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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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문학 속에 핀 꽃들」- 그 꽃의 이름을 알았을 때

 

 

 

 문학 속엔 퍼즐이 있다.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셨다면 그 커피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 우유를 마셨다면 커피와는 다른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 사물이나 행동이 가지는 의미와 상징은 문학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틀림없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주인공 영희가 온종일 '팬지꽃' 앞에 앉아 줄 끊어진 기타를 쳤던 이유가 있다. 민들레도 아니고, 해바라기도 아닌 궂이 팬지꽃이어야 했던 이유. 「7년의 밤」에서 '가시박'이 나와야 했던 이유, 「소나기」에서 '마타리'가 필요했던 이유 등 모든 게 의미이자 상징이며 독자들에게 주어지는 암호다. 

 

 

 

영희는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꽃 두 송이'만을 가지고 집을 나간다. 오빠 영호는 영희를 찾아 헤매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폐수 속에 던져 넣는 꿈'을 꾼다. 영희를 상징하는 팬지꽃이 폐수 속에 던져지는 것은 영희의 순수성이 훼손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P. 25 

 

 

 「문학 속에 핀 꽃들」은 우리가 문학을 읽으며 발견하지 못했던 퍼즐 한 조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스쳐지나가 버리거나, 보고도 이름(실체)를 알 수 없는 문학 속의 꽃들을, 마치 평소 스쳐보낸 길가 야생화의 이름처럼 알려준다. 「은교」, 「7년의 밤」, 「마당을 나온 암탉」등 대중적인 문학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핀 꽃들의 상징, 의미, 에피소드, 정보 등이 소개된다. 

 

 

 

 옛날에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는데,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성은을 입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궁녀의 처소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궁녀는 담장을 서성이며 발걸음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안타깝게 기다렸지만, 임금은 오지 않았다. 궁녀는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담장 가에 묻혀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궁녀를 묻은 다음, 담장 가에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걸음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소화'라는 이름을 따서 '능소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P. 215 

 

 

 작가들이 어떤 아름다운 문장으로 꽃들을 묘사했는지 되짚어보는 것도 꽤나 쏠쏠한 재미다. 같은 꽃을 본다하더라도 내가 느낄 수 없었던 생각이나 절묘한 표현들을 찾을 수 있다. 마치 새 생명을 받듯 새로이 묘사된 꽃들. 작가들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창조를 느낄 수 있어, 이 책에는 꽃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3월의 전설」에도 3월 내내 구례에서 살지 않았으면 쓰기 어려운 섬세한 묘사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불과 열흘 만인데 산수유는 이미 데쳐내고 삶아낸 것처럼 색이 빠져 맥없이 지고 있었다. 매화가 질 때면 산수유도 따라 지는 모양이었다"라는 대목이 그렇다.

 P. 107 

 

 

 나는 사실 꽃이 등장하는 문학을 읽으면 곤란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서울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아온 게 변명이 될까. 내가 아는 꽃의 이름이라고는 민들레나 해바라기같이 유치원생들도 아는 대중적인 꽃밖에 없었다. 매화나 벚꽃을 구분할줄도 몰랐으며 꽃잎과 잎을 혼동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문학에는 암묵적인 기본기가 존재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사물이나 식물, 노래 등을 등장시킬 때는 읽는 독자들의 70~80프로는 알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룰이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무엇'이 등장한다면 보는 독자들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나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로서 문학 속에 꽃이 등장할 때마다 70~80프로에 속하지 못한 소외자임에 원통함을 금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문학 속에 핀 꽃들」에서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꽃과 사진을 볼 때면 저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먼저 들었다. 마치 김춘수의 시처럼 하나의 꽃에 지나지 않았던 그것이,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로 다가와 진정히 아름다운 '꽃'이 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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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김민철 지음/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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