달래던 방법들이다.

 

 1. 한동안 글 한 줄도 쓰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주일 후 작품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친구에게 보여 줄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 것이다.

 

(…)

 

P. 53 

 


 

 글이나 책에 관한 한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많이 쓰는 사람'이 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어떤 작가는 아침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펜을 들어야만 글이 써지고, 어떤 사람은 새벽녘에 집에서 홀로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틀어야만 글이 써진다. 여러가지 시행착오 끝에 자신과 가장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본인이 겪었던 '글'에 대한 태도나 마음가짐을 하나의 예를 보여주고, 자신이 했던 여러가지 방법을 독자들에게 전수하려 한다. 물론 그게 독자에게도 손쉽게 쓰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전하는 연기처럼 피어올랐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아이디어들을 붙잡는 방법, 자신의 글을 믿지 못할 때 할 수 있는 운동, 글이 막혔을 때 써먹어볼 수 있는 소재 등은 글을 쓰고 싶은 독자가 참고하기에 충분한 자양분이 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이론 서적을 뒤적거리는 예비 작가가 있다면, 글을 많이 쓰기 위한 글쓰기 책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고어 비달은 아주 멋진 말을 남겼다. "모든 작가와 독자들은 글을 잘 쓰는 것이 그들 모두에게 최고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글을 '잘 쓰는 것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말라. 그냥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니까.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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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많이 보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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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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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무서운 그림」악의 매력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세미콜론

 

 

 예술 작품은 하나의 퍼즐과 같다. 작가가 숨겨놓은 조각을 찾아내 조립해야 한다. 섬세한 표현과 절묘한 묘사가 이를 돕는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 말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을 감상할수록, 읽어나갈수록 의도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칫 방심하면 놓치게 된다. 몇몇 작가는 친밀한 친구에게만 전하는 비밀 대화를 늘어놓을 때도 있다. 거기엔 바로 무서움도 깃들어 있다. 「무서운 그림」은 명화가 숨겨놓은, 혹은 존재만으로 발하는 무서움에 대해 보여준다. 

 

 

 그녀를 돈으로 산 사내가 무대 뒤쪽에서 너무도 당연한 듯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별달리 관심을 갖지 않은 화가가, 비판적인 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한 점의 그림을 그려 냈다는 사실, 그것이 무척이나 두렵다.

 P. 19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무용수>

 

 인간은 이상하게도 '악'이나 '공포'에 관한 것들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면 그렇게 한가롭게 즐길 수 있을까? 그건 당연히 아니다. 공포란 것은 나와 간접적인 위치에 있다는 거리감을 통해서만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 광기, 집요한 악의, 선명한 시선을 담고 있는 특정 명화가 바로 그런 매력을 담고 있다. 우아한 색체나 아름다운 구도와는 다른, 감상으로 느낄 수 있는 섬뜩한 오르가즘을 주는 명화들. 

 

 

 어떤 종류의 '악'이 휘황한 매력을 발산하듯 공포라는 것에도 저항하기 어려운 흡입력이 있어서 인간은 안전한 장소에서 공포를 엿보고 싶고 즐기고 싶다는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는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만큼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은 없다는 인간 존재의 얄궂은 조건에서 온 것이다.

 P. 9 

 


 

 「무서운 그림」은 저자 나카노 교코의 정확한 해설과 유려한 문체를 통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쉬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라고 느낄 수 있어서인지 책의 굴곡으로 인해 크기가 큰 명화는 짤리게 되는 페이지가 참 안타깝다. 그림을 완전하게 볼 수 없는 문제는 건 치명타다.

 책 크기를 늘리던가, 한 페이지에 넣기에 크기가 아슬아슬한 명화는 조금 줄여서라도 누락되는 부분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기'와 '읽기'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책이지만 직무를 유기하는 것만 같아 아쉽기만 했다. 

 

 

 이렇게 내부에 죽음을 품은 채로 저택은 천천히 바다를 맞이한다. 바다는 소리도 없이 파도를 밀어 와서는 서서히 건물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바닷물은 분명히 멀리에서부터,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기분 나쁜 생물처럼 서서히 기어 왔으리라. 처음에 파도가 닿았던 곳이 어디쯤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저택의 토대는 이미 흠뻑 젖어 있고 광장의 포석도 절반 가까이 물에 잠겨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바다 밑이라는 기억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리라.

 하지만 이 저택은 가라앉기는 해도 결코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식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원히 각인시켜 두고 싶다는 강한 집념이 함게 잠길 것이기에 저택은 예전의 모습을 언제까지고 간직할 것이다. 내부는 죽는대도 외양은 변치 않는다. 마음은 썩어도 잔상만은 선명하게 남는다. 그 겉모습을 보건대 내부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딘지, 뭔가가 어긋나서 딱 끝나지 않은 사랑 같다.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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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세미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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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 습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가족 건강 찾기 프로젝트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 애플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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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습관」- 다이어트는 꿈인가 현실인가

 


 

 

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 습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애플북스

 

 

 

 이 책은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400회 특집을 맞아 '가족 건강 프로젝트'를 진행한 네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잘못된 평소 생활습관을 살펴보고 바로잡아 건강을 살리는 건강습관을 들이게 하는 게 목적이다. 최고의 결과를 얻어낸 한 팀은 우수가족으로 선정해 선물도 주는 모양이다. 

 그들 가족이 과연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를 괴롭히기도 했던 안 좋은 생활습관을 어떤 식으로 개선시켜 나갈까 하는 스토리 텔링적인 측면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책은 쉽게 술술 읽히는 편이다. 잘못 알고 있는 다이어트 상식이나, 20~30대 직장인 여성을 위한 다이어트 방법, 살이 빠지는 십계명 등, 유용한 정보도 많은 편이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다른 건강, 다이어트 정보서와는 확실히 차별화된다. 

 

 

 2. 패스트푸드는 무조건 피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햄버거가 아니라 오히려 기름에 고소하게 튀긴 감자튀김과 시원하고 달콤한 콜라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맛있게 먹되, 세트로 구성된 메뉴 선택은 삼가도록 하자.

 P. 95 

 


 

 네 가족은 놀라울 정도로 프로젝트를 잘 따라간다. 마치 '건강'이라는 꿈에 홀린 듯 몽유병 환자처럼 이끌려 간다. 얼마나 그 변화가 놀라운지 이건 너무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될 정도다. 불화가 가득 했던 가족은 서로 힘을 합쳐 어려움을 이겨내며 건강과 함께 화목까지 얻어내는 더이상 바랄 것 없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이쯤되면 한 가지 의문에 이르게 된다. TV에서 진행하는 일반인에게 변화를 주는 프로그램에서 공통적으로 생겨나는 질문이다. 과연 그들은 방송이 끝나고도 그 생활을 유지할까? 유지할 수 있을까? 유지 했나?

 책의 에필로그에서 그 현실을 보여주는데, 개선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가족은 반도 안 됐다. 네 가족에서 반이 안 됐으니 한 가족만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나머지 가족의 건강한 생활은 프로젝트가 진행된 단 30일, 마치 어젯밤 꾼 꿈처럼 지나가버렸다.

 

 

 왜 이들은 행복한 변화를 유지하지 못했는가.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습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벗어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으레 술을 먹게 되고,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안주를 많이 먹게 되고, 집에 늦게 들어가 운동할 시간을 빼앗기기도 한다. 또 춥거나 비가 오는 등 여러 가지 핑계로 프로젝트 기간보다 활동량도 줄었다.

P. 230 

 



 

 

 일반인 가정을 대상으로 올바른 생활습관을 일상으로 바꿔주려는 프로젝트는 실패로 보여진다. 애초에 저렇게나 해서 다이어트를 해야할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들 가정은 흔히 좋아하는 야식은 물론이고 술, 담배, 커피 등도 입에 댈 수 없었다. 과일마저 웬만하면 먹지 말라고 한다. 

 물론 이들 가족은 극단적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는 상태였기 때문에 역시나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삶에 있어서 먹는 즐거움을 뺏어야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이 살 쪘다고 느끼며 다이어트를 밥 먹듯이 하곤 한다. 그들이 건강을 생각한 다이어트를 한다고 볼 순 없다. 과연 과도한 다이어트라는 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는 현실보다 큰 것일까. 난 다이어트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지만 역시 다이어트는 됐고 먹고 싶은 것은 먹으면서 살고 싶다. 

 

P.S 왜 어떤 가족이 우수 가족으로 뽑혔는지는 안 나와 있지…?

 

 

  둘째, 과일도 위험하다. 살 빼는 사람에게는 과일도 독이다. 과일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타민 C 섭취 때문에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사과 300그램짜리(주먹만 한 것 하나)에 15밀리그램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반면, 풋고추 15그램(손가락만 한 것 하나)에는 13밀리그램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게다가 사과의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비타민 C가 4밀리그램도 안 나온다. 껍질을 벗겨 먹는 과일은 설탕물이나 진배없기 때문에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농약 때문에 껍질을 벗긴다고들 하는데, 사과보다 농약을 다섯 배나 많이 치는 고추는 왜 그냥 먹을까. 과일에 붙어 있는 농약은 물에 씻으면 99.9퍼센트가 다 없어진다. 과일을 먹으려면 반드시 껍질까지 먹어야 한다. 아니, 다이어트 하는 동안에는 과일을 삼가도 무방하다.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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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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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문학 속에 핀 꽃들」- 그 꽃의 이름을 알았을 때

 

 

 

 문학 속엔 퍼즐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셨다면 그 커피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우유를 마셨다면 커피와는 다른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 사물이나 행동이 가지는 의미와 상징은 문학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틀림없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주인공 영희가 온종일 '팬지꽃' 앞에 앉아 줄 끊어진 기타를 쳤던 이유가 있다. 민들레도 아니고, 해바라기도 아닌 궂이 팬지꽃이어야 했던 이유. 「7년의 밤」에서 '가시박'이 나와야 했던 이유, 「소나기」에서 '마타리'가 필요했던 이유 등 모든 게 의미이자 상징이며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암호다. 

 

 

 

영희는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꽃 두 송이'만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오빠 영호는 영희를 찾아 헤매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폐수 속에 던져 넣는 꿈'을 꾼다. 영희를 상징하는 팬지꽃이 폐수 속에 던져지는 것은 영희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P. 25 

 

 

 「문학 속에 핀 꽃들」은 우리가 문학을 읽으며 발견하지 못했던 퍼즐 한 조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스쳐지나가 버리거나, 보고도 이름(실체)를 알 수 없는 문학 속의 꽃들을, 마치 평소 스쳐보낸 길가 야생화의 이름처럼 알려준다. 「은교」, 「7년의 밤」, 「마당을 나온 암탉」등 대중적인 문학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핀 꽃들의 상징, 의미, 에피소드, 정보 등이 소개된다. 

 

 

 

 옛날에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성은을 입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궁녀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궁녀는 담장을 서성이며 발걸음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안타깝게 기다렸지만, 임금은 오지 않았다. 궁녀는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담장 가에 묻혀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궁녀를 묻은 다음, 담장 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걸음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소화'라는 이름을 따서 '능소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P. 215 

 

 

 작가들이 어떤 아름다운 문장으로 꽃들을 묘사했는지 되짚어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다. 같은 꽃을 본다하더라도 내가 느낄 수 없었던 생각이나 절묘한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마치 새 생명을 받듯 새로이 묘사된 꽃들.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창조를 느낄 수 있어, 이 책에는 꽃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3월의 전설」에도 3월 내내 구례에서 살지 않았으면 쓰기 어려운 섬세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불과 열흘 만인데 산수유는 이미 데쳐내고 삶아낸 것처럼 색이 빠져 맥없이 지고 있었다. 매화가 질 때면 산수유도 따라 지는 모양이었다"라는 대목이 그렇다.

 P. 107 

 

 

 나는 사실 꽃이 등장하는 문학을 읽으면 곤란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서울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아온 게 변명이 될까. 내가 아는 꽃의 이름이라고는 민들레나 해바라기같이 유치원생들도 아는 대중적인 꽃밖에 없었다. 매화나 벚꽃을 구분할줄도 몰랐으며 꽃잎과 잎을 혼동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문학에는 암묵적인 기본기가 존재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물이나 식물, 노래 등을 등장시킬 때는 읽는 독자들의 70~80프로는 알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룰이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무엇'이 등장한다면 보는 독자들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 문학 속에 꽃이 등장할 때마다 70~80프로에 속하지 못한 소외자임에 원통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문학 속에 핀 꽃들」에서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꽃과 사진을 볼 때면 저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마치 김춘수의 시처럼 하나의 꽃에 지나지 않았던 그것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로 다가와 진정히 아름다운 '꽃'이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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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김민철 지음/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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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 - 백전백승을 만드는 경쟁의 과학
포 브론슨 & 애쉴리 메리먼 지음, 서진희 옮김 / 물푸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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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승부의 세계」독자와의 승부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무한경쟁 사회다. 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가, 그토록 순한 모습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 된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정말 소름끼치는 사회를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닭살이 돋았다. 누구나 빠르게 달리고 있는 세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경쟁해야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조금 더 근본적인 이유는 찾지 못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고민할 때가 많다.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더 여유롭게 살면 안 되는가?

 

 그래서 그런지 나는 경쟁에 쉽게 참여하지 않는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확실한 승률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만 간혹 참여하곤 한다. 「승부의 세계」를 살펴보면 나의 이런 평화적이거나, 이성적인 승부 성향은 남자보다 여자에 가깝다.

 

 대조적으로 여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안다. 여자들은 대부분 그 토너먼트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자들이 태생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은 위험을 꽤 정확하게 감지하는 편이자. 여자들이 경쟁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며 경쟁을 즐기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경기에서 패할 가능성을 더 잘 인식하는 것 뿐이다.

P. 145

 

 

 

 「승부의 세계」는 승리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들은 분석했다. 스트레스와 호르몬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 획득 중심(공격)과 방어 중심의 승률, 홈그라운드의 이점, 승부에 이로운 생리적 요인, 남녀의 차이, 경쟁의 차이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 셀 수 없이 많은 분석 중에서 도대체 뭐가 옳은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낚시를 갔다. 대신 물고기를 잡아주는 건 바라지 않았지만, 낚시를 가르쳐주길 바랐다. 그 사람은 낚시를 가르쳐주기는커녕 낚시 하는 걸 보여주기만 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라는 뜻이다. 「승부의 세계」의 태도가 이렇다. 여러가지 사례와 분석을 보여줄테니 스스로 판단하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론이 날만하면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를 되풀이 하다가 결국 책이 끝나버린다. 끝까지 읽는다고 원하는 승리의 조건을 알 수 있을까 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 자칫 조금만 정신을 놓고 읽으면 핵심이 지나가버리고, 생물학적 용어도 많이 나올뿐더러, 오로지 서술형으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

 

 우리 몸은 COMT 효소단백질을 만들 때 유전자 암호에 따라 수 백 개의 아미노산을 서로 연결시키면서 만든다. 콘돈 158을 만들 때 암호가 명령만 하면 어떤 아미노산이든 만든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COMT 효소가 있는데, 그 효소에는 수백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스트링이 있으며 그중 158번째가 발린이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158번째가 메타오닌이다.

P. 106

 

 

 

 이게 과연 독자에게 좋은 방향인가? 책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지적 도구임이 틀림없지만, 작가가 이토록 불친절하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자기개발서란 실생활에 유용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의 이유 중에 사고력을 기른다는 이유는 자기개발서를 읽을 때 2, 3순위로 밀려난다. 승부의 세계를 읽으면서 얻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하면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승부의 세계를 논하면서 독자와 소통의 승리를 놓치다니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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